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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동물 총집합 엉뚱한 동물 총집합
신타쿠 코지 지음, 김서원 옮김 / 코믹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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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진화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왜 이 동물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살면서 우리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지 못한 복병들로 인해 엉뚱한 결과를 낳을 때, 나는 이 책의 엉뚱한 동물들을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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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속이는 법 속지 않는 법
로버트 J. 굴라 외 지음, 김슬옹 옮김 / 모멘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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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속이는 법 속지 않는 법>

버트 존 굴라 지음/ 이경석 김슬옹 옮김


1. 머리말을 보면서

참 좋은 머리말이다. 저절로, '마흔여덟 아까운 나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로버트 존 굴라(1941-1989)를 떠올려보게 된다. "굴라는 그런 사람이었다"로 끝나는 소개가 더 마음 아픈 것은, 이 머리말을 쓴 헌터 루이스가 굴라가 재직한 그로턴고교의 졸업생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러니까 먼저 간 선생님께 그 제자가 머리말을 쓴 격이다. 좋아 보인다. 굴라라는 사람에게 믿음이 간다.

게다가 이 머리말이 퍽 잘 짜여 있다. 친밀하고 사적인 느낌이 나는 첫머리에서, 굴라 스스로 밝힌 이 책을 집필한 까닭, 이 책에 대한 간추린 정보(요약)와 이 책이 좋은 점을 선선히 잘 내놓았다.

먼저 굴라가 밝힌 집필동기, "여럿이 모여 있을 때면 종종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것을 보며 제가 느낀 안타까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그래서 그로턴의 교과 과정에 비형식 논리학을 신설하게 됐고, 거기서 이 책이 태어났습니다." 굴라는, 헌터 루이스 말을 빌리면 '존재하는 모든 논리적 오류와 허위를 잡아내어 이름을 달고 분류'해서 이 책을 쓴 것이다. 그래서 읽다보면 우리 일상을 끊임없이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음 헌터 루이스가 요약한 이 책에 대한 간단정보, 오류 유형 150가지를 꿰둟는 기본주제란 사람들이 지닌 습관적 경향이며 이는 다음과 같다.

① 무질서-논증을 적절한 데서 시작하지 못하거나 논리전개를 올바르게 해나가지 못하는

② 체계성의 부족-대상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범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③ 일관성이 없는 경향

④ 명료하지 못한 경향

⑤ 부적절성의 경향 -논점이나 주장과 무관한 정보 또는 논증을 들이미는

⑥ 불완전성의 경향 -중요한 사실이나 요점 혹은 관점을 빼먹는

실제 이 책을 읽어보면 이처럼 뭉뚱그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세하게, 자잘하게 다뤄진 일상의 '허튼소리'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빠져 있다.


2. 본문을 보면서

이 책 전체는 17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류 유형은 155가지나 제시되어 있다. 처음에는 무척 신나게, 재미나게 읽힌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구와 감정이 빚어내는 오류나 성향을 읽다가 몇 번이나 그에 해당하는 사례나 사람을 떠올리면서 "옳거니" 했더랬다. 그런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중간을 넘어서면 겹치는 게 있고, 그게 그거 같아서 뭔가 수렁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끄트머리 쯤에 '삼단논법'과 지금까지 배운 원리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정리해 놓은 걸 읽을 때면 십 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 수렁을 만나기 앞서,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일반적인 경향들을 보자.


1.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2. 자신의 선입관과 경험을 상황에 투사한다.

3. 일회적인 사건에서 일반론을 이끌어 낸다.

4. 문제를 분석하는 중에 감정적이 되어 개인적 감정을 객관성보다 앞세운다.

5.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며,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듣곤 한다.

6. 사후에 그럴싸한 이유를 찾아 정당화한다.

7. 사안에 관련된 것과 관계없는 것을 구별 못한다.

8. 눈앞의 문제에서 주의를 딴 데로 곧잘 돌린다.

9. 문제에 따르는 여러 결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단순화한다.

