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대 불가사의 -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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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만족스러운 책을 만난듯싶다. 정보와 재미, 그리고 한국과 그 역사에 대한 자긍심까지.. 약 350페이지 정도나 되는 얇지 않은 책을 이틀만에 완파해낸 힘은 바로 거기서 연유했을 것이다. 몇몇 한국인들은 외국의 문물, 외제가 우리의 것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들을 지니고 있다. 막상 다른 나라에 나가면 인정받고 있는 국산이지만 왜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세컨드로 내려가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점을 꼬집고 있다. 서양에서는 7대 불가사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역사 속에 위대한 문명과 문물을 지정해두었다. 나 역시도 그런 것들을 보면서 '왜 다른 나라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것들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나라에도 그 보다 뛰어난 역사 속 유산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름하여 한국 7대 불가사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알차고 재미있는 과학 유산들을 소개해주면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잃지 말라는 무언의 조언을 전해준다.

 

천문학, 세공기술, 청동기문명, 철기문명, 인쇄술, 함포전술, 문자. 이 책은 이렇게 일곱 분야의 유산을 소개해준다. 내가 많이 무지해서였을까.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뛰어난 문물들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였었다. 훈민정음을 제외한 나머지 문물들은 거의 처음 접해본 것들이었고 그만큼 내가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이 느껴졌다. 문자라는 것이 남아있지도 않은 선사시대의 조상들은 고인돌 위에 별자리들을 세겼다. 그 때부터 발전해온 천문학은 석각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으로 남게 되었고 동시대 다른 나라들에서도 인정했던 부분이었다. 당나라가 고구려에 쳐들어왔을 때 대동강에 석각 천문도를 빠뜨렸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표현해내기 어려운 다뉴세문경의 세심한 세공 기술은 기술이 발전한 지금까지도 재현해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수 백만 대군을 떨게 만들었던 용맹스러운 고구려의 개마무사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관대다라니경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우리의 인쇄술, 세계 최초로 함포 해전을 치뤘던 고려 최무선의 함포,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가장 배우기 쉬운 한글의 소개들을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신라의 황금보검을 통해 볼 수 있었던 훈족의 이야기였다. 신라 유물로 발견된 황금보검은 그 당시 동유럽 지역에서 유행했던 세공기술이라고 한다. 그 보검이 어떻게 신라로 들어왔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의문은 아시아에서 로마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했었던 훈족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하였다. 그리고 그 훈족이 한민족의 뿌리일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까지.

 

이 책의 매력은 단 하나의 유산에서 시작한 이야기이지만 그 내용은 그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 과학 이야기 등으로 풍성하다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한국인으로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들은 부수적인 서비스였다. 가끔은 우리 조상들을 탓했던 적이 있었다. 왜 다른 나라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지, 왜 항상 다른 나라에게만 당하고 우리는 가만히 있는건지. 그 모든 것들이 우리의 역사에서 기인한 것들이라고 어리석은 질책들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무지에서 생긴 생각들이었고 우리나라도 세계에 뒤지지 않는, 아니 최고의 기술과 자랑할만한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 학교에 하고 이 책과 비슷한 류의 책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알면 알수록 느껴지는 우리 나라에 대한 자긍심. 이 자긍심을 더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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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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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첫사랑의 아련함을 기억하는가. 그 첫사랑의 기억이 다음에 다시 태어나서도 이어가고 싶을 만큼 간절하고 애틋했었는가. 여기, 현생에서 이루지 못했던 짧고도 아련했던 첫사랑을 다음 생애에서, 또 그 다음 생애에서까지 이어가려는, 시간을 초월한 첫사랑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리셋. 가끔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이루지 못했던 나의 꿈을, 단 하루 만이라도 되돌아갈 수 있다면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이 책에서는 한 소녀와 소년의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삶을 리셋하고 기억을 리셋한다.

이 책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일본이다. 주인공 소녀는 친구의 소개로 한 소년과 다쿠보쿠 카드를 함께 즐기게 된다. 그 때의 만남은 그들의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 전쟁 중이었고 아직은 어린 나이였던 그들이었기에 첫사랑이라는 추억은 짧고 아련하기만 하다. 게다가 전쟁 중의 미군의 공습으로 소년은 어린 나이에 죽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제목처럼 리셋된다. 또 다른 소설을 써내려가듯 이전의 이야기와는 전혀 이어질 수 없는 내용이 전개된다. 앞의 이야기의 화자는 소녀였다면 그 다음 이야기의 화자는 한 아들의 아버지이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 계기로 녹음기에 자신의 소년시절의 이야기를 녹음한다. 그 이야기는 바로, 이전 이야기에서 죽었던 소년의 다음 생애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버린 과거의 소녀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소녀는 죽어버리게 된다. 누가 소설 아니라고 할까. 그 소녀는 다시 다음 생애에서 태어나게 되고 결국에는 그와 결혼하고는 지금의 이 녹음기를 전해줄 아들을 낳게 된다.

믿기 어려운, 아니 믿을 수 없는 3번의 환생과 결국에는 이루어지고야 마는 사랑이야기. 누군가 첫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 세상의 규칙을 어겨서라도 애틋한 사랑을 이루어내었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일본 작가의 글이어서 약간은 미화된 부분이 있기는 했었지만 순수한 그들의 사랑이 전달 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차분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사자자리 유성군, 다쿠보쿠 카드. 그들의 공통된 추억들과 애틋한 사랑이 기적을 일으킨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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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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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첫째,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 둘째, 유쾌한 내용이나 정갈한 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굿모 에비앙은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빨간 책 표지에 세라복을 입은 여중생과 노란물을 들인 기타리스트, 그리고 커리어우먼처럼 보이는 여자. 이 책은 이 세 사람의 조금은 특이한 가족사이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학교에 오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밖에 책을 못 읽고 있다. 그래서 조금만 지루한 내용이 나오면 졸음이 쏟아지는 통에 꽤나 힘들어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에 만난 '굿모 에비앙'은 나의 등, 하교길을 즐겁게 해주었다.

