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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 유료 누적 조회수 5천만 산경 작가의
산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웹소설은 종이책보다 훨씬 접근성이 쉬운데도
너무 장르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흥미위주일 것이라는 선입견에
선뜻 진입하기 어려운 장르였다.
그렇지만 웹툰처럼 아예 만화를 대체해버리지는 않더라도
웹소설 역시 점점 그 영역이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
최근 ebook이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음에도
아직 종이책을 고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가방에 한두권씩 넣고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면
혹은 긴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
휴대폰을 켜고 ebook를 검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ebook의 긍정적인 기능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그 맛에,
두툼하고 부드러운 책의 감촉에,
ebook은 절대 안 읽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장담을
슬쩍 내려놓기 시작한 것이다.
웹소설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이미 많은 웹소설이 드라마화되어
재미있게 보고난 후에야 웹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면
웹소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구나라는
신선한 깨달음이 일곤 했다.
앞으로 대기중인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들어나고 있다고 하니
웹소설의 독자와 영향력은 점점더 넓고 깊게
확대해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찾아 읽지는 않았는데
언젠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
웹소설가인 한산이가, 박연필 작가가 나와서
웹소설을 맛보기처럼 소개한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때 처음 웹소설이라는 세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진행을 맡고 있는 장강명 작가는 여러 이유에서
아직은 웹소설 세계에 들어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것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아직은 일반 소설과 웹소설의 간극은 넓다.
하지만 언젠가는 플랫폼이 아닌
컨텐츠로서의 영역으로 구분되지 않을까 싶다.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의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처럼
경직되지 않은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서
개성있고 창의적인 작가들이
자유로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들게 한다.
그때부터였다.
'웹소설'에도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방송을 듣다 보니 장르별로 필요한 공식이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독자의 반응을 살펴야 하고
그 반응이 곧 연재를 이어가고 이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다보니
독자들을 의식하면서 풀어낼 수밖에 없는 제약도 있을 것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 형성된 웹소설만의
독특한 구조와 형식이 존재할 것이다.
독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보면서 글을 써야 하는
그 살벌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기 작가들의 공식은 무엇일까.
일단 웹소설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웹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구조와 생리를 알고 싶었다.
원론적으로 재미가 있으면 당연히 인기가 있겠지만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웹소설 특유의 형식과 공식이 궁금했다.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그 이유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유료 누적 조회수 5천만'이라는 놀라운 기록의
'산경' 작가가 자신만의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을 풀어놓은 책이다.
"그런데 일반 소설과 웹소설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일반 소설 작가는 글을 다루지만 웹소설 작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반 소설 작가가 완벽한 문장을 고민할 때
웹소설 작가는 좀 더 재미있고 흥미 있는 상황을 고민합니다.
일반 소설 작가는 현실 속의 평범한 사람 혹은 평범한 환경 속에
숨어 있는 깊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면 웹소설 작가는
흥미 있는 사람, 흥미 있는 환경을 다양하게 넓게 보여줍니다.
일반 소설을 두 시간짜리 영화라고 한다면
웹소설은 한 시간짜리 드라마 24부작이죠.
일반 소설은 완성된 작품을 보여줍니다.
반면 웹소설은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
독자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p.5~6 <프롤로그> 中
처음 웹소설을 접했을 때,
그리고 이 책을 펼치기 전 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
고스란히 서두에 실려있다.
차이점을 비교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표현은 한 것이겠으나
두 장르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2014년 <비따비 : Vis ta Vie>로 정식 데뷔한 작가는
10만독자를 보유한 편당 유료 조회수 3만을 돌파하며
월 매출 1억원의 기록한 주인공이다.
7년의 넘는 시간을 그렇게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작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자신만의 노하우를 이 책에서 솔직하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총 18개의 챕터로 세밀하게 나누어
작가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면서 구석구석 설명해주니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례가 실감나게 이해된다.
아쉬운 것은 그 작품들을 읽었다면 더 생생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유료일테지만 나중에 찾아서 읽어본 후
다시 비교해보면서 봐야겠다.
1장은 가장 중요한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웹소설의 근간은 '이야기'이고,
가장 핵심이라는 것이 그대로 반영된다.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저자가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해주는 조언이다.
꼭 웹소설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겠지만
웹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2~4장은 '어떻게 담을 것인가'이다.
어떤 캐릭터로 표현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구성의 형식으로 풀어낼 것인가를 담고 있다.
일반소설의 비중과는 다소 다른
웹소설만의 두드러진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재의 형식으로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한 편을 구성할 때는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두어야 하는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저자의 성공과 실패담에 기초한 살아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
5~6장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 지를 다룬다.
아마도 이 부분은 일반 소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준비만이 촘촘한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은
초석이 될 수 있는 것은 장르를 떠나 공통된 사항일 것이다.
7~11장은 구체적인 웹소설 쓰기에 대한 스킬이다.
프롤로그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쓴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여기서도 웹소설 만의 특징을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역시 저자의 경험과 스타일 기초로 조분조분 설명해준다.
가독성 높은 글을 쓰는 방법, 서술하는 시점,
작품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해주는 디테일 등
습작을 하는 작가나 막 입문한 작가가 느낄 수 있는
막막함과 답답함을 콕 집어서 해소시켜 줄 것이다.
12장은 작가로서 발을 디디면서 부딪히게 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플랫폼의 선택이나, 계약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
13~17장까지는 작가로서의 생명을 유지하는 법.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끝은 아닐 것이다.
인기있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써내야 하고 유지해야 하는
정글같은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저자만의 비법(?)을 소개한다.
"하루도 쉬지말고, 5천자 이상을 써라."
18장은 웹소설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웹소설이 드라마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실제로 드라마가 되기까지 과정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과정인지 처음 알았다.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 뿐만 아니라 흥행까지 고려해야 하는
쉽지 않은 확률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해를 품은 달>이 새삼스러워 보인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마지막 당부를 한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세상은 계속 격동적으로 흘러가는데
자신만의 방식에 갇혀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소통이 중요한 웹소설 세계에서 금방 도태될 것이다.
주독자층의 관심사에 함께 호흡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풀어낼 때
독자가 공감할 수 있고 영감을 주는 글을 써 낼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을 이해하려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작가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해서인 것 같다.
쉽게 읽히는 글이라고 해서
쉽게 쓴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어떤 특징을 가진 매체라는 것을 배웠으니
이제는 슬슬 그 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쓰기는 고사하고 읽기도 초보이니
스테디셀러로 먼저 시도해봐야겠다.
당분간은 스마트폰 하나만 가뿐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