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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54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 카를리네 캐르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평점 :
내가 그림책을 처음 대할 무렵, 제목이 특이해서 보았던 책이었다.
이 그림책은 글을 읽지 않아도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알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표지부터 살펴보면 한쪽 발에 붕대를 감고 의자 위에 서서 천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서 뭔가 느껴진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좁다는 것을 그림만으로도 알 수 있고, 이사 온 벽돌 집 옆에 소를 한 마리 그려 놓은 것도 도심에서 벗어나 전원으로 이사를 갔다는 걸 알 수있게 한다.
위층에서 뛰어다니는 소리에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게 되면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다는 것은 이 가족이 이사 오기 전에도 수차례 할머니로 인해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던 거 같고, 할머니는 발목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올라 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할머니가 귀가 커져서 누워 있는 침대 주변 벽면에는 할머니 혼자만의 사진들이 할머니를 놀란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것도 재미 있지만, 할머니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독신으로 살았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할머니의 귀가 예전대로 돌아온 맨 마지막 그림에서는 위층과 아래층의 창틀에 화분이 놓여져 있다는 것은 화합의 길로 들어섰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할머니와 위층으로 갈등구조였을 때는
할머니 창틀에는 화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그동안 외로움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할머니와 함께 놀고 말벗이 되었더라면
할머니의 발목에 붕대도, 귀가 엄청 커져서 외출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리라...
나도 할머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외롭지 않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