 

주인공이자 소설의 서술자는 이 가족의 딸. 그리고 그의 엄마와 양아버지(?!)인 야구의 이야기이다. 이게 도대체 정말 가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딸은 아빠에게 '야구~'라며 이름을 대놓고 부르고 무시하고 깔본다. 그래도 야구는 항상 유쾌하고 자기 하고픈 일은 해내고야 마는 막가파, 막장 인생이다. 그런 그를 사랑하는 과거에 껌 좀 씹던 어머니도 등장한다. 이 비범한 인물들이 모였으니 이 가족의 일상이 얼마나 유쾌하겠는가. 이 가족에게는 일상이겠지만 평범한 내가 보기에는 어이없고 코웃음이 나오는 스토리들이었다.

 

재미만 있으면 오케이~를 외치는 이 가족. 순수한 여중생의 눈으로 그려내는 그녀의 가족 이야기는 아무리 특별한 그들이더라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있다면 이 험한 세상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우리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언뜻 보면 화목한 우리 가족. 하지만 이 특별한 가족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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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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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면 어떠한 것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소크라테스, 플라톤, 이데아의 동굴 등등, 동양 쪽은 공자와 맹자 이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고보니 철학은 세계 모든 곳에 존재하는 학문이고 3살 먹은 어린 아리에서 부터 60세의 어르신까지 고루 즐길 수 있는 학문이 아닌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철학은 그저 어렵고 무거운 학문으로 취급되고 있고 몇몇 대학교들의 철학과는 문을 닫아야할 정도로 학생 수의 고갈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철학이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굳이 떠올리자면 중국에서 넘어온 몇몇 학문들 정도가 다이다. 이 책을 만나면서 우리나라의 고유의 철학과 그 깊이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한반도에서 역사가 시작되던 고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사를 쭉~ 훑어 내려오면서 한국의 철학에 대해 쉽게 정리해주고 있다. 단군 신화 속에 담겨있는 철학과 유교, 불교, 성리학, 실학까지. 그리고 그 학문들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온 학자들의 노고와 숨겨진 이야기들. 청소년들이 읽어도 어려움이 없을만큼 철학이라는 무게감을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쉽게 서술되어 있었다. 특히 순흥 安씨(나도 순흥 安씨~)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안향 선생의 성리학 부분은 조상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의 유교 사상의 바탕, 그 바탕은 성리학이었는데 우리나라에 성리학을 최초로 들여오신 분이 안향 선생이라는 것이다. 한 점에서 시작한 한국의 철학은 나무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졌고 다양한 사상과 생각들을 낳게 되었다. 그런 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나 국가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정통한 철학이 없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어리석고 부끄러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찾아보지도 않고 내가 모른다고 해서 그런 식의 성급한 판단을 해버리다니.... 이이 선생과 이황 선생 등에게 새삼 죄송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한국의 유구한 역사. 그와 함께 발전해온 한국인의 전통과 철학. 책의 제목처럼 얇은 책 1권과 2권만으로 한국철학의 스케치를 간단히 살펴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하는 철학을 조금 담아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그 시대의 집권층들의 철학만을 담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깊이 들어가지 않는 한국 철학 맛보기 정도로는 굉장히 유익하고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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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길을 묻다 - 영상아포리즘 01
김판용 지음 / 예감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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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꿈을 꾼다. 초록의 너른 벌판 위에서 푸르고 깊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꿈을.. 하루하루가 전혀 다른 나날들이지만 똑같은 쳇바퀴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가 지내고 있는 삶의 굴레에 지쳐있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연 속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휴식을 꿈꾸고 언젠가는 그리하리라 다짐을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행하지 못한다면 다른 이의 경험을 대신 읽으며 간접 경험이라도 해야겠지.. 그런 생각으로 이 책 '꽃들에게 길을 묻다'를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시인이다. 우리나라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들은 한 폭의 사진 속에 담고 그 풍경들에서 느낀 풍부한 감성들은 글로 옮겨 놓았다. 말로는 표현 못할 자연의 광대한 풍경과 한없이 소박하고 자잘한 우리 내의 삶의 풍경이지만 감성이 듬뿍 담긴 사진들, 그리고 그들과 어울리는 저자의 글이 너무나 잘 조화되면서 자연 속의 휴식을 갈망하는 나의 욕구를 조금씩, 조금씩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아침 학교가는 지하철 안에서 귀에 차분한 발라드를 들으며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나는 어느새 바쁜 일상은 저 멀리 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었다. 참으로 인간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듯 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힘들다고 불평, 불만 가득한 피곤함이었는데 눈과 귀의 즐거움 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느낄 수 있다니..


사실 저자가 찍은 사진들과 글은 우리내의 삶의 모습이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풍경들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기분과 마음에 따라 사진들이 전혀 다르게 찍히고 그 사진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하쿠나 마타타, 에에자 나이카, 좋지 아니한가. 이왕 사는 인생, 편안하고 즐기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은 욕심이 많다. 지금 살고 있는 삶에 안주하지 못하고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갈망한다. 적절한 행복을 희망하는 것은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지만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은 나의 삶을 더 목마르게 할 뿐이다. 지금 이대로의 삶을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나의 행복한 삶이 판단된다. 아주 조금의 생각의 변환이 불행을 행복으로, 부산스러움을 여유로움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여유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나의 삶 속의 숨겨져 있는 행복함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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