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4p.363(p.4,281)이우왕자1-차은라--끌레마-덕혜옹주는 책으로도 나오고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나 역시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책으로 만났기에 덕혜옹주는 익숙한 인물이었다.그런데 조선의 마지막 왕자라는 부제가 달린 이우왕자라는 책 제목을 보고 내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이우왕자? 조선에 이런 왕자가 있었던가? 얼마 전에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었었는데 이런 이름은 못 본 것 같았다.역사를 잘 모르는 나였기에 나만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많이 읽고 싶어졌다.차은라 작가는 이우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왕족이 있었나?'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5년간 매일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캬~~ 이런 작가님들이 많아야 될 듯 하다. 익히 알고 있는 분들이 아니라 베일 속에 가려진 분을 찾아서 글을 써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이우 왕자에 대한 연혁이 나와 있었지만 일부러 읽지 않고 넘어갔다. 모르는 상태에서 읽어야 호기심이 두 배가 되니 말이다. 프롤로그에 앞서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설명이 있었다.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1919년 겨울, 이우의 아버지 의친왕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우는 1912년 고종의 아들 의친왕의 차남으로 태어나 여섯 살이 되던 해 후사 없이 죽은 흥선대원군의 장손 이준 공의 양자로 입적되었고 그때부터 운형궁의 주인으로 '이우 공 전하'가 되었다. 그는 열한 살에 덕혜옹주보다 먼저 일본에 볼모로 끌려간 조선의 마지막 왕족이다. 덕혜옹주만 알고 있었는데 덕혜옹주와 같은 나이였던 이우왕자가 먼저 일본에 끌려갔다는 놀라운 사실을 눈을 번쩍이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감시를 받으며 일본으로 끌려가서 사는 조선의 왕족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정말 답답하고 고구마를 물 없이 백 개는 먹은 것처럼 목이 막힌다. 하지만 이우왕자는 겉모습은 군복을 입고 일본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너무 멋있다.조선인인 이우왕자를 경멸하고 무시하는 일본인들도 있었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국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는 나의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하지만 이우 왕자는 부드러운 지도력과 영민하고 강건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건전한 자존감과 자기확신을 가진 사람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이 따르기 마련이다.그리고 마츠다처럼 자기에게 그렇게 달려드는 이가 있었다면 그를 눌러버리고 다시는 안 볼 수도 있었을텐데 이우 왕자는 달랐다. 게다가 마츠다가 먼저 잘못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벌을 받는 것도 완전 반전이었다.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이는 통솔 당하는 사람보다 더 큰 관용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이우 왕자는 정말 멋있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이 책을 읽으면서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그냥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장면은 이우 왕자가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다. 멋있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다가 눈물을 닦고 마음 속으로 이우 왕자를 응원하며 읽고 말았다.그리고 강인하고 올곧은 정희를 이우 왕자가 만났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을 것이다.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이 둘이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정희도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아니 정희는 강건하고 멋진 인물이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이 둘이 원래 계획처럼 이어졌다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이우왕자와 정희가 만나서 결혼했다면 우리의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2권을 바로 읽고 싶었지만 1권을 읽고 나서 든 이 마음을 살짝 정리해두고 2권을 읽는게 맞는 듯 해서 이렇게 기록해 둔다.---------------------------------------------"돌아가지 말고 돌아오십시오. 전하께서 돌아오실 곳은 오직 조선 하나뿐입니다."가벼운 말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이우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았기에 무심결에 '도쿄로 돌아간다'고 표현하고 말았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일본 생활이 익숙한 나머지 실수한 것을 정희가 바로잡아주었다.-------------------------------------------------찢어진 살갗은 그 의미를 찾지 못했다. 실력으로는 이겼지만 정작 마음으로 굴복시키지 못한 까닭이었다. -------------------------------------"나는 내 신념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네가 아무리 나를 조선인이라 무시한다 해도 나는 내 길을 걷겠다는 의지. 마츠다는 이우가 신념이라고 말할 때 강한 자기 확신을 느꼈다. 그것을 깨닫자 마츠다는 이우의 얼굴을 올려다볼 자신조차 없었다.------------------------------------"발각되는 게 두렵지 않으십니까?""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빈껍데기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나는 가장 두렵소."---------------------------------------"전하께서는 신념이 있으십니까?"정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우는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정희를 바라보았다. 누구보다 신념을 지키고 사는 이우에게 신념이 있냐고 묻다니."신념이란 쉽게 변하지 않고 외부의 영향에도 굴하지 않는굳은 마음을 뜻합니다."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정희는 그 뜻도 다시 한번 짚어주었다. 이우는 궁금ㅈ증이 일어 가만히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그런데 전하의 신념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쉽게 바뀌어버리는 것인지요?"순간 이우는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상황이 바뀌면 신념도 함께 바뀌는가?그럴리 없다. 이우는 지금껏 오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거침없이 자신의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을 고민하는가?"세상에 피하고 싶은 것이 어디 이 일뿐이겠습니까?"정희는 잠깐 뜸을 들인 채 단상 아래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살다 보면 하고 싶은 일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 많이 만나게 됩니다."저 무수한 친일파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정희 자신도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우라고 해서 다를까."하지만 그때마다 회피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부딪쳐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숨통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정희는 이우가 잠시 잊고 있던 점을 일깨워주었다. 낫낫한 말투에 강단 있는 태도는 정희와 잘 어울렸고 또 정희만이 보여주었기에 이우는 정희와의 대화에서 언제나 통렬한 느낌을 받았다. "네가 오늘 여기 와주어서 정말 다행이구나." ----------------------------------------------------이우왕자1912년 11월 25일,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차남으로 태어난다.1917년 흥선대흥군의 장손 이준용의 양자로 입적하게 되고, 운형궁의 주인이 된다.1922년 일제의 볼모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1935년 박영효의 손녀 박찬주와 결혼한다.1936년 장남 이청이 태어나고1940년 차남 이종이 태어난다.1941년 일본육군대학 54기를 졸업하고1944년 3월 중국 산서성 태원으로 전출된다.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된다.1945년 8월 7일 34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된다.1945년 8월 15일 일제가 항복을 선언한 날 장례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