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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이 소통을 한다? - 불통의 아이콘
윤석민.한수연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6년 12월
평점 :
2017-12
p.229(p.3,918)
서울대생들이 소통을 한다?
-윤석민 한수연 엮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불통의 아이콘인 서울대생들이 소통을 한다?
어떤 소통을 할까?
그리고 진짜로 서울대생들은 불통의 아이콘일까?
라는 질문이 쏟아지는 책 제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 잘해야 간다는 서울대! 바늘 구멍 같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한 입시 전쟁을 뚫고 서울대에 들어온 인재들에 대해서 사회적 평가가 반드시 호의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서울대 내의 주요 단과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간담회에서 나온 지적은 다음과 같다.
* 발표하는 것을 들어보면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굉장히 약하다.
* 부모들의 과보호 밑에서 성장하다 보니 막상대학에 입학한 후에 교수님들이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학생들이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채워주기를 원한다.
* 관계를 맺는 능력, 공동체 의식, 협업 능력이 떨어진다.
* 사람을 만나고 소통을 할 때 경쟁적이고 빙어적이다. 자신의 약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이 이기적 행복 추구를 넘어 공공의 이익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진정한 엘리트로 성장시키는 길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소통능력의 배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두 개의 세부 과제로 구성하여 소통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 과제를 고안한 것이다.
먼저 "내가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과제로 소통하고 싶은 대상을 선택하고 그와 실제로 소통을 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쨰는 "소통을 시도하다"라는 과제로 수립한 전략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었다.
나는 소통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 소통을 위한 첫 걸음으로 아주 좋은 발상인 듯 했다. 내가 누구와 소통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되니 말이다. 나였다면 어떤 분을 택했을까?
그들이 소통하고자 한 대상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일진 청소년, 농아인, 독립출판사 대표, 실천적 미디어 학자 강준만 교수, 서울대의 전설적인 동아리 선배, 혼밥족을 위한 밥친구 연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저명한 진보성향의 경제학자 이준구 교수, 문화 충돌을 겪었던 탄자니아 출신 유학생, 그리고 성매매 여생 자활지원센터 관계자 등이었다. 그리고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의 소통을 원한 사람도 있었다.
이 소통 대상자를 선정한 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고민했는지 흔적이 엿보였다.
그들은 실제로 이런 분과 어떻게 인터뷰를 할지부터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소통하는 분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책을 읽거나 수화를 배우는 등 노력을 한 뒤 그들을 만났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정리해 놓은 글이 이 책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학점 관리에 요즘은 취업 준비까지 정말 바쁜 대학생들이지만 이렇게 뜻깊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고민하고 소통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큰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그런데 내가 너무 기대를 해서일까? 나는 소통을 하려면 이 프로젝트가 적어도 한 학기쯤은 하기를 바랬지만 이 프로젝트는 준비 과정은 길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소통 대상을 한번 정도 만나거나 많이 만나면 세 번 정도였던 점이 너무 아쉽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잠깐의 만남은 소통이라고 하기보다 그냥 인터뷰했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장기 프로젝트로 조금 더 오랫동안 천천히 자주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질문을 주고 받았더라면 진정한 소통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힘은 정말 크다. 처음부터 갑자기 한 학기나 일 년 프로젝트를 하자고 하면 거부감이 클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고,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나는 누구와 소통을 해야 할까? 나는 평소에 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나였다면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했을까?라는 많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명씩 정해서 소통하기!
이런 미션을 나에게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 따뜻한 나를 만들기 위해,
더 따스한 우리 사회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누구를 선택해 볼까?
고민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