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특이함에  

궁금증이 생겨 읽어보고 싶어졌었다.

소설은 제목만으로 내용을 상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경우였다.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위라는 타이틀 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재미나 흥미면으로도 인정은 받은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내용이고,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받아 본 후 가장 먼저 한 것도

그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의미를 찾는 일이었다.

지은이의 말을 형식적으로 빠르게 읽고,

드디어 본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살짝 당황했다.

책이 서간문 형식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 소설읽기를 조금 힘들어하는 편이라

눈에 보일 듯 전후좌우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편지글의 형태라니

상황파악을 하는데 더 힘들게 느껴졌다.

엄청난 집중을 하고 일일이 관계를 파악해가며

힘들게 페이지를 넘기는데

드디어...'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책을 여러 권 낸 작가인 주인공 줄리엣에게 

채널제도 건지섬에 살고 있는 도시 애덤스가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줄리엣이 가지고 있던 찰스 램의 수필 선집이

흘러흘러 건지섬에 살고 있는 도지에게 도달했고,

책표지 안쪽에 적혀 있던 그녀의 이름과 주소를 보고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

편지를 쓴 이유인즉, 도지는 찰스 램의 열렬한 팬인데

건지섬은 독일군 점령하에 있었기에

서점이 하나도 남지 않아 찰스 램의 작품을

구할 수 없어 런던에 살고 있는

줄리엣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독일군 점령하에서도 저는 찰스 램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돼지구이에 관한 글이 압권이지요. 우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독일군에게는 비밀로 해야 했던 돼지구이때문에 탄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찰스 램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가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찰스 램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보다는 실례를 무릅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찰스 램과 친구가 된 것 같거든요.

폐가 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도시 애덤스" ---p.19

 

 

책을 출간한 후 여러 도시의 서점을 돌며

강연회를 하느라 지쳐있던 줄리엣은

이 편지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찰스 램이라는 공통분모도 있었지만....

특이한 이름의 독서회와 돼지구이는 또 무슨 상관일까.

줄리엣은 이에 답장을 보내게 되면서

도시, 그리고 독서클럽 회원들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엘리아 수필 선집》과 헤어지는 건 참으로 슬프고 아픈 일이었어요. 물론 같은 책을 두 권 가지고 있었고 책꽂이에 둘 공간도 없었지만, 그 책을 팔 때는 마치 배신자가 된 기분이었죠. 당신의 편지를 받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군요. (중략)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질문에 답해주실 수 있나요? 정확히 세 가지 질문이에요. 돼지구이 만찬은 왜 비밀에 부쳐야 했나요? 돼지구이가 어쩌다 북클럽 창단으로 이어졌죠?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건데, 대체 감자껍질파이가 무엇이고 그게 왜 북클럽 이름에 들어갔나요?" ---p.20~23

 

나와 같은 독자가 궁금해 했을 내용이

고스란히 주인공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도시는 답장을 통해 줄리엣과 독자가

궁금해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독일군 점령후 섬내의 돼지는 모두

독일군이 식량으로 가져가고 

남은 돼지들도 함부로 이용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관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에 감시가 조금 느슨했을 때

모저리라는 부인이 비밀리에 키운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했다.  

통금시간이 있었음에도 늦게까지 만찬을 즐기고 돌아가다가

술에 취한 존 부커가 노래를 크게 부르는 바람에

독일군 순찰 대원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엘리자베스가 심호흡을 하더니 앞으로 나섰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키가 작아요. 그래서 총구가 그녀의 눈앞에 늘어서 있었는데도 그녀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총을 전혀 보지 못한 듯 행동했습니다. 그녀는 순찰대 대장에게 다가가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지요. 통행금지령을 어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건지섬 문학회 모임이 있었어요. 오늘은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독일식 정원》에 대해 토론했는데 정말 유쾌한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책이죠. 혹시 읽어보셨나요?

우리 중 누구도 감히 그녀를 거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순찰대 대장에겐 그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사람입니다." ---p.51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임이 결성되었고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진짜 몇 번의 모임을 가지게 되면서

북클럽 회원들은 진짜 책과 독서클럽을 사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 대한 호기심을 좇아 여기까지 단숨에 읽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전개에

눈을 뗄 수 없었고, 글 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해

알게된 줄리엣은 이 독서 클럽에 대해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

마침 <타임스>의 문학 특별판 원고 청탁을 받게 된

줄리엣은 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해

쓰기로 결심하고 도시에게 도움을 구한다.

도시는 북클럽 회원들도 좋아할 거라고 전하며

북클럽 회원들과도 교류해볼 수 있도록 주선해준다.

 

반면 북클럽 회원들은 북클럽 이름으로 인해

그들의 소중한 북클럽이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한다.

줄리엣은 자신의 진심을 전하며 신뢰를 얻게 되고

본격적으로 북클럽 회원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

 

회원들은 각자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 북클럽에 대한 이야기,

회원들에 대한 이야기, 책에 대한 이야기,

건지섬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게 된다.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북클럽 회원들과 친해진

줄리엣은 건지섬을 직접 방문하기로 하기로 한다.

 

 

2부에서는 건지섬에서의 줄리엣의 생활과

아예 건지섬에 대한 내용으로 책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러면서 알게된 건지섬의 역사,

독일군이 점령했을 때의 만행,

그리고 독일군 수용소로 끌려간

포로들의 참혹한 생활 등을 알게 되고

이를 책으로 엮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처음에는 책과 관련된 내용인가 싶었는데

어느 덧 이야기는 건지섬의 과거를 통한

굵직한 역사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마냥 묵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과 맥을 같이하는 듯한

러브스토리가 이야기의 다른 흐름을 이끌어간다.

 

통쾌함을 주는 악인과의 갈등,

스미듯 생긴 이성에 대한 설렘과

라이벌의 등장으로 인한 긴장감,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숭고한 사랑,

강인한 신념과 함께 한 희생이

굵고 묵직한 역사의 줄기와 함께

어우러져 탄탄한 감동과 잔잔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서간문 형식이라는 것 외에

이야기의 결정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편지 형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지만

작문의 형식을 빌어 단서를 제공하는 방식은

자연스럽기도 하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모든 픽션이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양

책의 맨 마지막에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들이

사랑한 작가, 그리고 사랑한 책들'

리스트를 실려 있다.

책의 끝이 아쉽다면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 작가들과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장을 덮으며 영화가 문득 궁금해졌다.

8월에 개봉이 된다고 하는데,

책의 감동이 그대로 살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넷플릭스를 기웃거려본다.

아직은 커밍순을 예고하는 티저영상만 나온다.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인물들을

어서 빨리 만날 날을 손꼽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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