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아이들 그림책 1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 두레아이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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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얇은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물론 두꺼운 책도 탄탄한 구성이라는 무시하기 힘든 매력이 있지만 얇은 책은 일단 들고다니기가 편하고, 짧은 시간을 소비하고도 큰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많이 애독해주고 있다. 가끔은 밑도 끝도 없이 마무리 지어버리는 이기적인 단편들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읽고 추천해주는 단편들을 찾아 읽는다면 그런 위험성은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지하철로 이동하는 약 1시간 동안에 깔끔하게 읽어버린 이 책 역시 나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이 책은 제목이 예뻐서 그냥 빌린 책이었는데 지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한다. 53년에 출간되어 13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책. 본문 내용은 고작 7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전세계의 독자들을 매료시킨 이 얄싸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힘은 무엇인지 다시 책을 읽었던 그 시간을 되짚어 보려한다.

 

# 인간, 그리고 자연.

 

어느 때부터인가 인간은 지구상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주어진 공짜 선물인것 마냥 이용하고, 파괴하고, 괴롭히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야 자연에게 주었던 상처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것 저것 고쳐보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 놓은 전적들이 너무나도 화려하기에 다시 되돌이키는데 큰 버거움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기온과 어울리지 않는 날씨, 그리고 온갖 종류의 자연재해와 진행되고 있는 오존층의 파괴, 빙하가 녹음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우리가 해놓은 몹쓸 짓들로 인해 우리 다음 세대의 후손들은 아마도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저 조상 잘못 만난 탓으로..

이 책은 우리의 현실과 정 반대의 이야기이다. 어느 황폐화된 마을. 초록빛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고, 황폐화된 마을에 우물은 이미 마른지 오래이다. 사람이 살 수 없을 듯한 그런 곳에 양치기 한 명이 살고 있다. 그는 매일마다 나무를 심는다. 떡갈나무, 너도밤나무, 그리고 희망의 보리수 나무까지. 그는 보이지 않는 희망을 품고 끝을 알 수 없는 나무심기를 이어간다. 자연과 하나된 주인공 모습은 경이롭기까지하다.

 

# 그의 희생, 그리고 실천, 그리고 희망

 

양치기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작은 희망을 바라보고 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하지만 폐허와 같은 마을을 다시 부활시킨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양치기는 얇게 새나오는 희망의 한 줄기 빛, 그 하나만을 바라보고 평생을 나무심기에 희생하였다. 만일 그가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다면 그의 희망은 그냥 희망사항으로만 남아있었겠지. 하지만 그는 희망의 빛을 보고 몸소 실천하였다. 실로 평생의 희생이라고 할 만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결국에는 사람들이 돌아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내었다.

희망을 찾아 이야기하고 실천해낸다는 것. 말하는 거야 쉽지만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무턱대고 노력하고 희생한다는 것은 무모해보이는 도전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천조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모습 그대로 멈춰있을 것이다.

나무를 심음으로서 숲이 무성해지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행복하고 따스한 마을이 만들어졌다. 작은 실천이 그 희미하던 희망의 빛을 눈부시게 부활시킨 것이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그 양치기는 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희망을 심었던 듯 싶다.

 

# 묵묵히 자신을 바친 양치기와 그에 보답해준 나무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 세상이 변화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지니고 있고, 그 생각처럼 생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멋진 연극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무대 뒤에서 묵묵히 일해주는 스탭들의 수고가 필요하다. 환경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아마도 내가 지금 살고있는 시대를 내다본 작가가 "너희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야~"라는 생각으로 쓴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가 인식해야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해주고 있다. 묵묵히 희생해준 양치기 덕분에 그 마을의 후손들은 평온한 삶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나만의 희생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희생이 아닐까..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 한번쯤은 읽어보고,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였다.

 

덧글. 그래도 양치기는 성공적인 투자를 한듯 싶다. 10년만에 멋진 마을 꾸리기를 성공하였으니까.

