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요리 - 이재훈 셰프의 첫 번째 이야기
이재훈 지음 / 북스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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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요리는 많이 못했지만

이제는 충실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이제 훌쩍 커버려 손이 가는 나이도 아니고

거동이 어려울 만큼 내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니

이제는 서서히 먹거리에 대한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는가 보다.

여전히 일을 핑계로 외식이 더 많긴 하지만

학원 시간 때문에 주말 저녁까지 끼니를 때우고

들어오는 날이 많은 큰 아이가

어느 날 이제는 집밥이 그립다고 하는 순간,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입도 짧고 까다로운 아이가

밖에서 먹는 허한 음식에 지쳐가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어쨌든 지금도 일을 하고 있으니

많이는 못해줘도 늘상먹는 음식보다는

간단하지만 좀 색다른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

 

 

[그 남자의 요리]는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흉내라도 내볼까 보게 된 책이다.

제목이 꽤 감성적이다 했는데

역시나 요리책임에도

에세이처럼 음식에 담겨있는

셰프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다.

셰프로서 지금의 모습이 갖춰지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 각 챕터마다 실려있어

음식 속의 스토리와 함께 전달한다.

맛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영혼이 녹아들어간 정성스런 음식이라는

생각에 그의 요리 과정도 기대가 된다. 

 

 

하루종일 손을 쓰는 일을 하는 셰프의 손이

멀쩡할 리가 없다.

울퉁불퉁한 그의 손이 실린 에필로그로

책은 시작한다.

 

"문득 지금 하는 이이 누군가의 배고픔을 채우기 이전에 기억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을 통해서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고

기억을 되살리려 음식을 찾기도 한다.

음식은 그래서 감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런 저자의 마음을 통해서 바라본 음식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은 기본 소스와 드레싱, 에피타이저와 샐러드

스프, 파스타, 리소토와 해산물, 고기 요리,

디저트 총 6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1은 파스타의 기본이 되는 육수인 각종 스톡부터 소스와 드레싱 등

요리의 베이스 준비부터 시작한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낯선 재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과정이 6단계를 넘지 않을 만큼 간단해보인다.

물론, 직접 해볼 때는 생각처럼 잘 되지 않거나

실패할 가능성도 각오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소스와 드레싱에 열심히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his story'

매 장이 끝날 때마다 그려지는

그의 셰프 이야기 첫 번째.

이탈리아에서의 유학 생활의 단상부터 그려진다.

 

 

part2에서는 본격적인 요리법이 펼쳐진다.

 애피타이저와 샐러드.

가장 먼저 소개하는

  '구운 파프리카를 곁들인 브루스케타'는

jtbc 방송의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종종 나왔던 파프리카를 구워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굳이 구워서 사용하는 이유는 구우면

훨씬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게트를 오븐에 굽고 파프리카를 구워서 껍질을 벗겨내고

얇게 썬 후에 엑스트라 버진과 소금, 후추, 바질을 넣어 섞은 후

구운 바게트 위에 올린 후 파다노 치즈를 뿌리면 끝.

실패할 확률이 별로 없는 멋진 애피타이저 완성이다.

 

 

뒤이어 소개하는 '아보카도 무스와 생새우를 곁들인 브루스케타'는

4단계만에 끝나는 더 간단한 요리다.

색이 다른 요리이기에 그 맛이 더욱 궁금해진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part4의 파스타였다.

이유는 바로 '봉골레 스파게티' 때문이었다.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와 함께

기본형에 들어가는 스파게티라고 하는데

평소에 워낙 좋아해 제대로 된 봉골레 스파게티를

먹고 싶지만 흔치가 않아서 아는 곳을

작정하고 가야할 때가 많았다.

집에서 쉽게 그 맛을 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는데

치킨스톡이나 야채스톡도 필요없이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홍합 등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이 책의 요리 중 가장 먼저 도전해 볼 위시리스트 일순위.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스파게티가 줄을 잇는다.

 

 

이탈리아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리소토일텐데

가장 일반적인 나폴리풍 해산물 리소토는

어려워보여도 해산물만 풍성하게 준비하면

어렵게 않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도전 리스크 상위권에 랭크시켜본다.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은 날,

분위기있는 음식을 연출하고 싶을 때 도전해보면 좋을

'바삭하게 구운 허브향의 감자와 문어, 바질 오일'

문어와 감자가 오래 전부터 인기있는 조합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렇기때문에 그 맛의 조화가 더 궁금하다.

문어 다리, 로즈마리 줄기, 썬드라이 토마토, 후레쉬 모짜렐라

약간의 준비할 재료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간단한 준비로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는

그만일 듯 싶다.

 

 

마지막 part6은 디저트이다.

풀코스로 즐기는 마지막 단계.

레몬, 설탕, 물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레몬 셔벗.

여기에 자빌이나 루꼴라를 넣어 갈아 주면

색다른 셔벗을 즐길 수 있다는 팁도 살짝 알려준다.

 

 

가장 입맛을 당기는 디저트는 '초콜릿 무스'

저자가 피곤할  때면 만들어 먹는 디저트라고 한다.

커피, 초콜릿 모두 좋아하는 나 역시

한 번 맛을 들이면 놓여나지 못할 것 같다.

재료도 젤라틴만 구하면 나머지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6장에서의 his story는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이탈리아로 훌쩍 떠나 7년 전 일하던 레스토랑의 식구들과

재회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힘들 법도 한 시절이었지만

그가 이렇게 단단하게 자랄 수 있었던 토대가 되었던

고향같은 곳에서 여전히 시간이 정지된 것같은

똑같은 모습으로 건재해 있는 식당, 식구들과 마주하며

감회에 젖는다.

 

 

그리고 에필로그.

매일 흔들리는 마음에도

'음식 정말 맛있네요!'라는 한 마디에

오늘도 다시 힘을 내어 음식 속으로 들어간다는

어쩔 수 없는 '셰프'.

흔들리고 고민하고 다시 다잡아가는

그 인간적인 모습이 그의 음식을 더욱

풍요롭고 깊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효자동이라면 집에서 머지 않은 곳이다.

한 번쯤 그 맛을 느끼러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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