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구를 위하여 공부하는가 -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
에르빈 바겐호퍼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를 보니 누구를 위하여 공부하는가?에 대한 화두에 대하여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라는 한 문장으로 아~~ 이 책은 이 시대의 교육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이 책의 작가인 에르빈 바겐호퍼는 오스트리아 방송국에서 카메라 연출자로 장편 영화 및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였고 최근에는 이 책의 바탕이 된 다큐멘터리 영화'알파벳(2013)'을 제작하여 교육과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닮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학교교육의 가능성과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고 합니다. 알파벳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무척 보고싶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태어날 당시에는 재능이 매우 뛰어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해서 "no"를 선언하는 사이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잃으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창조성의 25퍼센트를 바루히하는 사람이 성인의 약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조지 랜드와 베스 자먼에 따르면 그 이유는
"자라면서 우리는 환경을 통해 미리 정해진 의견, 가치 판단, 답변, 도그마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환경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하며, 무엇이 바람직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알려 주고,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제한하여 창조성의 싹을 죽이고 있어요." 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그대로 있었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아이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no라는 언어와 비언어,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커 나갈 수록 우리의 창조성을 죽이고 있다는데는 고개르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아픈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두고 며칠을 고민했었다.
책에 나온 구절 중 아래 부분도 생각할 거리를 잔뜩 제공한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 그것은 맞는 말이지만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는 학생의 의견은 과학적인 지식보다 더 창의적이고 감성 풍부한 멋진 대답이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무시되고 마는 중국의 현실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봄이 온다고 대답을 했을 때 우리나라의 선생님들이 바로 무시해 버릴까?라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칭찬해 주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경쟁 시스템에서 중국의 아이들은 시험 기계로 키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별 반 다를게 없다. 유치원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초등학교 시절도 학원을 뱅뱅 돌며 저자의 말대로 시험 기계처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 다녀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나가서 고무줄 뛰기, 팔방 놀이 등을 하며 신나게 뛰어 놀다가 엄마가 "저녁 먹으러 들어와~"라고 부르시면 들어가서 씻고 밥 먹었던 행복한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도 다들 학원을 다니니 놀 친구도 없고 컴퓨터 게임이나 할 줄 알지 여러 명이 모여서 무엇을 하고 놀아야하는지도 모르는 정말 불쌍한 아이들이 되고 말았다.
아~~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내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왜 우리나라는 모든 아이들이 공부 잘하기를 바랄까?이다. 대학교 때 존경하던 교수님께서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딸은 어려서부터 책의 즐거움에 빠져 사니 학자의 길을 가면 되겠다고 하시고, 아들은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밝고 명랑하며 집안일도 잘 도와주기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실거라고 하셨다. 교육학과 교수님이셨는데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엄마들의 교육열이 아이를 망치는 것이라고 하셨다. 교수님의 아들이 마트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인정하신다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 아이와 함께 의논하고 그렇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저자이신 박혜란씨의 강의를 들어보니 "공부도 적성이다."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부가 적성인 아이들은 공부를 하면 되고, 공부가 적성이 아닌 아이들은 운동이나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거나 기술을 배우면 된다. 문제는 사회 풍토인 것이다. 모두가 대학을 가야 하고, 몇몇의 직업만 존경받는 사회 풍토 때문에 선뜻 기술을 배운다거나 다른 꿈을 꾸지도 못한 채 성적에 이끌려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전쟁 속에 빠져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좌절하는 청춘이 많게 된 듯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왜 공부하는지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면 좋겠다. 공부 잘하는 아이도 공부 못하는 아이도 어디에서든 떳떳하고 당당하며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펼칠 수 있는 그런 나라... 그런 나라가 우리나라이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
작가님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은 다시금 순수하게 놀아야 한다. 자연 속에서 뛰어 노는 숲 아이들, 누구나 다르고 특별한 존재임을 인정하기,-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나누는 교육은 분명 우리나라의 미리보기일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이 기쁨, 사회적 가치, 다름, 호의, 사람, 공감, 연대, 평등, 나눔 등과 같은 더 긍정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언제 어디서나 잘 표현하도록 하는 것으로 가득하면 좋겠다. 사랑의 관계로 안타까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물꼬를 터 준 이 책 한 권이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며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