어떤 것은 50년, 100년이 지나도 그 수익이 투자한 양보다 적은 것도 있지 않은가. 양치기에게 투자전략 좀 배우고 싶어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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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작은 책
호세 안토니오 미얀 지음, 유혜경 옮김, 페리코 파스토르 그림 / 큰나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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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깝깝한 일이 너무나 많다. 과외일이 그러하고, 시험공부가 그러하며, 학점에 대한 압박도 그러하다. 오늘, 너무나 복잡한 마음에 잠시 열람실에 들러 책꽂이 사이사이를 기웃거리다가 얇고 말끔한 책을 한권 발견했다. 이름하야 [이름없는 작은 책]. 이 책이 이름 없고 작은 책이라는 말이 아니라~ 요 책의 주인공이 이름없는 작은 책이다.(응?! 뭔소리..-_-b 읽어보시면 알아요..ㅎㅎ^^;;) 여하튼, 약 100 페이지 밖에 안되는 이 책이 그 답답하던 나의 기분을 업~ 시켜주더라구.... 진흙 속에서 찾은 진주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 책이 살아서 움직여요~

 

동화스러운 이 책은 책을 의인화한 이야기이다. 책들이 자기들끼리 결혼해서 아기책을 낳고,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또 사람처럼 가지각색의 성격을 지닌 책들이 존재하고(과학책, 군사관련책, 요리책, 백과사전 등등등..) 그 특색들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꾸려나간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할아버지, 할머니책은 손자책을 따뜻하게 사랑해주고 부모님책은 아기책의 성공적인 미래를 기원한다. 책들의 사람같이 능청스런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에 빠져있다보니 무의식적으로 키득거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삽화가 너무너무 귀여워..^^

 

이 책은 스페인에서 어린이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다보니 책 속에 들어가있는 삽화들도 너무나 귀엽고 정감이 간다. 깐깐해보이는 엄마 과학책, 근엄해보이는 전쟁 할아버지책, 칼을 들고 정신사납게 재잘재잘 설쳐대는 만화책 무리들.. 이야기의 아기자기한 구성에 어울리는 등장책(등장인물은 아니니까..)들이 삽화로 생기있게 움직인다. 만약 이 책에 삽화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재미가 몇 배는 줄었을걸?

 

# 이렇게 얇아도 나름 성장동화라구요~

 

주인공은 "옛날 옛적에...."와 "끝", 이렇게 단 두줄만이 적인 이름없는 작은 이야기책이다. 다른 친구들은 금방금방 이야기를 늘려가고 페이지수를 부풀려가는데 이 주인공 책만이 자랄 생각을 안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님책들은 자라지 않는 작은 이야기책을 보며 걱정을 하고, 자라는데 좋다는 방법들을 모두 써보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할아버지책을 만나고나서 요리책 아주머니와 집에 돌아가던 길에 '백과사전은 모든 것을 알고있다'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접수하게 된다. 작은 이야기책은 얼른 자라나고 싶은 욕심에 도서관 제일 끝 줄에 살고 있는 백과사전을 만나러간다. 책장 하나, 하나 디디고 올라가면서 연극책, 기술책, 제본, 심지어는 좀벌레까지 만나며 내면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뭐.. 자라는 법을 결국 깨닫지는 못하지만..

 

# 책의 결론은 이렇다.

 

작은 이야기책은 자신이 작고 어리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책은 그런 손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달래준다.

 

"네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넌 이 세상에서 뭐든지 될 수 있는 거란다. 예를 들면 오늘만 해도, 넌 제일 높은 책장 선반의 안내책이 되었고, 또 좀벌레 숲의 투사가 되지 않았니. 지금은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잠드는 아이가 되었고. 그밖에도 많은 게 될 수 있단다"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작은 이야기책과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 하고 싶은거 다 해보고 싶다...' 빨리 자라나고 싶어하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미워하면서 멋진 미래를 꿈꾸던 시절이.. 하지만 이렇게 자라나고보니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눈물나게 그리워진다. 어느 이름없는 작은 책의 빈 여백은 무엇이든지 적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행복하고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나를 한번 돌아볼까. 벌써 1/4가량이나 채워버린 '내 인생'이라는 책은 즐거웠던 내용들보다는 후회스런 내용들이 더 많이 적혀있는 듯 하다. 하지만 아직 써내려간 부분보다는 빈 여백이 더 많은 연습장이기에 안도감이 들기도.... '아락실의 멋진 인생'이라는 책을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서 내일도 즐겁게 살아가야지...

