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파리를사랑해 #양선희 #책스타그램 "소리내어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가짜였다."는 말은 반대로 읽어보기. 그렇지만 사랑 대신 '이별'이란 단어를 넣었을 때는 딱 맞아떨어지고 마는 문장.
#네가누구든얼마나외롭든 #김연수 #책스타그램 이 책은 별과 별, 그 사이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들로 이루어지는 별자리에 대한 소설이다.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마치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외로운 별들이나 같다. 어쩌다 거기 놓였으며 언제부터 놓였는지도 알 수 없는 우연의 부산물, 별.우리가 그런 별과 같음은 자신이 속한 시대를 조금 낯설게 볼 수 있는 순간 강렬하게 깨닫게 된다. 굳이 80년 광주가 아니어도, 87년 대투쟁시기의 대학가가 아니어도, 마치 공기나 맑은 물과 같아 의식하지 못했던 주변 환경을 새삼스럽게 보는 순간이라면. 납득하기는 커녕 이해할 수 없는 시공간에 혼자 '우연하게도' 놓여있다는 것에 대한 아픈 깨달음.그렇지만 섭동이란 말이다. 내 옆에 놓인 사람, 앞에 놓여 나를 있게 한 사람들 하나하나의 자장이 잔물결처럼 번지는 거다. 흡사 얇은 사 하이얀 모시적삼이 고이접어 나빌레라하는 그런 여리디 여린 너울거림으로, 갸냘픈 선들이 이어지고 그건 밤하늘의 별자리로 올라앉는다. 그렇게 소설은 점점이 박힌 별들로부터 선을 끌어내고 그 선으로부터 다시 여리지만 아름다운 필연을 읊조리는 것만 같다.
#강의 #신영복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필리버스터 좌초 정국이 모두를 욕구불만 상태로 밀어버린 즈음, 모든 사상은 시대의 과제나 근본모순을 인식/해결하려는 관점의 차이라는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다.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란 부제를 달고서 노골적으로 본인의 관점임을 천명한 글. 곳곳에서 오랜 옥살이 경험과 맑시즘 등 변혁이론에 대한 애정과 당파성이 읽힌다. 일테면 이 문단을 발췌한 사진에서 드러나는 세상은 무려 세 겹의 필터를 거쳐 해석된 세상이다. 당대의 문제를 인식, 해결하려는 묵자의 해석, 묵자의 해석들을 이리저리 꿰어 자신의 문제의식과 관점에 맞춰 현재에 유의미한 내용으로 재구성한 신영복의 해석, 그리고 신영복이 취한 내용 중에서 우연찮게 욕구불만 상태의 내게 필터링된 문구나 관점들.
#독재자를무너뜨리는법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제목이 아쉽다. 비폭력의 전략적 우위와 승산을 논하는 영악하고 유머러스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른다면, 굳이 불필요하게 각을 세우거나 사람들을 겁먹게 할 필요는 없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나보다 강한 상대를 돌려메치기 위한 일반적인 전략과 통찰을 담고 있는 책이니깐. 그것도 꽤나 재미있고 새로운 관점들과 당장 응용가능한 전법을 던져준다.좀더 사회적인 차원, 거리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웃음과 재미가 곧 전략이다"라는 그의 웃음행동주의laughtivism이야말로 번번이 차벽 앞에서 자중지란을 벌이는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었는지 모른다. 대항폭력의 정당성과 비폭력의 도덕성 모두 맞는 말이지만, 승리를 염두에 두고 조금은 더 노련하고 여유로운 경기 운영이 필요한 거였다. 비폭력주의를 단단하게 가진 저자의 신념과 근거는 꽤나 크고 오랜 울림을 남기고, 이내 한국 현대사의 여러 굴곡들에 대해 다르게 상상해보게 만든다.
#두얼굴의조선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시종일관 평면적이고 단순한 구도, 나쁜 양반 지배층과 수탈당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채 말줄임표와 느낌표가 난무한다. 이렇게 헐겁고 엉성한 접근으로는 결국 조선 혹은 조선의 국가시스템이 어떻게 다른 나라와 다른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500년이나 버텼는지 캐내지 못한다. 아마도 이 책의 결론인 듯한 '고려와 조선을 경과하여 존재하였던 특권 지배층은 여전히 이어진다'는 주장의 근거나 단단함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점에선 로스차일드가 운운하는 '화폐전쟁'과 같은 류의 음모론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습도 보인다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 지배계급의 악의와 교활함은 마치 상수와 같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명철하게 꿰뚫고 늘 관철시키는 것처럼 간주하는 태도라니, 너무나도 나이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