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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금융대란은 경제에 대한 내 자신의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런 기회는 이번 한번으로 끝을 맺길 바라는 맘이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현상 진단이나 해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것을 하나로 꿰고 맞출 만큼 내 이해력이 높지 못하다. ‘불황의 경제학’ 이 책 또한 세세한 부분의 경제현상을 읽기는 어려웠지만 처음부터 끝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경기침체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기위해 제시한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예는 앞으로 두고두고 불황에 대한 나의 이해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공황은 자본주의를 붕괴 직전까지 내몰았고 2차 대전이 발발했다. 그 후 60년대 후반까지 미국은 한차례의 경기후퇴도 없이 성장했다. 1973년과 79년 두 차례의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여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경기가 찾아왔지만, 1980년대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의 등장과, 1990년대 정보화 IT기술의 발달로 고속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 당시만 해도 이제 더 이상 불황의 사이클은 없어지고 통제 가능한 성장의 시대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불황의 불씨는 세계 곳곳에서 그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1980년대부터의 라틴아메리카의 통화위기, 은행파산, 인플레이션 등의 금융파탄과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부동산거품 붕괴와 이어진 장기침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의 금융 쓰나미. 이 모두 현재의 금융대란의 전초전이자, 경고의 메시지였다.
IMF는 아시아의 금융위기 때, 경기회복에 대한 통상적인 정책보다는 신뢰회복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을 요구했다. 물론 불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행해지는 경기부양책과는 많이 다른 해법이었다. 세계경제에 대한 거시적 안목의 부족과 잘못된 현상판단, 막연한 낙관론으로 인해 금융대란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헤지펀드는 금융파생상품 시장에서 운용자금에서 최대 100배를 초과하는 비중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물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며,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집과 투자대상, 실적 등이 비밀에 부쳐지는 헤지펀드의 불투명성이 투기적 행동으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 그린스펀은 금융자유화의 이름으로 헤지펀드와 같은 그림자 금융을 방치했으며, 모럴해저드를 부추겼다.
1990년대 정보기술 발전의 이윤창출 가능성을 타고 올랐던 미국의 주식거품은 2000년대 꺼지면서 다시 주택거품으로 대체되었다. 2005년 가을부터 꺼지기 시작한 주택가격은 2008년 동안 15% 넘게 하락했다. 주택가격이 50%이상 과대평가 되었으며 이는 집값의 1/3은 떨어져야 했다. 주택거품의 붕괴로 8조 달러가 없어질 것이며, 이 중 7조 달러가 주택소유자의 손실이고, 나머지 1조 달러만이 투자자의 손실이다. 하지만 그 1조 달러가 그림자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촉발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붕괴하고, AIG가 국유화되었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자금줄이 끊기면서 엔화는 폭등하고, 신흥시장의 통화는 폭락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경기부양책에도 경기후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공황은 없지만 우리는 불황경제학의 범위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불황경제학이란 가용 생산력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민간 소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결국 경제 능력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신용경색완화와 소비지원을 해야 한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 투입과 일시적인 국유화로 얼어붙은 신용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적절한 속도의 공공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 폴 크루그먼은 이번 금융대란은 예견된 사건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신자유주의적 규제철폐가 키운 그림자금융의 모럴해저드와 무모한 낙관론으로 그를 알면서도 방치해둔 경제시스템의 총체적인 몰락이었슴을 말하는 듯하다. 다시 부활한 케인즈 이론에 근거하여 제시한 해결책은 간결하면서 설득력을 갖는다. 결국 그는 불황을 얘기하면서도 불황을 이겨낼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한 구절이 있다. ‘파티가 한창일 때 칵케일 케이블을 치워라’ 우리가 겪는 지금의 고통이 우리 맘 속에 있는 탐욕을 제어하지 못해서 생긴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