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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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석 점이 세모나게  펼쳐진 모양을 호랑이가 입을 벌린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호구라 부른다고 했다. 호구에 들어간 돌은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그날의 화장실이 검은 돌 석 점과 똑 닮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스스로 호랑이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그 말을 들었다. " (p14)


 윤수는  작은 키 할아버지와, 이혼해서 혼자 벌이를 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학교에서는 아이들로부터 쫄이라 불리는 주온이와 함께 학교폭력을 당한다. 이유없이 폭력에 당하는 윤수와 주온을 보면서 무기력한 기분을 느꼈다. 작품 속에는 분명 법과 질서가 있고 어른들도 있지만 아무도 이 아이들의 고통을 멈춰줄 수 없다는 말인가.

 

 3선 국회의원의 아들들은 왜 이렇게 윤수를 괴롭히는지, 윤수는 왜 그들 앞에서 군림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되는 대목이 있다. "지금 와 생각하면 너는 그런 나를 이기고 싶었던 것 같아. 내가 받은 신뢰와 애정을 너는 받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 신뢰와 애정은 네가 무시하는 내 난쟁이 할아버지와 가난한 엄마에게 받은 것이어서, 결국 처음부터 나를 이길 수 없었어." (p200)


 "윤수야 무리하여 못되게 살지 않어도 된다. 일부러 착하게 살 필요도 읎다. 행복한 놈이 되어라." 할아버지는 이 말을 남기고 돌아가신다. 아무것도 없는 윤수의 삶에 단단한 자존감 뿌리가 되어주던 건 몸은 작지만 마음은 큰 할아버지의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윤수를 버티게 했을 것이다. 


 책 읽는 내내 폭력에 관한 묘사는 보기가 힘들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서 멈춰주거나 꺼내주고 싶었다. 고작 스무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왜이렇게 서로를 괴롭히는지 그 폭력을 바라보는게 불편했다. 한편으로는 이게 꼭 픽션이기만 할까, 실제로도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면서 무서워졌다. 어른은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나는 어른으로 그 몫을 하고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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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마음이음 클래식 1
파울라 로페스 오르타스 지음, 호세 루이스 사소 그림, 김정하 옮김 / 마음이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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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제목이나 작가를 언론에서 자주 듣기 때문에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돈키호테'도 그런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적이 있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 다시 마음이음에서 출간된 '돈키호테'를 읽게 되었다. 어린이책이라고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다. 이런 고전은 어린이 독자가 읽기 전에 보호자가 먼저 읽고 함께 이야기 하면서 읽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방대한 원작을 인물과 사건이 잘 드러나게 담아서 꽉 찬 느낌이 든다.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잘 이어지게 다시 쓴 글 작가가 존경스럽다. 기사 책에 빠져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는 돈키호테와 그를 따르는 조금은 현실적인 산초가 만나게 되는 갖가지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 둘이 펼치는 사건에는 그 시대를 풍자한다. 돈키호테는 만나는 모든 것에 자신만의 환상적인 스토리를 부여하지만 번번히 당하고 실패하는 결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산초가 하는 현실적인 말도 자신의 이상에 포장하고 마는데.. 

 마지막에 정신을 차리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돈키호테의 모습에서는 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현실과 이상 그 사이 어디선가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과 400년전의 소설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욕망을 비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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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된 회오리 마음 잇는 아이 25
박영란 지음, 하수정 그림 / 마음이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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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더운 날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 잠시도 서있을 수 없을만큼 괴로운 날이다. 사람도 이렇다면 동식물도 마찬가지겠지. 이렇게 뜨거운 폭염의 원인에 대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원인도 사람들.. 그것으로 고통받는 것도 사람들이다. 
 아기 회오리들은 살랑거리는 기분 좋은 바람을 꿈꿨을 뿐이다. 바다의 온도가 너무 높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기 회오리들의 모이고 모여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더이상 아기 회오리가 아닌 점점 큰 바람이 되었다. 바람은 소용돌이 치고 무서운 태풍이 되어버렸고 그 사이 아기 회오리들의 마음도 바뀌어버렸다. 너무나 지쳤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그들이 원하는 시원한 바다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이 원인을 사람들에게서 찾고 복수하러 떠난다. 
"숲과 초지에 비가 내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세요? 비를 듬뿍 머금은 숲과 초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아세요? (중략)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요. 사람들만 사라지면 그렇게 살 수 있어요."(p55) 
화가 난 회오리는 사람들을 마을을 부시고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한 아이. 그 아이를 통해 자신들의 한 일을 알게 되고, 사람들은 최후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여준다. 