10. 겉만 보고 판단하곤 한다. 본 것을 잘못 해석해서 판단이 심각하게 빗나가기도 한다.

11. 자신이 무얼 말하는지 모르는 수가 많으며, 일반적 주제를 논의할 경우에 특히 그렇다. 신중히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감정이나 편견, 선입견, 호불호, 희망과 불만에 휘둘린디.

12. 일관된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드물다. 증거를 살펴서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믿고 싶은 것을 믿은 뒤에 그 같은 행위나 믿음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낸다.

13. 진심을 말하지 않거나 자신이 말한 바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설득의 기술』에 실린 네 가지를 더해 놓았다.

14. 대부분의 사람은 쟁점이 복잡하기보다 단순하다고 여기고 싶어 한다.

15. 자신의 편견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기 원한다.

16.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주류'에 속하는 데 비해 상대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17. 자신의 좌절과 실패의 책임을 전가할 적을 필요로 한다.

이 가운데 '아, 이건 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을 말해 보자면......한둘, 아니 두셋, 사실 열을 넘는 듯. 빠져나가기 힘들다. 물론 다른 사람들, 가까이 내 둘레 있는 사람들을 꼽아보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1장 제목이 “삶엔 허튼소리가 그득하다”일 수밖에.

그리고 2,3,4장이 다루는 ‘감정의 언어’들은 눈여겨볼 곳이 많다. “당신이 먼저 적을 치지 않으면 그가 당신을 칠 거야.”라고 떠들어댔던 미국 백악관 전쟁 논리가 <004 공포에 호소한다>에 나온다. 전대미문의 예방전쟁이었던 2003 이라크전쟁은 사람들이 갖는 막연한 두려움, 불안을 키우며 지지받지 않았던가.

감정의 언어들은 사람들이 쉽게 감정에 휘말린다는 점, 그리고 감정이 논점과는 상관없는 미묘하고 은밀한 말에 휘둘린다는 점을 잘 드러내준다. 사람들 삶, 사회나 국가를 둘러싼 말들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5장부터는 논리학에서 다루는 분야로, 논리를 다루는 다른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문어적이라면 굴라의 것은 구어적이다. 가령, 언젠가 100분토론에서 누군가가 저질렀을 법한 사례들이 그득하다고 하겠다. 물론, 바로 내 이웃, 배우자가 하는 말들에도 있다. 13장 둘러대기 편을 보면서 여기만이라도 꼭 그 사람-배우자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우유부단하게 질질 끈다”나 “한 걸음씩만 나아가자고 한다”, “질문을 바꿔서 답한다”는 곳!(제목만 큰 소리로 읽어주었음)

책 구성에 따르면, 굴라는 허튼소리로 속이는 법을 제시하고서, 거기에 속지 않는 법을 알려 주었을 것이다. 대체로 각 장 구성이 그렇다. 그리고 첫 장에 이 허튼소리들이 왜 나오는지를 두고 사람이 지니기 쉬운 일반적인 경향을 말했다면, 마지막 장에서는 속지 않을 원리를 정리해서 보여 준다.

핵심정리

1. 절대론을 말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절대로’와 같은 단어를 즐겨 쓰는 사람

-특정 집단의 구성원 모두를 같은 성질의 사람으로 말하는 사람

2. 일반화를 조심하라.

3. 객관적이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감정적이고 평가적인 말을 쓰는 사람을 경계하라.

4. 입증되지 않은 일반화를 사실에 기초한 증거와 혼동하지 말라.

5. 논점을 명확하고 엄밀하게 규정하라.

6. 증거가 논의 주제와 직접 관계된 것인지 확인하라.

7. 어떤 권위(자)가 증거나 증인으로 내세워졌을 때 무작정 믿지는 말라

8. 결론이 증거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인지를 확인하라.

9. 토론 과정에서 상대가 추측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

-논리전개할 때 꼭 필요한 단계들을 생략하지는 말라는 것

10. 이성적 토론이 격한 언쟁으로 바뀌는 일을 적극 피하라.

