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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 대학·중용 ㅣ 옛글의 향기 5
주희 지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18년 8월
평점 :
한자로 쓰여진 동양 고전은 함축적인 언어의 특징 덕분에 원문 그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글 세대에게는 더욱 한자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문학을 배우거나, 혹은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동양 고전이기도 하다. 그것은 학문의 가장 근간을 이루고 있고, 또 인간사에 대한 깊은 통찰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에게 대학과 중용은 쉽게 접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책이기도 하다. 어릴 적 기껏해야 사자소학이나 천자문 정도 배운 것이 고작이었고, 중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몇 문장 발췌해서 접한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때는 그저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워야 했지 원전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봤던 “日新 日日新 又日新”이 대학에 나온 문구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가 여러 학자들의 학설을 종합하여 <대학장구>와 <중용장구>를 지었다. 그리고 이것은 <논어>, <맹자>와 함께 유학의 핵심 경전인 사서로 분류된다. 이 책은 대학장구와 중용장구를 완역하여 편집하였고, 옮긴이의 해설도 덧붙여 두었다. 각 장별로 먼저 원문의 우리말 해석을 제시한 후, 원문에 독음을 달아 보여준 다음, 원문에 대한 저자의 자세한 설명이 뒤따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문만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한자가 어렵다면 우리말 해석과 옮긴이의 설명만 읽어도 충분하다. 한문의 함축적 표현이 멋있기도 하지만 당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교 문화의 영향 아래 남아 있고, 중국 고사나 사자성어를 인용하여 현실을 비판하거나 상황을 묘사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 교수나 정치인들이 이러한 고전을 인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분들을 자연히 떠올리게 됐다. 카메라 앞에서는 국민들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밀실에서는 자기 이익을 위해 쉽게 야합하고 국민들은 뒷전인 그들의 모습 말이다. 이런 고전을 읽는 행위가 사람들 앞에서 폼 잡으려 한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고전의 가르침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비단 정치인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예(禮)와 인(仁)을 갖추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가 된다면 오늘 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