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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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3
P.549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서평단>

오베라는 남자로 이름을 알린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 소설이다. 오베라는 남자도 신선하게 읽었던 터라 기대감이 컸다. 빨간머리 앤을 연상시키는 귀엽고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소녀가 있는 핑크빛 표지부터 내 마음에 쏘옥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신경써서 보는 차례를 보려는 순간 어머나 차례가 나오기 전에 아파트 입주민들의 소개부터 먼저 나와 있었다.

할머니네집, 엘사네집, 브릿마리와 켄트네 집, 까만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자네 집, 레나트르와 마우드네 집, 알프네 집, 무슨 증후군을 앓는 아이네집, 괴물네 집, 그리고 마지막으로 워스네 집까지 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여기부터 참 다른 별의 신선한 공기가 지구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주인공 엘사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엘사는 조금 있으면 여덟살이 되는 일곱살이다. 그리핀도르 목도리를 두르고 빨간 사인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누가 맞춤법을 틀리면 사인펜으로 고쳐준다. 사람들은 나이에 비해 조금 성숙하다고 하지만 사실 "어마무지하게 짜증나게 군다"는 뜻이라는 걸 안다.
캬~~ 이런 자기 소개는 들어본 적이 없기에 설레고 상상의 나래 속으로 날아 들어가고 말았다. 다른 인물들도 나의 궁금증을 자극 시키는 인물들이었다. 한참을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주인공들끼리의 연관 관계는 어떻게 될까를 상상한 후 뒷 장의 차례를 보았다.
차례 역시나 상큼했다.

차례
1.담배
2. 원숭이
3. 커피
4. 맥주
5. 백합
6. 세정제
7. 가죽
8. 고무
9. 비누
10. 알코젤
11. 단백질 바
12. 민트
13. 와인
14. 타이어
15. 대팻밥
16. 먼지
17. 시나몬 번
18. 담배 연기
19. 스펀지케이크 믹스
20. 옷 가게
21. 양초 기름
22. 오보이
23. 꿈
24. 가문비나무
25. 피자
26. 멀드 와인
27. 감자
28. 스위스 머랭
29. 향수
30. 땅콩 케이크
31. 유리
32. 아기
33. 할머니

처음에는 생소한 단어들로 된 차례가 낯설기만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것들이 핵심이고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것임을 알고 나니 작가가 더 위대해 보였다. 짧지만 굵은 힘있는 단어들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라고 말하는 할머니! 조금은 특이한 할머니 덕분에 엘사는 참 행복한 손녀이다.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일곱 살로 지내는 데 별로 재주가 없다는 걸 아는 엘사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녀에게 슈퍼 히어로가 되어 주는 할머니
나에게 할머니에 대한 추억은 참으로 무섭고 남아 선호사상이 강하셔서 나한테는 웃어주지도 않고 손자들만 좋아했던 기억 뿐이라 엘사의 할머니가 부럽고 진짜 우리 할머니가 그랬다면 나는 조금 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는 편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할머니에 대해 엄마에 대해 그리고 이웃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해 나가는 과정을 참 진솔하고 따스하게 묘사해 놓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슴이 참 따뜻하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내 주변 지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게 더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레드릭 베크만 작가님, 전 오베라는 남자보다 이번 작품이 더 마음에 드네요.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하고 한 편의 그림 같기도 하고 한편의 마법 이야기 같기도 한 따스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책을 서평단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에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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