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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면 좀 어때서 - 프로 게을리언이 던지는 '긍정적 게으름' 테크닉, 2018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 콘텐츠 선정작
변금주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게으름. 게으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다소 냉정하고 때로는 가혹하기까지 하다. 게으르다고 평가되면 여러 가지 사회적 보상에서 배제되거나 기회를 박탈당하곤 한다. 특히 새마을 운동 등 개발 시대를 사셨던 부모님 세대는 가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근면과 성실을 모토로 삼아야 했고, 일찍 일어나라, 부지런해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야 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마음 편히 게으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러한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몇 년 전, 서울 광장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고, 한 초등학생이 1등을 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멍때리는 것은 게으름의 대표적인 행위인데, 드러내놓고 멍때리고 그것을 시상하는 행사가 열렸다는 것은 경직된 사회에 유의미한 파장을 일으켰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게으름에 대한 예찬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게을러라고 하진 않다. 게으름을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눠서 아무런 목적과 생각 없이 게으른 것을 부정적 게으름으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게으른 것을 긍정적 게으름으로 본다. 그리고 보다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삶을 살기 위해 긍정적인 게으름을 피우라고 권하는 것이다. 매사에 부지런하여 불필요하고 무가치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거나 관심 있는 일에는 부지런하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적당히 게으름을 부려서 에너지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서 효과적인 시간 사용이라 할 수 있고, 또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적절한 동기가 있다면 알아서 부지런하게 하게 되고, 주체적으로 선택했다면 아무도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다. 동기의 시작은 재미와 흥미이다. 하는 일이 재미없으면 우리는 보통 꾸물거리기 마련이다.
이 책은 단순히 게으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게으름 혹은 부지런함이 결과적으로 성공 혹은 성취와 연결되어 지기 때문에 성공하는 방법도 다룬다. 궁극적으로 자기계발, 또는 성공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저자가 심리학 박사여서 게으름과 관련된 정서적 심리적 기반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심리학 입문서처럼 상당한 심리학 이론과 지식이 등장한다. 크게 다섯 장으로 나눠서, 게으름의 매력, 게으름 활용법, 불안한 마음 다스리기, 똑똑하게 게으르기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냥 게을러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효과적으로 부지런하라는 말이다.
어릴 적, 멍하니 있으면 ‘뭐라도 해라’고 말씀하시던 부모님 말씀에 게으름에 대한 죄책감을 갖곤 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 잘 사는 줄 알았다. 빽빽한 일정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면, 좀 게을러질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빨리빨리를 그만 외치고, 좀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친구가 있고, 사랑이 있고, 삶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