이 책.. 왠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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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기다리다 - 제13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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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굉장히 얇다. 금방 읽을 수 있는 짧은 단편 2개가 실려 있다.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이라는 처음 듣는 대회의 수상작이라서 이 책을 골랐다기 보다는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실려있을 듯한 낭만적인 책 제목 때문에 읽기 시작하였다. 음.. 하지만 내가 기대하던 사랑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 두편이 실려있을 뿐....

 

첫번째 이야기, 바다에서 기다리다

 

내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평범한 일상처럼 풀어쓰는 힘이 있기 때문이고, 그런 평범한 듯한 글이 내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이 단편 역시 그러하다.

후토짱은 주인공의 입사동기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다. 그들은 어느날 약속을 한다. 누군가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면 상대방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애주자고. 이게 왠 쌩뚱맞은 이야기?!냐고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럴듯 하기도 하다. 요즘은 누가 볼까봐 비밀 일기장을 만들어두는 것도 조심스러운 시대. 당연히 자신의 숨겨둔 이야기, 비밀들은 개인 컴퓨터 깊숙한 곳에 숨겨두겠지.. 여하튼 그들은 그런 약속을 한다. 그런데 후토짱이 갑작스럽게 죽고 만다. 그것도 투신자살하는 윗집 아저씨의 몸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뇌진탕으로..- _-;; 친구가 죽자 주인공은 약속했던 대로 그의 하드디스크를 제거한다. 어느날, 주인공은 후토짱을 생각하며 그의 예전 원룸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 유령 후토짱이 있다. 주인공은 섬뜩한 마음을 갖으면서도 그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마치 그가 죽기 이전처럼...

이게 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이해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소설 속의 분위기가 나의 온 몸을 휘감는 듯한 요상한 기분. 암튼.. 뭐라 형용하기 힘든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노동 감사절

 

나는 책 제목인 [바다에서 기다리다]보다도 두번째 이야기 [노동 감사절]이 더 흥미로웠다. 옆집에 살고있는 노처녀 언니가 썼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우리 주변에 있을 만한 평범하고도 공감할만한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서른살 후반의 무직 노처녀. 남들이 보기에도 깝깝하고 자신이 생각해도 답답한 나이. 게다가 직업없는 백조. 어느날 옆집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급작스러운 선을 주선한다. 하지만 그 상대 남자는 얼꽝에, 분위기꽝에, 그녀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선을 보다가 못참고 뛰쳐나온다. 그리고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후배를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나라 사람이 썼다해도 믿을만한 현실성이 스며들어있는 문체와 하소연하는 어투, 백수 노처녀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재미있는 표현들.... 요즘같이 그렇고 그런 소재들의 현실성없는 이야기들보다 이 소설이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너무나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했던 이야기 중에 하나..

 

"산타클로스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열살 전후에 모두 알았으면서

어째서 남은 70년 동안 계속 산타클로스를 찾는걸까?

