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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내에게
아사다 지로 지음, 박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아사다지로의 두번째 읽은 단편집. 잘 읽힌다.
특히 <숨바꼭질>, <덧없음>, <금팔찌>, <낯선 아내에게>.
나보다 20여년 앞선 세대의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봄날 밤에 얼굴에 감기는 부드러운 봄바람 같은 문장들이다. 그 중 <덧없음>의 마지막 부분(126~129p), 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달빛 아래 만개한 벚꽃과 함께 이미 고인이 된 남편과의 재회와 대화는 너무 아름다워서 필사해 두었다.
(<낯선 아내에게>는 영화 <파이란>의 원작인듯)
/덧없는 빛이 고요한 봄날에......(112p)
/달빛이 드는 베개맡에 남편이 앉아 있다. 이제야 오셨군요. 너무 늦었잖아요.(126p)
~ "어땠어? 뭐가요? 이곳에 사는 동안." "행복했지요. 두려울만큼."(128p)
~ 귓속에서 아이들의 환성이 똑똑히 들려왔다. "날이 저물어요. 애들 데리러 가야겠어요." "그렇군. 그럼 같이 가볼까." 남편이 내민 손을 꼭 잡고 후사코는 가뿐하게 일어났다. 발 밑에서 콫잎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단지의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후사코는 오래도록 정이 든 자신의 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잘 있어. 고마워."(12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