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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968 - 복원의 시대를 위해 돌아보는 1968년 이후 한강 상실의 이력
김원 지음 / 혜화1117 / 2025년 6월
평점 :
하천복원, 홍수대책, 4대강을 주로 연구해 온 김원 작가는 어느 날 한 장의 사진을 보다가 눈물이 났다고 한다. 1975년 여의도 인근 한강 준설 모습을 찍은 항공사진(6쪽), 트럭이 다녀 생긴 좁은 길들과 손톱으로 할퀸 것 같은 흔적들이 모래사장 위에 수도 없이 펼쳐져 있는, 모래를 파헤치고 있는 공사 현장이다.(5쪽)
1894년 영국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보았던 옛 한강은 '물은 수정처럼 맑았고 그 부서지는 물방울 조각들은 티베트의 하늘처럼 푸른 하늘로부터 내리는 햇살에 반짝거렸다', '순백색의 모래사장이 뻗어있고', '무엇보다 반짝이는 금빛 모래의 강'이었다.(17쪽)
그러나 그날 본 그 사진 속 금빛 모래의 상처, 강의 상처는 작가의 상처가 되었고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강의 상실의 역사를 기록(1968년을 기점으로 한 한강의 변화과정을 연구, 기록)하며, 한강 복원을 위한 제대로 된 지향점을 찾고 있었다.
"상실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팔당 미사리에서 김포를 흐르던 한강은 변했다. 강을 파서 강을 메워 아파트를 지었다. 아파트는 모래를 먹고 자랐다. 모래 없는 강이 되었다. 쓰레기는 한강의 섬을 삼켰다. 강변의 도로는 사람과 강을 단절시켰다. 가로질러 강을 막아 강과 강을 분리했다. 강을 잘라 다른 강에 이어 붙이고 지류를 본류로 만들었다. 강물은 더러워졌다. 강은 하수구가 되었다. 국불구불 흐르던 모양은 미끈한 직선이 되었다. 강은 강 안에 갇혔고 사람은 땅에 갇혔다. 한강은 정복되었다. 1968년부터 1986년까지 단 18년동안 일어난 일이다."(7쪽)
서문을 읽은 후에, 지금 푹 빠져서 읽고 있는 김훈의 남한산성의 주요 장소인 <삼전도비>가 있는 "잠실"이 궁금해서 먼저 펼쳐서 훑었다. 건설용으로 파헤쳐져 준설된 신천의 드넓은 모래사장은 소실되고, 신천 북측 구의쪽 강변은 매립되어 그 위에 아파트(&강변역, 동서울터미널 등)가 지어지고, 한강 지류였던 신천이 모래사장 준설로 폭이 넓어져 한강 본류가 되고 그 위로 잠실대교가 세워지고, 잠실섬 남쪽 한강 본류인 송파강은 양쪽이 매립되어 사라지고 지금은 석촌호수로 그 흔적만 남아있고, 3개의 섬(잠실도, 부리도, 무동도)이었던 잠실은 매립으로 육지가 되어 대단지 아파트촌(&올림픽경기장, 아산병원 등)이 되었다.
청 황제가 인조의 무릅을 꿇게 한 그 삼전도는 송파강의 남쪽나루터다(조선 4대 도선장: 한강도, 양화도, 노량도, 삼전도). 인근에 살때 산책때 만난 삼전도비를 볼때마다 삼전도라는 명칭이 생뚱맞았고 왜 이 장소였을까 궁금했는데, 50~6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옛 한강의 송파강과 삼전도의 존재로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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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문 정도만 읽었지만 강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연구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꼼꼼히 읽어 보려 한다. 그리고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도 병행해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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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몆년 전 우연히 한 택시기사님으로부터 들었던, 어릴적 밤마다 남산쪽 불빛을 따라 올라오는 작은 게들을 잡으셨다는 이야기가 허황된 것이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이제는 그 게잡이도, 한강변의 그 금빛 모래사장도 영영 볼 수 없으려나. 샛강 생태숲에 수달이 찾아온 것처럼 한강 생태도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강이 없으면 인간의 삶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9쪽)
무척 동의가 된다. 내가 한강에 대해 자주 느꼈던 점은 "강으로 가기가 힘들다"이다. 도시의 강은 원래 그런가보다 했지만 저자도 똑같이 지적해 주었고 그 이유는 이러해서이다 라고 얘기해 주어 나는 이 책이 한강 복원의 시대를 위한 첫 발걸음인 것 같아서 귀하게 여겨진다.
강변도로의 편리함, 강변에 늘어서 있는 아파트단지들은 많은 이들의 꿈의 집이 되어있는 현재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늦었다고 할때가 가장 빠른 출발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한강 상실의 역사를 읽고 한강의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