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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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릴 것 하나 없는 감동 그 자체고, 읽고 난 뒤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게 되었다.

입양에 대하여 다룬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의 아이가 어떻게 해서 우리에게 오게 되는가.” 라는 심오한 철학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안겨준다.  

고슴도치 아이 “피오트르”는 작가 “카타지나 코토프스카”가 실제로 입양한 아이라고 한다.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간결한 그림속에 담담한 빛깔의 변화로 보여준다.  글이 빼곡하게 차 있지만 쉽사리 다음 장으로 넘기고픈 성급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그림이 배려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우리에겐 아이가 필요해요."가 아니라 “아이는 부모가 필요해요.”라고 아이의 입장에서 말하며,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데리고 온 아이는 안기는데 익숙하지 않아 자꾸만 상처를 낸다. 사랑을 보이면 점점 그 가시가 떨어져 나가고, 아이와 엄마가 서로 마음이 하나 되었을 때 가시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린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울고 있을 때 온 몸에 가시가 돋아 있음을 느낀다.  “유진아, 니 몸에 가시가 돋아 있네...” 꼬옥 안아주면 가시가 떨어져 나간다고 했더니 더 꼬옥 안긴다.  아니, 나를 더욱 꼬옥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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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초원 순난앵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1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상열 옮김 / 마루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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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즐겨 읽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고 한다.

'순난앵(sunnanang)'이  어느 나라의 어디쯤 있는 마을인지는 몰라도 'sun'이 붙어 있어

따뜻한 마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3,000원이라 찍혀 있는 책값이 그림책치곤 좀 비싸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세상에 오갈 데 없이 남겨진 오누이 마티아스와 안나는 살고 있던 '순난앵' 마을을 떠나 '뮈라' 마을의

어느 농부의 집으로 가게 되어 우유를 짜고, 외양간 청소를 하며 헛간에 사는 회색 들쥐처럼 하루하루를

지내게 된다.

글 속에는 봄이 오고 여름이 왔다고 하는데 그림은 온통 회색으로 된 외양간에서 울고 있는 안나의

모습은 애처롭기 짝이 없다.

오누이는 학교에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겨울을 견디자고 한다.

다행히 목사님 덕분으로 겨울에 몇 주 동안만 열리는 학교에 갈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느 날,  맑은 소리로 노래하는 빨간 새를 따라서 환상의 세계 '순난앵'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여지껏 회색빛이던 세상에서 푸릇푸릇한 연두빛의 봄 풍경이 펼쳐지고

아이들은 하늘나라에나 있을 것 같은 푸른 초원에서 뛰놀고 있다.

어린시절 부모와 함께 행복했던 순난앵마을과 같은 곳이었을 것 같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오누이는 순난앵마을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 한다.

 

  그 해 겨울 중 가장 추운 날,

몇 주 동안만 열리는 학교에 마지막으로 가는 날 오누이는 숲 속 눈길을 달렸다.

21.5cm*28cm의 그림책 크기는 매서운 눈바람 속을 걸어가는 아이들을 더욱 초라하게 보이게 한다.

마티아스는 안나의 손을 꼭 잡고

언제나 봄인 곳,

작은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곳,

어머니가 초원에서 "얘들아, 어서 오너라!"하고 아이들을 부르는 순난앵 마을로 들어가서

한 번 닫히면 영원히 열리지 않는 문을 살며시 닫는다......

 

  현실세계와 환상의 세계를 이끄는 빨간 새, 두 세계를 이어주는 담과 문은 판타지동화의 틀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순난앵 마을의 풍경은 이원수 <숲 속 나라>를 보는 듯 하다.

더 이상 현실에서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으니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안나 말과

마지막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 보면 마티아스와 안나는 환상의 세계가 아닌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세계를 선택해 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순난앵마을로 들어가 눈을 살며시 감고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오누이는 편안한 마음보다는

<숲 속 나라>에서 느낄 수 없었던 짠~한 마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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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청년사 고학년 문고 5
최나미 지음, 정용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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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구박을 받아오며 살았던 엄마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병 수발은 뒤로 한 채 화실에 나가는 것에 대하여 온 가족이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를 찾아 세상으로 나오면서 겪는 갈등과 이에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엄마 “윤서영”의 자세를 초등학교 6학년인 딸 가영이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화실에 나간 엄마는 표정부터가 다르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급구조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아빠는 직급상승이나 보수로서 인정을 받지만, 개인의 성취도가 전혀 무시된 가사노동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자신을 위해서 산 시간이 없으니까 즐거웠던 지난 날 보다는 서럽고 억울해 한다.  한평생 맺힌 원망과 불평을 쏟아 내는 것을 보며 엄마는 여자로서 할머니 인생이 자꾸 보이니까 누구를 위해서 뭘 참거나 희생하고 싶지 않아 박차고 나 갈 수 있었음을 알게 되고,.  과거, 현재, 미래의 엄마 얼굴이 그려진 자화상이 가진 의미에 대하여도 되새겨본다. 

