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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ㅣ 청년사 고학년 문고 5
최나미 지음, 정용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구박을 받아오며 살았던 엄마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병 수발은 뒤로 한 채 화실에 나가는 것에 대하여 온 가족이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를 찾아 세상으로 나오면서 겪는 갈등과 이에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엄마 “윤서영”의 자세를 초등학교 6학년인 딸 가영이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화실에 나간 엄마는 표정부터가 다르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급구조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아빠는 직급상승이나 보수로서 인정을 받지만, 개인의 성취도가 전혀 무시된 가사노동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자신을 위해서 산 시간이 없으니까 즐거웠던 지난 날 보다는 서럽고 억울해 한다. 한평생 맺힌 원망과 불평을 쏟아 내는 것을 보며 엄마는 여자로서 할머니 인생이 자꾸 보이니까 누구를 위해서 뭘 참거나 희생하고 싶지 않아 박차고 나 갈 수 있었음을 알게 되고,. 과거, 현재, 미래의 엄마 얼굴이 그려진 자화상이 가진 의미에 대하여도 되새겨본다.
성(姓)자의 생김새를 보면 분명 여자의 몸에서 만들었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그 뜻으로는 “성, 겨레, 아들”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성도 필요 없는 여자, 결혼하면 물려줄 수도 없는 성을 가진 여자(이젠 달라졌긴 하지만....)는 여자라서 안 되는 일도 많다. 반면 남자는 “안 되는” 일보다 “안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다. 가영이는 규정에도 없는 “여자라서 축구시합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자 남학생과 여학생의 큰 싸움이 벌어진다. 그 싸움의 속도는 무척 빠르며 신랄하게 상대되는 성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들어 비판한다. 여기서 아이들의 눈에 보인 보통 아줌마들의 모습이 어떤가도 알 수 있다.
중학생인 “가희”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언니이기는 하지만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줄 아는 눈을 가진 것 같다. 노인이 되어 자식에게 맡겨지지 않을 삶에 대하여도 이야기 하며, 그리고 부모가 다투면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불안정한 생각이기도 하고, 나에게로의 문제이기도 했던 물음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하여도 단박에 해결해 준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을 타협하지 못한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삽화의 변화도 볼 만하다. 이젤이 서 있는 꽃밭에 물을 주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더 없이 평온하다. 자신을 찾은 일이란 저런 것일까?
여자가 마흔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우울한 병을 앓는다고 한다.
이 책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을 읽고 마흔을 앞둔 여자 인 내가 지금까지의 살아 온 삶과 이후에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