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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깊은 계단
강석경 지음 / 창비 / 1999년 10월
평점 :
이 책은 90년대의 삼십대가 어떤 정신적 방황과 사랑을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여 있다는데..
내가 이 책을 처음 집어 든게 90년대가 끝나버린 2000년도에 나의 이십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울한 소설인 듯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네명의 주인공,
맨발로 발굴작업을 하며 땅과의 교감을 통해 몇천년 전 시간을 건너뛰어 신석기인들의 체취를 몸으로 느끼는 낭만적인 고고학도 강주
강주의 애인이었다가 강주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강주의 아이를 임신한 채 그의 사촌 강희와 결혼하게 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진
독일에서 유학 후 귀국하여 연극연출하고 있는 강희(강주의 사촌, 자유분방게 생활하는 편이지만 독일여자친구 마리나의 표현에 의하면 자유주의자 같지만 사실은 가부장주의자인듯. 어머니가 정식부인 아니고 첩),
은행원이었다가 지금은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소정(강희의 여동생, 현재 남편과 거의 별거상태),
그들과는 10여년이 뒤쳐졌지만, 그들과 꼭 영혼의 쌍동이인양 그들의 울림이 마냥 내것인 것처럼 스며들며 침착되었다
천년고도 경주, 고고학도들, 옛유적지발굴작업, 강주가 좋아하는 투탕카멘의 초상에 놓인 빛바랜 보라색 화환, 붉은 산당화 꽃가지, 카르멘, 하바네라.리스트의 사랑의꿈.드뷔시의 달빛.비틀즈 등 피아노 연주 등 클래식, 마그리트의 그림, 이집트 박물관의 네페르티티 흉상 등 슐리만이나 카터 등의 낭만적 발굴사, 베를린, 환도와 리스, 연극, 그리고 프랑스영화'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을 떠올리게하는 기혼자의 이발사에 대한 연예담.....등 이런 인문학적 껍질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듬해 2001년 나는 막 대구에 정착하려는 찰나, 환상적인 천년고도 경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터라, 천년고도 경주라는 고고학 유적지 발굴작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강주처럼 저 혼자 깊어가는 강, 그 강에 뛰어 들어 자맥질하면서 은어도 건져 올리고 숭어도 건져올리지만 바닥을 볼 수는 없는, 다가가면 어느새 물러서는 산그림자 같은(23p), 그래서 가장 가까운 이진조차도 외롭게하는 그런 강을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지 않을까
또한 우리의 가슴 속엔 남모르는 계단이 있고 삶의 껍질을 벗고 그 계단으로 내려간다면 본질을 만날수 있다고 하는데(310p).....아직 그 껍질을 벗지 못하고 버거워 껴안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계단으로 내려가고자 이 책을 읽으며 도움을 청하는건지도.......그래서 우리 속엔 그 계단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계속 상기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강석경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이 너무나 크게 자리해서인지
그녀의 전작들은 잘 읽혀지지가 않았다.('능으로 가는 길'은 사진이 좋아 자주 가방에 챙겨다닌다)
그러고도, 3-4년을 주기로 이 책을 다시 읽곤 했다
2011년 다시금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아직 이 책을 다 끝내지 않은 느낌이랄까
이젠 인문학적 낭만의 향유만이 아닌 그들의 내면을 더 공감하며 조우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삼십대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그런 나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