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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그림자를 한 고양이 - 공황, 오늘도 죽다 살아난 사람들
김진관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6월
평점 :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상담 같은 분야에 나는 무지했고 이런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말이다. 다들 상담전공으로 대학원을 선택할 때도 필요성을 못 느꼈었는데 10년차가 지나면서 교사가 가져가야할 공부에 '심리학'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깨달아야 공부가 시작되는 법이다. 그렇게 아동문학이나 청소년 소설, 그림책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고 그 자체도 사랑하지만 매개체로 아이들과 만났다.
이 때만 해도 나는 상담자의 입장으로만 생각했었지 싶다.
지인들은 알다시피 작년에 처음으로 정신과에 문을 두드리고 나서 정말로 그 세계가 궁금해졌고 (필요했고) 그 때부터 늘 거기에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책 모임하는 분들이 나를 제외하고 모두 상담사여서 어깨너머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다.
똘똘 선생님의 정보로 올해는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하는 좋은 기회도 얻게 되었다. 의심 많고 남의 지적질을 싫어하는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좋은 상담가를 만나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책도 참 좋았다. 공황장애가 주요 내용이지만, 예전 같으면 나랑 상관없는 연예인들이 겪는 병이더라 하면서 궁금해하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공황장애에 대한 내용이지만 나처럼 예민하기 짝이없는 사람들의 기질에 대한 이야기, 또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서 상담을 통해 나를 직면했던 그 때를 다시 떠올리며 정리할 수 있었다.
난 공황장애는 아니지만 그들이 가진 패턴에 꽤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엄청난 일이 다가오면 조심해야 할 사람이지 싶다. (그래서 이 책도 읽는거겠지?) 공황장애의 저변에는 정신장애, 성격장애, 정서장애 세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읽으며 더 많이 끄덕였다. 나를 비롯해 내가 만났던 사람들. 또 가르쳤던 아이와 학부모님까지도 아주 조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나이가 되어 읽어서 더 그렇지 싶긴 하지만 ^^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가 이상하리만큼 안 먹힌다고 느낀다면, 십중팔구 성격장애 또는 그에 맞먹는 정도의 특별한 민감성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의 치료는 긴 호흡을 가지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정서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의 습관을 바꾸는 연습을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의 파고를 낮은 폭으로 잔잔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공황장애를 극복할 토대가 마련된다.(p67)"
"30대에 들어서면 결혼과 자녀 양육이라는 고된 책임감이 어깨를 무겁게 누른다. 직업에서도 평생 유지할 만큼 단단한 기반을 닦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바탕에 정서장애를 가진 사람은 늘 최선을 다하면서 여러 가지 책임들을 제법 잘 소화 해 내지만, 30대 또는 40대에 와서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p134)
"정서장애의 치유는 결코 어렵지 않다. 누구나 자신이 속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호기심이 살아있고, 나아가서 자신의 변화를 진심으로 원하기만 하면 틀리없이 결실을 보게 된다. "(p139)
"자존감은 내가 나로서 이만하면 괜찮다는 느낌이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타인이 관심과 호감을 가질 만한,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 싶어 할 만한, 자신이 그런 존재라는 막연하면서도 확고한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아주 어릴 때 내면 깊은 곳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야 하낟.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그런 확신을 심어 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기를 의심하게 된다. "(p142)
"심리장애를 푸는 열쇠는 그 모든 습관의 이유를 살아오는 내내 거쳐 온 마음의 여정과 맥락을 인지하고 납득하는 것이다. 마음의 나쁜 습관들을 명확하게 깨달으면 굳이 몸에 힘을 주지 않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스르르 굴러간다. 그렇게도 어렵던 행동의 변화, 즉 내려놓기가 저절로 일어난다. "
"인지행동 치료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심리치료는 모두 인지하고 통찰함으로써 자기 마음의 마스터가 되는 과정이다. 행동 변화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굳은 결심과 단단한 의지로 만드는 것이다. 아직 통찰이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마음에 대한 탐색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대뜸 변화를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해 보라고 하는 건 심리상담이 아니라 조언이다. "(p176)
나 자신에 대한 탐색. 그것을 시작했으니까 한 발 내딛었다. 안개밖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실체를 안개 속으로 들어가서 가까이 가 보면서 진짜를 보게 되었다. 한 권의 책으로 변하기는 힘들다. 한 권의 책과 상담이 함께 만났기에 이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인듯.
지난 주 상담사 선생님이 내게 "참, 애쓰며 살아오셨어요." 그 말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