 아기 회오리는 자연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미 그 목소리를 우리는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면하고 또 살아가면서 인간의 이기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도 지구를 대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자. 이 동화를 쓰신 박영란 작가님도 그런 분이시다. 지구의 목소리를 내는 분. 무서운 재앙이 더 이상 나를 비켜 갈 수는 없지 않을까. 제발 저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에 두 눈 꼭 감고 들어보자, 그리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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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요술 부엌 마음 잇는 아이 24
    김성운 지음, 녹시 그림 / 마음이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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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근무를 하는 아빠와 함께 사는 양동이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야하는 때도 있다. 혼자 먹는 밥은 급식카드로 끼니를 해결하는데 눈치를 주는 돈가스 가게 주인 때문에 그마저도 편치 않다. '냠냠 카드 환영'이라는 한 가게의 전단지를 받고, 홀린듯 그곳을 찾아간다. 다정한 할머니의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 한그릇을 먹고 그날 밤은 깨지 않고 잘 자는 행운도 얻었다.

    돈도 받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는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할머니의 부탁 한가지를 들어주기로 한다. 그건 바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다. 양동이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마음의 병을 얻었는지 책을 읽을 수 없는 현상이 생겼다. 책을 펼치면 글자가 뒤죽박죽 되어 읽을 수 없는 난독증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고마운 할머니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벌레 짝꿍 '안희지'의 도움을 받아 책을 무사히 읽게 된다.

    사실 할머니는 '조왕신'이다. 우리나라 부엌신 '조왕신'이 이곳으로 내려와 따뜻한 한끼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사랑이 되어준다. 엄마의 부재로 마음이 아픈 동이에게도 , 부모님의 보살핌 없이 외로움을 달래는 희지에게도 조왕신의 따뜻한 한끼는 음식 이상의 역할을 한다. 두 아이의 상처에 반창고가 되어준다.

    "요녀석들에겐 자기 앞을 헤쳐 나가는 힘이 있거든. 그 힘을 한번 믿어 봐야지."(p69)

    동이와 희지가 서로를 의지하며 일어설 힘이 생기자 다른 아이들을 도우러 떠난다. 두 사람이 어떻게 앞길을 헤쳐갈 수 있을지 지혜를 음식과 함께 주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한끼가 더욱 필요한 요즘이다. 빠르고 편리하게 음식이 집앞으로 배달되어 온다. 너무나 손쉽게 갖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동이가 깨달은 사실 "요리 솜씨는 중요한게 아니야, 함께 먹을 사람만 있다면.." (p82) 이처럼 따뜻한 한끼의 밥을 다정한 가족과 먹으며 자라도록 신경쓰면 좋겠다. 단순한 집밥이 아니다. 그건 사랑이고, 일어설 힘이다.

    조왕신의 기도에 '밥 굶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속앓이 하지 말고' 라는 말이 있다. 뜨끈한 밥한끼가 고픈 아이들에게 조왕신같은 어른들이 곁에서 지켜주어야 한다. 김성운 작가님의 이번 작품 <할머니의 요술 부엌>을 읽으면 아프고 외로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할머니에게 위로를 받아 읽는 독자들도 같이 행복해졌을 것이다.

    #마음이음 #할머니의요술부엌 #김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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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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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어린이는 부모님의 보호속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떼를 쓰며 살아간다. 그런것이 보통의 어린이일까? 생각해본다. 학교에서 내가 만나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연이 하나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떤 어린이들에게는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기도 하고, 슬픔을 한껏 느끼기도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보게 된 것은 아니고, 내가 나이가 든 선생님이 되고서야 그런 모습을 살피게 되었다.

    3월 4일에도 매번 학교 앞에 택시를 타고 혼자 덜렁 남게 되는 어린이를 만났다. 첫 날인데 들어가지 않았고 눈물이 곧 쏟아질 것 같았다. 아이의 집안 사정을 대강 아는 나는, 달래고 애원했지만 추위에도 꼼짝도 하지 않아 어쩔줄을 몰랐다. 시간이 좀 지나고 인형을 만지길래 나도 교실에 있는 인형을 소개해 주겠다며 겨우 나의 교실까지는 갔다. 다른 일정이 있어 아이를 혼자 교실에 두는데 마음이 안좋았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상처가 있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다.

    4곱하기 4의 세계에서도 내가 잘 만나지 못하는 어린이를 만날 수 있다. 가로(제갈 호)라 불리는 아이가 등장한다. 갑자기 다리 힘을 쓸 수 없어 병원에서 누워 지낸다. 엄마, 아빠, 동생은 한 달에 한번만 만날 수 있고 할아버지와 함께 핸드폰도 없이 가로*세로=4*4=16칸에 무언가를 상상하며 지내는 가로다.

    가로의 시점으로 쓴 동화는 독자로부터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연민을 가지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가로는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어린이다.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할아버지 마음을 살피고 사랑하는 그런 가로.. 어느날 병원 도서관에 '클로디아의 비밀'을 통해 세로와 만나게 된다. 책 속에 차곡차곡 비밀 쪽지로 서로를 알아가는 , 처음으로 병원에서 친구가 생겼다.

    "살아가는거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87쪽

    가로와 세로는 살아가고 있다. 겨울 속에서 언 땅을 뚫고 나온 연둣빛 새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만난 동화속에 이런 어린이들을 보면 내가 더 힘을 내고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베프베프베프나 행운이 구르는 속도의 하늘이 같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가로와 세로가 만나 클로디아의 비밀을 한껏 느끼면 좋겠다.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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