11. 증거를 철저하게 챙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별하지 않도록 하라.

12. 하찮은 트집을 잡지 말라.

-논쟁을 위한 논쟁은 하지 말라.

13. 비판적을 생각하라.

-오류가 보이면 건성으로 넘기지 말고 마음에 새겨두라.

-상대에게 지적하지 않을 경우에도 속으로 ‘저것은 허튼소리다’라고 하라.

14. 논증을 들으면 검토부터 한 뒤 그 결론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라.

-제시된 명제들은 참인가?

-증거가 완벽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았는가?

-결론이 증거들로부터 논란의 여지 없이 도출되는가? 아니면, 같은 증거에서 다른 결론도 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가?

15. “포르투나토가 내게 저지른 수많은 못된 짓을 되도록이면 참아왔으나, 그가 감히 모욕까지 가해 왔을 때 나는 복수를 맹세했다.”

마지막은 에드거 앨런 포의 <아몬틸라도의 술통>의 첫머리라고 한다. 복수심과 같은 감정에 휩싸이지 말라는 소리로 알아들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알싸한 문장.


세상에는 똑똑한 체하는 풋내기들이 넘쳐난다. 당신까지 그 반열에 들지 말라.


3. 책을 덮으며

독특한 책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논리책이다. 논리라고 하면 어떤 수학적인 것을 떠올리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말들이 지닌 속살이 곧 논리임을 알게 된다. 결국 우리가 주고받는 말을 민감하게, 예민하게 다루는 것이 곧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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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와 글쓰기 탐정단 - 명탐정 셜록 홈스에게 배우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
임사라 지음, 남궁선하 그림 / 비룡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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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와 글쓰기 탐정단>

 

 일단, 책을 다 읽고 나면, 코난 도일의 책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언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것과 다른 것 같아서다. 비판적, 논리적인 사고 없이 그냥 홈스의 명철함에 고개만 주억거리며 읽어놓은지라......그래서 나도 <빨간 머리 연맹>, <입술 비뚤어진 사나이>, <보스콤 계곡 사건>, <푸른 카벙클>을 읽고나서 글쓰기 탐정단과 같은 동선을 밟아보고 싶다고나 할까.

 책을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영 안 되는 은혜, 주로 만화책을 읽는 아이 창대, 쓰기나 읽기에서는 뛰어나지만 성질머리는 별로인 거 같은 주혜, 이 세 아이에게 '놀이하듯 재미있게 글 쓰는 비법'을 알려주려는 임사라 선생님. 나도 이 글쓰기 탐정단에 끼어들어가서 책을 꼼꼼하게, 분석적으로 읽는 데서부터 깊이 있고 독창적인 글을 쓰는 데까지로 나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편 내가 선생님이 되어 실제로 은혜-주혜-창대 같은 아이들과, 8번의 토요일- 한 달에 한 번이면, 8개월이다- 을 보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 아이들처럼 숙제를 참 잘해 오는 아이들만 모아서.

  탄원서, 고발장과 같은 형식으로 설득을 위한 글을 써 보거나, 자료를 활용하고 효과적으로 구성해서 설명하는 글을 써 보는 활등 등,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들이 많다. 추리 소설을 읽고서 글쓰기를 배워나간다는 것부터가 재미있어 할만하다. '골치 아픈 논술 문제집과 딱딱한 신문 기사' 대신에 이 책에서처럼 논술을 배워간다면, 아이들은 좀더 즐거워할 것은 분명하다. 또한 더욱 쉽게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를 배워나가겠지.

 바로 이 지점, '이 책처럼 배워나간다면'에서 걸린다. 단순히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처럼 함께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다듬어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 책을 읽고 혼자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읽고 쓰는 것을 보아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다, 구체적인 아이들 글-사례-이 담겨 있다는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결국 글쓰기 '지도서'다.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 읽어야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나.....독서지도나 글쓰기 지도를 하는 어른이 실제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줘가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읽는다손 치더라도, 자신의 글쓰기가 지닌 문제점이나, 효과적인 구성, 자료 찾기 등을 제것으로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동화책 읽듯 신나게 읽고 모두 글맹에서 글짱으로 대변신' 이라는 광고는 좀 지나치다).

