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 교수의 환상의 나라 1
이영훈 지음 / 백년동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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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책으로여는길입니다"


이 책을 받고는 한동안 읽지 않고 쳐다보기만 했다.

역사는 팩트지만 어디를 조명하고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지니 가공 이상의 위험요소가 따른다.

내가 역사를 잘 알거나, 연구를 하는 입장이라면

아마 그 주장이 궁금해서 좀더 집중해서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책표지 뒷날개의 '대한민국 정체성 총서' 시리즈의

제목 리스트를 본 순간 

이 책을 집중해서 읽을 마음을 접어버렸다.

 

[세종은 과연 성군이가] 라는 책 제목의 질문에는

세종이 성군이라고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럼, 왜 그런 주장을 하는 지 그 관점에서 읽어보기로 했다.

 

사실 처음 책을 죽 훑어보면서 일단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책 정도의 활자크기와 180페이지 정도되는 분량의 글은

얼마 되지 않은 내용을 억지로 늘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대한민국은 자유인의 공화국이다'라는 챕터는 또 뭔가.

세종이 대한민국의 시각과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해서

성군이 아니라는 얘긴가.

저자가 주장하는 성군의 개념과 기준은 또 뭔가.

조선시대의 정치 중심에 있던 세종이

현대의 사상과 관점에 맞지 않은 정치를 했다고 해서

성군이 아니라는 것인가.

그의 공과 업마저 없던 것이 되는 것인가.

세종의 잘한 점은 미리 공부를 하고 오란 것인가.

양쪽을 모두 균형있게 다뤄줘야 그나마

명군이었는지 악군이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성군이라는 모호한 용어에 정의도 기준점도

제시하지 않고 그간 너희들은 잘못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과만(실은 그것도 정확한 근거인지 확실치 않고

이미 논란이 된 것도,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것도 있다)

나열해놓고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세종도 사람이고, 과도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다른 자료를 비교해봐야 하기에

자세한 내용에 대한 비판과 반론은 하지 않겠다.

다만, 저자가 주장을 하면서도 단편적으로 접근한 점,

한 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극적인 예나 크게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예들로

분량을 채운 점 등은 읽는내내 인내를 필요로 했다.

실은 5장에 실린 4페이지 정도의 요약한 글이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의 전부다.

 

1. 15~17세기 전체 인구의 3분의 1은 노비였다.

이렇게 노비가 팽창하게 된 데에는 세종의 역할이 컸다.

노비가 주인을 고소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박탈했고,

노비와 양인의 결혼을 방임했고,

비와 양인 남자의 소생을 노비 신분으로 돌려

노비제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2. 기생 신분을 세습시키고 기생제를

창출한 군왕이 세종이었다.

세종이 창출한 기생제는 20세기 군 위안부 제도의

역사적 원류를 이루었다.

 

3. 하늘에 대한 제사를 폐지하고 명의 황제를

섬김에 있어 성과 예를 다한 사대주의를 추종했고

25일상을 폐지하고, 3년상을 지냄으로써

중앙군제를 약화시켰다.

 

4. 훈민정음은 일반 백성이 아닌

조선의 지식인이 중국어를 보다 정확히

구사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문자였다.

당대의 보편적 국제질서로서 중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문화정책이었다.

 

단편적인 근거만으로 주장하는 것도 회의적인데

역사가는 자료의 부족으로 많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더더욱 못미덥게 만든다.

 

무엇보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도에 대한

의심을 제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세종의 한글 창제부터라고 칭송하였다. 과연 그러한가."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한글창제가 세종의 애민정치의 대표적인 산물이라는 것은

저자도 공감하듯 학계와 국민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굳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그자리에

끼워넣은 것은 무슨 의도인지.

아무리 이 책이 저자의 강연자료를 보강하여

출간했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심히 거슬렸다.

이 책이 저자의 주장을 피력하는 논설문이가?

 

세종의 공과 오를 균형있게 객관적으로

좀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했다면,

'환상'이라는 이상한 철학을 들이밀거나

'건국헌법'과 같은 뉴라이트의 발언이나

사상을 끼워넣지 않았다면,

이 책을 좀더 진지한 시선으로

면밀히 따져보며 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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