꿈이 있다? 꿈 따위 꿀 시간이 어디있냐~

산타클로스여,

만약 존재한다면 온 세상의 직업 안정소를 돌며

실업자들의 구멍 뚫린 양말에 조건 좋은 직장이나 넣어주며 돌아다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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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의 눈물 1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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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교 발자취를 되새겨보자면 초등학교 때는 맛난 것을 사주는 전도사님이 좋아 교회를 다녔었고 중학교 때는 친구를 따라서 성당을 다니며 심지어는 세례명까지 받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공부가 바쁘기도 하였고 마음이 가지 않아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종교라는 것이 신이 실제 존재한다는 믿음 하에서 지켜나가는 것이고, 나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감싸주기 위한 보호막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나는 믿음 없는 종교는 그들만의 종교라는 생각으로 주말에는 집에서 고이 쉬고 있다. 신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만을 위한 전지전능의 실체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시험기간이면 기도를 하기는 하지만 그 대상은 창 밖에 떠있는 '달님'이 되거나, '별님'이 되곤한다. 이런 이야기를 종교를 갖은 친구들이 들으면 굉장히 광분하곤 했기에 요즘에는 종교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히 있곤 한다. 어디서든 종교이야기는 조심스러운 소재이기에....(세례명까지 받은 나이기에 천주교를 믿는 친구들은 배신자라고 하는 소리까지 들었었다..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1. 가까운 미래, 인류의 운명은...

 

이 책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이다.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광컴퓨터와 같은 기술들은 앞으로 개발될 수 있을 듯한 첨단기술 중에 하나이다. 또한 신흥종교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새롭게 확장되어가는 새로운 종교가 세상을 잠식해가고 있다. 그 첨단기술과 '영혼진리교'라는 종교, 즉 과학과 종교의 부적절한 조합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해가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항상 그랬듯이 선과 악으로 나뉘어진다. 선은 먼저 죽은 샴쌍둥이 언니로 인해 편두통에 시달리는 앰버와 과학자 마일즈, 악은 적의 교황 사비에르와 자신을 하느님의 둘째아들 루시퍼라 칭하는 브래들리 박사가 있다. 그들이 그려내는 이야기와 작가가 그려낸 구성이 너무나 탄탄하고 실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에는 소름이 돋기도 하였다. 인류의 미래는 인류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2. 섬뜩한 소재, 사후세계를 믿는가?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신이 그리 착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소재를 던져준다. 종교를 믿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은 이후에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극락, 또는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혀지는 사후세계는 그리 편하지만은 않고 어두우며 괴로워하는 영혼을 볼 수 있다. 또 루시퍼 브래들리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나의 뇌리 속에 박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하느님은 둘째아들, 즉 어둠의 아들인 나를 내려보내셨어. 이번엔 선과 사랑을 설파하는게 아니라, 단호하게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세상을 지배하는 건 악마라는 걸 믿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인간들은 종교의 족쇠해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의지를 회복하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을 테니까."

전세계를 통해 방영되는 적의교황의 죽음과 그 이후의 발언에 전 세계는 혼란에 빠지고 만다. 또 미래의 신기한 기계, 브라이언을 통해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은 나로 하여금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들었고 책을 잡는 순간부터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이 죽은 후에 뇌파를 통해 다시금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등장인물 앰버는 샴쌍둥이 언니로 인해 삶과 죽음을 오간다.... 그리고 브래들리 박사는 컴퓨터 하나로 전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소설로 읽기에는 흥미롭기 그지없는 소재이지만 말도 못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소재들. 이 책의 힘이었다.

 

3. 루시퍼, 그의 임무

 

'빛을 가져오는 자'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 루시퍼는 본래 천사였다. 하지만 하느님의 벌을 받아 악을 대표하는 사탄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루시퍼는 하느님이 어리석은 인간들을 깨우쳐주기 위하여 하느님이 직접 자신을 보냈다고 주장한다. 어떤 말이 진실일까.