 

  성(姓)자의 생김새를 보면 분명 여자의 몸에서 만들었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그 뜻으로는 “성, 겨레, 아들”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성도 필요 없는 여자, 결혼하면 물려줄 수도 없는 성을 가진 여자(이젠 달라졌긴 하지만....)는 여자라서 안 되는 일도 많다. 반면 남자는 “안 되는” 일보다 “안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다.  가영이는 규정에도 없는 “여자라서 축구시합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자 남학생과 여학생의 큰 싸움이 벌어진다. 그 싸움의 속도는 무척 빠르며 신랄하게 상대되는 성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들어 비판한다. 여기서 아이들의 눈에 보인 보통 아줌마들의 모습이 어떤가도 알 수 있다.


  중학생인 “가희”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언니이기는 하지만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줄 아는 눈을 가진 것 같다.  노인이 되어 자식에게 맡겨지지 않을 삶에 대하여도 이야기 하며, 그리고 부모가 다투면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불안정한 생각이기도 하고, 나에게로의 문제이기도 했던 물음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하여도 단박에 해결해 준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을 타협하지 못한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삽화의 변화도 볼 만하다. 이젤이 서 있는 꽃밭에 물을 주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더 없이 평온하다. 자신을 찾은 일이란 저런 것일까? 

여자가 마흔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우울한 병을 앓는다고 한다.

이 책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을 읽고 마흔을 앞둔 여자 인 내가 지금까지의 살아 온 삶과 이후에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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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백수건달 눈높이 어린이 문고 85
장여우위 지음, 심봉희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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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표지에는

숱도 거의 없는 곱슬머리가 헝클어져 있고, 코와 볼은 발그스럼 하고 불만에 찬 입 모양새에다

꽃무늬 티셔츠(문신)를 입고 면도하는 백수건달인 아빠의 모습이 있다.  

뒷표지에는 한 쪽 슬리퍼는 벗겨지고 술을 병 채로 들이키는 고주망태의 모습이다.

그런 아빠에게 천사의 날개가 붙어있다.

뒷표지의 “우리아빠를 소개할게요...”로 시작되는 아빠의 소개 글도 놀랍기 짝이 없다.


주인공 “천다러” 엄마가 미용실을 하고 있지만, 냉장고 문을 열 땐 전기가 흐르고, 세탁기는 두 번을

돌려야 빨래가 깨끗해지며, 탈수를 할 때는 전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요란스러운 소리를 낼 정도로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데에는 아빠의 형편없는 행적 때문이다.


아빠는 자신의 이름을 갖고도 트집을 잡을 정도로 트집 잡기 위해 사는 사람 같기도 하다.

담배피고, 빈랑을 씹고, 술에다 도박... 건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엄마를 때리고 욕하고 머리채를 휘어잡는가하면 식칼을 휘두르기도 한다. 

아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두 아들을 도박장에 데려 가기도 한다.

심지어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유괴하는 자작극까지 꾸민다.

아빠의 행동은 울화통이 치미는 것을 넘어서 치가 떨리게 한다.

결국 엄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아빠가 없는 곳으로 떠난다.

떠나면서 “다러”는 아빠를 향한 원망과 바램을 담담하게 신께 기원하고 떠난다. 


“아빠는 나를 사랑할까?”

“나는 아빠를 사랑할까?”

주인공은 아빠로 인하여 상처를 수없이 받았지만,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다러"의 모습에서 어린시절의 내 모습과 내 아이들(욱진,유진)을 향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아빠로부터 받은 상처를 아이들을 향해 풀지 않았던 "다러"엄마의 깊은 사랑의 방법도 되새겨졌으며,

내 가정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동화에서 쉽사리 다루지 않은 적나라한 내용이라 놀라웠고, 읽는 중간중간 울화통이 터져

손에서 여러번 책을 놓고 숨을 고르기도 하였다.

"백수건달 아빠", "엄마", "나"는 어설픈 화해분위기로 끝맺음을 하지 않은 채 

"다러"가정의 뒷이야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아서 여운이 더욱 많이 남는 책이다.

"백수건달 아빠"가 정신을 차리고 “다러”의 가정에 돌아와 서로의 상처를 씻어주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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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54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 카를리네 캐르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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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림책을 처음 대할 무렵,  제목이 특이해서 보았던 책이었다.

이 그림책은 글을 읽지 않아도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알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표지부터 살펴보면 한쪽 발에 붕대를 감고 의자 위에 서서 천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서 뭔가 느껴진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좁다는 것을 그림만으로도 알 수 있고, 이사 온 벽돌 집 옆에 소를 한 마리 그려 놓은 것도 도심에서 벗어나 전원으로 이사를 갔다는 걸 알 수있게 한다.

위층에서 뛰어다니는 소리에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게 되면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다는 것은 이 가족이 이사 오기 전에도 수차례 할머니로 인해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던 거 같고,  할머니는 발목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올라 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할머니가 귀가 커져서 누워 있는 침대 주변 벽면에는 할머니 혼자만의 사진들이 할머니를 놀란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것도 재미 있지만, 할머니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독신으로 살았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할머니의 귀가 예전대로 돌아온 맨 마지막 그림에서는 위층과 아래층의 창틀에 화분이 놓여져 있다는 것은 화합의 길로 들어섰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할머니와 위층으로 갈등구조였을 때는

할머니 창틀에는 화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그동안 외로움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할머니와 함께 놀고 말벗이 되었더라면

할머니의 발목에 붕대도, 귀가 엄청 커져서 외출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리라...


나도 할머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외롭지 않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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