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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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어린이는 부모님의 보호속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떼를 쓰며 살아간다. 그런것이 보통의 어린이일까? 생각해본다. 학교에서 내가 만나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연이 하나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떤 어린이들에게는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기도 하고, 슬픔을 한껏 느끼기도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보게 된 것은 아니고, 내가 나이가 든 선생님이 되고서야 그런 모습을 살피게 되었다.

3월 4일에도 매번 학교 앞에 택시를 타고 혼자 덜렁 남게 되는 어린이를 만났다. 첫 날인데 들어가지 않았고 눈물이 곧 쏟아질 것 같았다. 아이의 집안 사정을 대강 아는 나는, 달래고 애원했지만 추위에도 꼼짝도 하지 않아 어쩔줄을 몰랐다. 시간이 좀 지나고 인형을 만지길래 나도 교실에 있는 인형을 소개해 주겠다며 겨우 나의 교실까지는 갔다. 다른 일정이 있어 아이를 혼자 교실에 두는데 마음이 안좋았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상처가 있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다.

4곱하기 4의 세계에서도 내가 잘 만나지 못하는 어린이를 만날 수 있다. 가로(제갈 호)라 불리는 아이가 등장한다. 갑자기 다리 힘을 쓸 수 없어 병원에서 누워 지낸다. 엄마, 아빠, 동생은 한 달에 한번만 만날 수 있고 할아버지와 함께 핸드폰도 없이 가로*세로=4*4=16칸에 무언가를 상상하며 지내는 가로다.

가로의 시점으로 쓴 동화는 독자로부터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연민을 가지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가로는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어린이다.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할아버지 마음을 살피고 사랑하는 그런 가로.. 어느날 병원 도서관에 '클로디아의 비밀'을 통해 세로와 만나게 된다. 책 속에 차곡차곡 비밀 쪽지로 서로를 알아가는 , 처음으로 병원에서 친구가 생겼다.

"살아가는거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87쪽

가로와 세로는 살아가고 있다. 겨울 속에서 언 땅을 뚫고 나온 연둣빛 새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만난 동화속에 이런 어린이들을 보면 내가 더 힘을 내고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베프베프베프나 행운이 구르는 속도의 하늘이 같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가로와 세로가 만나 클로디아의 비밀을 한껏 느끼면 좋겠다.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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