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와 글쓰기 탐정단>
일단, 책을 다 읽고 나면, 코난 도일의 책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언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것과 다른 것 같아서다. 비판적, 논리적인 사고 없이 그냥 홈스의 명철함에 고개만 주억거리며 읽어놓은지라......그래서 나도 <빨간 머리 연맹>, <입술 비뚤어진 사나이>, <보스콤 계곡 사건>, <푸른 카벙클>을 읽고나서 글쓰기 탐정단과 같은 동선을 밟아보고 싶다고나 할까.
책을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영 안 되는 은혜, 주로 만화책을 읽는 아이 창대, 쓰기나 읽기에서는 뛰어나지만 성질머리는 별로인 거 같은 주혜, 이 세 아이에게 '놀이하듯 재미있게 글 쓰는 비법'을 알려주려는 임사라 선생님. 나도 이 글쓰기 탐정단에 끼어들어가서 책을 꼼꼼하게, 분석적으로 읽는 데서부터 깊이 있고 독창적인 글을 쓰는 데까지로 나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편 내가 선생님이 되어 실제로 은혜-주혜-창대 같은 아이들과, 8번의 토요일- 한 달에 한 번이면, 8개월이다- 을 보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 아이들처럼 숙제를 참 잘해 오는 아이들만 모아서.
탄원서, 고발장과 같은 형식으로 설득을 위한 글을 써 보거나, 자료를 활용하고 효과적으로 구성해서 설명하는 글을 써 보는 활등 등,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들이 많다. 추리 소설을 읽고서 글쓰기를 배워나간다는 것부터가 재미있어 할만하다. '골치 아픈 논술 문제집과 딱딱한 신문 기사' 대신에 이 책에서처럼 논술을 배워간다면, 아이들은 좀더 즐거워할 것은 분명하다. 또한 더욱 쉽게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를 배워나가겠지.
바로 이 지점, '이 책처럼 배워나간다면'에서 걸린다. 단순히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처럼 함께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다듬어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 책을 읽고 혼자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읽고 쓰는 것을 보아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다, 구체적인 아이들 글-사례-이 담겨 있다는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결국 글쓰기 '지도서'다.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 읽어야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나.....독서지도나 글쓰기 지도를 하는 어른이 실제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줘가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읽는다손 치더라도, 자신의 글쓰기가 지닌 문제점이나, 효과적인 구성, 자료 찾기 등을 제것으로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동화책 읽듯 신나게 읽고 모두 글맹에서 글짱으로 대변신' 이라는 광고는 좀 지나치다).
그리고 책 읽기와 실력을 한 카테고리에 넣는 순간, 임사라 선생님 말씀처럼 '선거에서 한 표가 역사를 바꾼 것처럼 한 권만 더!라는 정신으로 책을 읽어 나가야' 한다. 좀 처절한 느낌이 든다.
특히나 다니엘 페나크가 쓴 <소설처럼>의 독서법을 어느 정도 수긍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책을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소리 내서 읽을 권리/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읽고 쓰는 것을 '잘 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읽고 쓰는 것을 '즐거운 것'이 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어느 것이 아이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인가.
얼마 전에 나온 글쓰기/논술 지도서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어느 대학교에서 나온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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