왠지 이 책도 다빈치코드만큼이나 논란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확실하다고 믿어왔던 종교와 그 신의 존재를 의심토록하는 내용이지 않은가. 비록 소설이었지만 내 곁에서 일어나는 듯한 섬뜩한 기분으로 읽어내려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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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예찬 - 세상의 온갖 것들에 대한 예찬 2
샤를 보들레르.장 뤽 에니그 지음, 임희근 옮김 / 21세기북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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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는 wine, 프랑스어로는 vin. 정의는 신선한 포도 또는 포도과즙의 발효제품. 바로 포도주이다. 포도주는 달콤하고도 매력적인 맛에 과거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술이다. 최근에는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의학정보들로 인해 신뢰까지 얻게된 운 좋은 술이기도 하다. 뭐.. 유럽 쪽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신의 음료라 일컬어지는 술 중에서도 포도주에 대한 예찬론을 담은 책이다. [악의 꽃]의 저자인 샤를 보들레르와 장 뤽 에니그가 생전에 지었던 포도주에 대한 글을 모아 우리나라 역자가 옮긴 것이다. 이야기들을 모아 옮겼다고는 하지만 2시간 정도만 비스듬이 누워 읽으면 완독할 수 있는 얇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그들의 포도주 예찬은 가볍지 않다. 정말.. 포도주에 대한 그 위대한 사랑..ㅎㅎ 그들이 포도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 달래줘야 할 회한을 마음속에 지녔던 사람, 되씹을 추억, 묻어버릴 고통이 있었던 사람, 사상누각을 쌓아올렸던 사람..... 이들 모두가 포도밭의 넝쿨 속에 감춰져 있던 신비로운 신을 불러낸 것이다.

 

술은 사람을 인사불성, 눈뜨고 못 볼 정도로 만들기도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주기도 한다. 나의 대학교 수시 입학 면접 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다짜고짜 면접학생 4명에게 "자네들은 이 세상의 커피가 되고 싶나. 술이 되고 싶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른 모든 학생들은 '사람의 정신과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술 보다는 커피가 되고자 한다. 또 커피보다 술이 훨신더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이야기들을 했었다. 마지막으로 말할 기회가 주어졌던 나는 그냥 앞의 학생들과는 색다른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커피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안아줄 수 있는 술이 되고 싶다. 그들의 아픈 이야기들을 마음 편히 들어줄 수 있는 삶의 카운슬러가 되고자 한다.'라는 대답을 했었다. 그 대학은 불합격했지만 그 때의 내 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얘기하고 내가 감명받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ㅁ-ㅋㅋ)

아픈 이들을 감싸안아줄 수 있는 힘. 술 말고 그런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있겠는가. 물론.... 과하지 않게 섭취한다는 전제 하에서~

 

# 내 사랑하는 인간이여, 나는 날 가두고 있는 코르크 마개라는 자물쇠를 무릅쓰고 그대를 향해 형제애 가득한 노래를, 기쁨과 빛과 희망으로 충만한 노래를 뿜어내고 싶소. .... 내가 살고 있는 것이 그대 덕분임을 잘 알고 있거늘. 나를 만들기 위해 당신이 어깨에 뙤약볕을 받아가며 얼마나 고되게 일했는지도 알고 있다오. 그대가 내게 생명을 주었기에 나는 그대에게 그 보상을 해줄테요.

 

저자는 포도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다양한 표현과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다. 왜 포도주가 예찬을 받아 마땅한 존재인지, 포도주의 긍정적인 면을 아주 흥미롭게 써내려간다. 사람들이 포도주를 많이 먹으면 X가 된다는 점에서는 부정하지는 않지만 유쾌하게 비껴나가는 센스까지 발휘하고 있다. 술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즐기는 나로서는 공감되고 애착이 가는 글이었다.

"만약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 포도주가 없어진다면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건강과 지성에는 구멍이 뻥 뚫려버릴 것이며, 그 부재, 그 결함이야말로 이른바 포도주 때문에 빚어진다는 모든 비행과 일탈보다 더 한층 끔찍할 것이라고."

이는 본문에서 저자에 포도주를 예찬하는 부분이다. 애주가들이 이 문구를 읽는다면 무릎을 치면서 감탄하지 않을까..ㅎㅎ

 

술에 대한 로마의 속담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첫번째 술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해여, 두번째 술잔은 영양을 위하여, 세번째 술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네번째 술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걸어오면서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끔 기억하기도 싫은 실수를 주어서 그렇지 그 이외에는 맛에서나, 술자리의 분위기에서나, 친구들과의 친목에서나 정말 사랑스런 역할을 하고 있는 그이다.

나는 오늘도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다. 오늘은 친구들과 소주에 대한 예찬으로 산뜻한 분위기의 물꼬를 터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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