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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예찬 - 세상의 온갖 것들에 대한 예찬 2
샤를 보들레르.장 뤽 에니그 지음, 임희근 옮김 / 21세기북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영어로는 wine, 프랑스어로는 vin. 정의는 신선한 포도 또는 포도과즙의 발효제품. 바로 포도주이다. 포도주는 달콤하고도 매력적인 맛에 과거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술이다. 최근에는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의학정보들로 인해 신뢰까지 얻게된 운 좋은 술이기도 하다. 뭐.. 유럽 쪽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신의 음료라 일컬어지는 술 중에서도 포도주에 대한 예찬론을 담은 책이다. [악의 꽃]의 저자인 샤를 보들레르와 장 뤽 에니그가 생전에 지었던 포도주에 대한 글을 모아 우리나라 역자가 옮긴 것이다. 이야기들을 모아 옮겼다고는 하지만 2시간 정도만 비스듬이 누워 읽으면 완독할 수 있는 얇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그들의 포도주 예찬은 가볍지 않다. 정말.. 포도주에 대한 그 위대한 사랑..ㅎㅎ 그들이 포도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 달래줘야 할 회한을 마음속에 지녔던 사람, 되씹을 추억, 묻어버릴 고통이 있었던 사람, 사상누각을 쌓아올렸던 사람..... 이들 모두가 포도밭의 넝쿨 속에 감춰져 있던 신비로운 신을 불러낸 것이다.
술은 사람을 인사불성, 눈뜨고 못 볼 정도로 만들기도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주기도 한다. 나의 대학교 수시 입학 면접 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다짜고짜 면접학생 4명에게 "자네들은 이 세상의 커피가 되고 싶나. 술이 되고 싶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른 모든 학생들은 '사람의 정신과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술 보다는 커피가 되고자 한다. 또 커피보다 술이 훨신더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이야기들을 했었다. 마지막으로 말할 기회가 주어졌던 나는 그냥 앞의 학생들과는 색다른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커피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안아줄 수 있는 술이 되고 싶다. 그들의 아픈 이야기들을 마음 편히 들어줄 수 있는 삶의 카운슬러가 되고자 한다.'라는 대답을 했었다. 그 대학은 불합격했지만 그 때의 내 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얘기하고 내가 감명받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ㅁ-ㅋㅋ)
아픈 이들을 감싸안아줄 수 있는 힘. 술 말고 그런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있겠는가. 물론.... 과하지 않게 섭취한다는 전제 하에서~
# 내 사랑하는 인간이여, 나는 날 가두고 있는 코르크 마개라는 자물쇠를 무릅쓰고 그대를 향해 형제애 가득한 노래를, 기쁨과 빛과 희망으로 충만한 노래를 뿜어내고 싶소. .... 내가 살고 있는 것이 그대 덕분임을 잘 알고 있거늘. 나를 만들기 위해 당신이 어깨에 뙤약볕을 받아가며 얼마나 고되게 일했는지도 알고 있다오. 그대가 내게 생명을 주었기에 나는 그대에게 그 보상을 해줄테요.
저자는 포도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다양한 표현과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다. 왜 포도주가 예찬을 받아 마땅한 존재인지, 포도주의 긍정적인 면을 아주 흥미롭게 써내려간다. 사람들이 포도주를 많이 먹으면 X가 된다는 점에서는 부정하지는 않지만 유쾌하게 비껴나가는 센스까지 발휘하고 있다. 술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즐기는 나로서는 공감되고 애착이 가는 글이었다.
"만약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 포도주가 없어진다면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건강과 지성에는 구멍이 뻥 뚫려버릴 것이며, 그 부재, 그 결함이야말로 이른바 포도주 때문에 빚어진다는 모든 비행과 일탈보다 더 한층 끔찍할 것이라고."
이는 본문에서 저자에 포도주를 예찬하는 부분이다. 애주가들이 이 문구를 읽는다면 무릎을 치면서 감탄하지 않을까..ㅎㅎ
술에 대한 로마의 속담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첫번째 술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해여, 두번째 술잔은 영양을 위하여, 세번째 술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네번째 술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걸어오면서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끔 기억하기도 싫은 실수를 주어서 그렇지 그 이외에는 맛에서나, 술자리의 분위기에서나, 친구들과의 친목에서나 정말 사랑스런 역할을 하고 있는 그이다.
나는 오늘도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다. 오늘은 친구들과 소주에 대한 예찬으로 산뜻한 분위기의 물꼬를 터볼까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