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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 소나무 / 2006년 9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내 맘에 쏙드는 책을 만났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평화는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이 책..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미처 생각지도 못할 뻔 했던 평화라는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뻔하였다. 우리의 가까운 곳에도.. 심지어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에도 평화는 분명 존재한다고, 그 평화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내 가슴 깊숙한 곳에 세세히 박히게 하였다. 전쟁과 평화는 정반대의 의미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준 소중한 책을 소개하려 한다.
# "다시 전쟁이 온다 해도, 폭탄이 쏟아진다 해도 이 강가에 와서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실 거에요. 전쟁이 우리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걸 그들이 볼 수 있도록, 우리가 전쟁보다 강한 일상을 가졌단ㄴ 걸 볼 수 있도록."
위에서 일방적으로 일으킨 전쟁은 평범한 이들의 평화를 앗아가려 하였다. 전쟁을 일으킨 그들은 평화라는 단어를 함부로 빌려가며 전쟁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이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하는 상황.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역사책에 그들의 전쟁 이야기를 실을 것이다. 자신들이 승리하였다고.. 악한 이들을 물리쳤다고..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역사와 평화를 간과하고 잘못 파악하고 있다. 진정한 역사는 역사가 흐르는 강변에 집을 짓고 일상을 살아가는 자들의 것이라는 것을....
# "나는 이곳에 올 때 스스로 약속했어요. 이 전쟁에 평화의 증인이 되겠다고, 이 전쟁을 기록하겠다고, 죽이는 자의 눈이 아니라 죽어가는 자의 눈으로, 미국의 눈이 아니라 이라크 사람의 눈으로 이 전쟁을 기록하고 증언하겠다고..."
그녀는 평화의 증인이 되기 위해 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하지만 죽어가는 자의 눈으로 전쟁을 기록하겠다는 의지로 평화의 실천을 하였다. 대단한 용기가 아닌가.. 남편과 아이들, 가족들이 있고 사랑하는 조국이 있다. 그런데 그 보이지도 않는 평화라는 녀석을 몸소 느끼고 실천하기 위해 이라크로 뛰어들었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지금 아무것도 없는 나도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의 용기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전쟁은 늘 두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쪽이 죽는다면 다른 한 쪽은 이긴 것입니다. 사람은 이기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긴 자의 눈으로 본 것만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역사는 이긴 자만을 기록한다. 그 승리의 역사 밑에 희생되어간 무고한 사람들은 아무런 기록없이 조용이 묻히고 만다. 나는 이라크 전쟁도, 아프간 전쟁도 그렇게 묻어갈까봐 두려워진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하에 희생되어간 무고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아우성.. 그들의 억울함이 무섭도록 가까워지는 밤이다..
매스컴을 접하고 있는 우리.. 오늘은 이라크 내 테러로 인해 몇 명의 미군 사상자가 있는지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라크 국민들이 희생되는지 알 수 있는가? 왜 그들이 희생되는지 알고 있는가? 승리하는 자들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가끔씩 어디가 아플 때면 아픈 부위의 맥박이 유난히 크고 거칠게 느껴지곤 하지요. 손끝이 아플 때면 손끝에서... 관자놀이가 아플 때면 관자놀이에서... 배가 아프면 배 위에서... 심장이 그곳으로만 피를 보내듯 숨가쁘게 펄떡이는 맥박에 온 몸의 신경이 쏠리곤 합니다. 늘 고동치던 맥박일 터인데 왜 그제서야 그곳에서 고동치는 맥박의 소리가, 펄떡임이 들리고 보이는 것일까요. 몸은 그렇게 아픈 곳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며 피로, 숨으로, 소리로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들은 항상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우리는 봐달라고, 우리에게 평화는 나누어달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 아우성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무시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이라고 그들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아주는 건 어떨까.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월드비전에 정기 후원금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한달에 만원. 어떤 이들은 코웃음칠 하찮은 돈이겠지만 그들에게는 한달을 살아가는 소중한 돈이라고 한다. 용기를 내어 자동이체를 신청해두었다. 이 책을 다른 많은 이들이 읽으면서 그들을 생각하는 평화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부채를 생각해보세요. 각 부채의 살이 한 곳에 모여있지요. 그것을 모으고 있는 고리는 움직이지 않잖아요.
나도 그런 마음으로 작은 실천을 시작한 것이다. 나의 도움은 미약하기 짝이없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물결을 다른 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전파해주려한다. 나의 작은 물결이 큰 파도가 되기를 희망하며..
# 어머니, 이 꽃을 보세요. 그 폭력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피어났어요. 저 폭력으로도 이 꽃이 피는 걸 멈출 수 없는 거에요.
평화는 전쟁을 이길 수 있다. 평화는 미움을, 질투를, 증오를 이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순간부터 이길 수 있다고 믿으려 한다. 불공평한 세상. 다툼과 증오의 목소리가 가득찬 이 험한 세상에서 사는 길은 무엇일까..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바로 평화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