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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칸집 - 사람과 삶이 담긴 공간
차민주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8월
평점 :
어디서 살아가느냐의 중요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좁은 공간, 넓은 공간,
자연적인 공간, 도시적인 공간...
두루두루 경험을 해보니
상황에서 오는 감정과 생각의 변화도 있지만
환경이 기운과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느낀다.
여행을 가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일상의 멈춤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의 생경함, 낯섬을
즐기기 위함도 클 것이다.
'건축'과 관련된 책을 즐겨보는데
그 이유 역시
사람이 많은 시간 머무르는 공간에 대해
알고 싶기 때문이다.

<아홉칸집>을 읽게 된 이유 역시
그 공간의 의미와 그 안에서
달라진 삶의 궁금해서였다.
'2021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이라는
거창한 이력보다는
편리한 아파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북한산 자락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용기와
그로인해 달라진 삶이 궁금했다.

한옥을 응용해서 지은 집은
목조가 주는 안정감과 자연적인 건강함이
책으로도 그대로 느껴진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공간도 해방감과 함께 아늑함을 선물한다.
한옥의 가장 큰 장점은
유현준 교수의 말을 빌자면
바깥의 자연을 안으로 끌어 들여와서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서양과는 달리
자연이 인테리어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하루의 변화, 사계절의 변화가 가져오는
시시각각의 다른 풍경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도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무엇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그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충족감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더 생생한 모습이 보고 싶어서
방송에 나온 이 집을 찾아봤다.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EBS의 '건축탐구-집'에도
소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사진으로 봤던 느낌과는
또다른 동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아홉칸집'은 정사각형의 구조를
가로 3, 세로 3, 아홉칸으로 만들어
공간을 구성하여서 붙인 이름으로
마루와 방을 유연하게 변형해서
사용하는 한옥처럼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변형해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상암에 있던 사무실과 합치면서
줄인 월세로 대출이자를 감당하고 있다는데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서
저자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는 것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껴진다.
외부환경의 변화로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따르고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공간에 누워 숨쉬노라면
나른하게 욕조에서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노라면
오늘의 이 행복에
걱정과 근심은 어느새 사르르 녹을 것 같다.
공간이 주는 어려움보다
공간이 주는 만족감과 행복이 더 크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기에.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