 그리고 책 읽기와 실력을 한 카테고리에 넣는 순간, 임사라 선생님 말씀처럼 '선거에서 한 표가 역사를 바꾼 것처럼 한 권만 더!라는 정신으로 책을 읽어 나가야' 한다. 좀 처절한 느낌이 든다.

특히나  다니엘 페나크가 쓴 <소설처럼>의 독서법을 어느 정도 수긍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책을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소리 내서 읽을 권리/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읽고 쓰는 것을 '잘 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읽고 쓰는 것을 '즐거운 것'이 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어느 것이 아이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인가.

얼마 전에 나온 글쓰기/논술 지도서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어느 대학교에서 나온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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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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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라는 말이 풍기는 것은, 엄마의 강력한 교육열이다. 뭔가 우리 아이, 혹은 내 아이만은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그것이 풍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느티나무 도서관 아줌마, 박영숙 님의 이야기에는 너나들이만 있다. 울타리 없이, 내것네것 없이 한 몸처럼 아이들을 키워내는 도서관이야기이다.

키워낸다, 이것도 참 안 어울리는 말이다. 애들하고 놀아준다.....애들하고 놀아준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내가 우리 애를 학교에 보내는 것도 놀아주기 힘들어서니까..이 책을 읽고나면, 햐, 나도 이런 도서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럭구럭 헌 책, 새 책 가리지 않고 모두는 내 특기를 살려서, 그리고 이야기라면 사죽을 못 쓰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나도.....그랬다가 박영숙 아줌마가 어긋난 애들 다 감싸주고, 안아주는 걸 보면, 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느티나무 같다. 정말 도서관이 '비빌 언덕'이 되는 애들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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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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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고나서 후회하고 있다. 후회라기보다는 아쉬움,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그려놓았을지 궁금하다. 구명보트와 호랑이, 소년. 이들의 지루하고 절망적이고, 공포스러운 일상을 그림을 통해 보았더라면 나는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사로잡히지 않은 덕에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붉은 빛이 밝게 우리집 마당을 내쏘일 때면, 십자가가 피를 뚝뚝 흘리는 예수님의 재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십자가가 어쩐지 우리 집 마당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갑갑해졌다가 유쾌해진다. 왜냐하면 신은 사랑이니까.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도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소년 파이가 단지 신을 사랑하고 싶어서 마호메트, 예수, 비슈누, 마리아를 모셨던 것처럼. 나도 어린아이처럼, 그 인도소년처럼 신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삶은 엿보는 구멍이야. 광활함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입구란 말이야......이 작은 구멍이 내가 가진 전부인데 어쩌겠어!"  자신이 '유한하고 미미한' 고통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터져나온 말. 작가가 내게 던지는 미끼다. 이 미끼를 물면, 소설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순을 밟게 된다. 얀 마텔은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 작품, 혹은 파이가 풀어낸 이야기들, 긴 허구로서의 이야기. 믿을 수 없는 것들이 계속되어 독자들에게 의심을 들끓을 때, 그러니까 그가 태평양 한가운데서 눈이 먼 다른 사람을 만난다든가, 식충식물이 사는 섬에 닿는다든가, 그 때쯤 그는 사람들을 만난다. 일본인들 조사관들의 대화 기록은 작가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던지는 의혹, 의심 덩어리다. 우리는 파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잠깜 혼란스러워진다. '부풀리지 않는 사실적인  이야기'로 제시된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나면, 마음아팠던 리처드 파커와의 이별도 거짓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과연 그럴까 하고 갸우뚱하다가, 이게 뭐가 중요하지? '이야기는 엿보는 구멍이야'라고 사실과 허구 사이에 존재하는 이야기, 삶, 진실에 이르게 된다. 

삶은 기적이거나, 창작이다.'직설적인 사실'로만 이루어지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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