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 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에세이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풍류를 아는 오래된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세상을 저렇게 여유롭고 풍요롭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맛깔 나는 글을 보고, 그림을 읽었다.
자연 속에서 삶을 느끼고, 사람을 느끼고, 간간이 이어지는 相思도 흥미로웠다.
‘오는 해를 맞이하기보다 가는 해를 달래는 마음이 나는 앞선다. 새날은 끝내 낯설다’
‘청춘은 축복이고 여자는 은총인데, 축복과 은총을 넘보는 우리의 눈길은 추파라고 했다’
혜원의 <소년전홍>을 보면서 말한다 ‘청춘들아, 사랑은 아무나 하고, 아무 때나 하라’
‘경포의 밤 파도는 늙은이의 요실금처럼 질금거린다’ - 한참 웃었다.
‘술꾼이 할 말과 못할 말, 참소리와 헛소리가 뒤섞일 즈음이 잠자리에 들 시간 이다’ -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허망과진실>의 이병주님, 미술사학자 故오주석님, 근원 김용준선생, 삼전도비문에 얽힌 이경석과 오준의 사연, 이중섭에 버금가는 화가 최재덕.- 사람의 향기에 정신없이 취했다^^
혜원과 단원의 감미롭고 아찔한 유혹에 봄날의 相思를, 밀레 <눈먼 소녀> 자매의 애틋함을, 로자 보뇌르의 <움츠린 사자>에서는 노쇠하고 보잘것없는 수컷을, ‘해변의 수도사’의 적막한 자연을 통해 우리 속의 고요하고 흔들리지 않는 내면을 봤다.
오직 그리는 순간만을 몰입하고, 그 몰입 끝에 오는 오르가즘이 그림이라는 화가 사석원님. ‘인생사 어느 곳이 술잔 앞만 하랴, 세상에 이보다 더한 것이 있기나 한 거냐?’는 반문으로 끝을 맺는다.
미술에 대한 지식은 학창시절 배운 게 다였던 나에게 그의 시서화에 대한 설명은 아주 유익한 정보이자, 새로운 세계에 대한 발견이었다. 책 읽는 내내 꽃에 홀리고, 사람에 취하고, 相思에 황홀했던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