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는 자기애 - 스스로를 상처 내는 사람을 위한 심리학
사이토 타마키 지음, 김지영 옮김 / 생각정거장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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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상적 자기애'는 질병이 아니며 진단명도 아니다. 이것은 자기애의 특이한 형태의 하나일 뿐이며, 때때로 삶에 고통을 수반한다는 의미에서 해결과 지원의 대상이 된다. -p.281



나는 자기애가 굉장히 강한 편이다. 나를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며 1순위로 두는 경우가 많고 꽤나 개인주의 성향도 강하다.
그러나 나는 나를 비하하고 나를 부정할 때가 많다. 특히 요즘은 꽤 잦은 확률로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 혹은 "저런 사람보다 내가 죽는 게 맞는데" 등의 생각을 자주 한다. 가치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덤으로.

그래서 고민했다. 과연 이게 우울증일까?
여러 책을 찾아봐도 이 정도의 우울로는 우울증이라 말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일상에 지장을 받았다.
회사에 출근하기 힘들었고 작은 일로도 스트레스받았으며 몸은 자꾸 아프고 부정적인 것에 쉽게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계속 숨고 싶었다. 집 밖으로 나가기 싫었고 나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으며 소통하는 것도 억지로 하고 나면 그날은 진이 더 빠지고 더 우울했다.
특히나 그런 타입의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여 포장하기 위해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나는 자상적 자기애를 갖고 있었구나.
나는 나를 정말 사랑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곧잘 하면서도 절대 그런 시도는 하지 않는다. 나는 그게 내가 겁쟁이여서 그런 줄 알았더니 자기애가 강해서 그런 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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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지위나 성공 등 자기긍정감의 든든한 반석이라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요인 안에서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죽고 싶다'든가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말로 sos를 보내는 경우와는 다르게, 이들은 자기 부정적 발언을 계속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준다. 마치 말로 하는 자상행위 같은 것이다. 이들은 분노나 불안, 과도한 긴장이나 우울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상처 내는 것은 아닐까. 자기를 부정하는 말을 자신에게 던짐으로써 간신히 자신을 지켜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p.37



개인사로 인한 불안과 긴장, 우울감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상처 냈던 거였구나 싶었다. 과한 방어기재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약간은 안쓰러웠다 🥲



📌 이들의 '죽고 싶다'는 말은, 대개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는 뜻이거나 '너무 고통스러워서 잠시나마 의식을 잃고 싶다'는 정도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자신이 하는 말처럼 자살시도까지는 하지 않는다.
···
자살관념을 내비치는 사람의 수에 비하면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매우 적다.
···
정말 자기애가 파괴되면 사람은 아주 쉽게 죽음에 다가간다. 우울증이나 조현병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그 증상은 물론이거니와 자기애가 심하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자기애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고통 끝에 괴로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 -p.76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애'가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복치 유리 멘탈에도 자기애는 애초부터 강했던 편이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자상적 자기애'는 대부분 히키코모리한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쩐지... 솔직히 돈 문제만 아니었으면 나도 방에 처박혀서 나가지 말래도 너무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

여튼 자신에게 자꾸 부정적인 말을 던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습관처럼 자살관념을 내비치는 우울감을 가지고 계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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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서 더 빛나는 너에게
성유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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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다1 銳敏하다
1.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3.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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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생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다. 성격도 그렇고 입맛이나 체질도 굉장히 예민하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 상처 잘 받고 편식도 심하고 스트레스받으면 쉽게 아프고 이것저것 알레르기도 많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긴 하지만 평온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많이 참고 사는 거였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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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는 작가님이 날 보고 쓰셨나 할 정도로 닮은 게 많았는데 2장은 그냥 읽는 내내 내 얘기였다😲
부모님 이야기는 좀 다르지만 나도 허구언날 아프다보니 주변에서도 내가 아픈 게 당연시되어 있을 정도라 아프다고 하면 오히려 잔소리를 더 듣는 입장으로써 얼마나 서러운지 😢

게다가 스트레스받으면 온갖 염증을 달고 사는 것도 똑같았다. 최근에도 위염, 식도염, 장염을 번갈아 걸리고 급성 위장염 때문에 링거까지 맞고 와서인지 정말 x100 구구절절 내 얘기라 공감하면서 읽었다.

예민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피곤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예민한 걸 최대한 티 안 내고 살려고 노력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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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님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이겨나가고 있는데 일단 내가 예민한 사람인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예민 보스라고 선포했다. (물론 다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미리 얘기했다. 맞출 수 있는 건 맞추고 못 맞추는 건 어쩔 수 없고.

문제는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혼자 스트레스받아하는 귀찮은 성격이란 건데 이건 누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럴 땐 조용한 재즈나 클래식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책을 읽었다.
정말 뜬금없이 일하다 말고도 그런 적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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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이 예민하긴 하지만, 그래서 자책도 많이 하고 자존감도 낮아지기도 하고 뭐 감정 기복이 널뛸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나를 사랑해서 이 책을 통해 예민한 나를 다스리는 법을 조금 더 배운 것 같다.

예민한 게 꼭 단점만은 아니어서 일할 땐 또 나름 좋다.
스트레스 잘 받는 것 빼곤 나름 좋은 것 같음....😥

확실히 같은 예민러여서 그런지 나를 알고, 나를 보듬고 하는 방법도 많이 와닿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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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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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유치원 선생님 영아, 그녀는 늘 자기 검열을 하며 지낸다. 유치원 최고 문제아 마일로에게,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는 은주에게, 착한 남자친구 수원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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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삶을 지속하다 번아웃이 온 영아는 웃음을 잃었다.
"웃음을 상실한 지가 너무 오래됐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소설이 수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거라 확신한다. 작가님은 욕먹을 각오로 썼다고 하셨지만 난 오히려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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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잃은 영아는 남자친구 수원과 은우 엄마의 추천으로 한 센터를 방문하고 알 수 없는 시술을 받는다. 약 4주 동안 효력 있는 뇌 시술. 그리고 그녀의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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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도 영아가 사이코패스가 된건가 싶었다. 남의 고통을 보고 웃는다니 미쳤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욕망대로 행동하고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생각으로 끝냈어야 할 언행을 한다. 사회적인 동물이라면 필수로 장착해야 할 가면이 벗겨져버린 거다. 읽으면서 꽤나 섬뜩했다😂
뇌 시술을 제외하곤 다 있을 수 있는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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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신을 억압하던 모든 것들을 떨쳐내는 모습이 소름 돋지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더라. 현실에서의 일탈을 할 수 없으니 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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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예상치 못한 반전 요소까지 있어 정말 재밌게 읽었다. 내 주변에 영아는 누구인지, 수원은 누구인지, 은주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고 '과연 내가 저 시술을 받는다면?'이란 상상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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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제목과 달리 섬뜩함이 가득한 이 소설, 여름날과 꽤 잘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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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난 은주를 조금 닮은듯하다.
저 정도로 억압하고 남에게 강요하진 않지만 행동력 부족한 은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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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콰트로스 - 내전편
우석훈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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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 창궐과 환경 파괴로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내몰리고, 엄청난 치유력과 내구성을 지닌 신인류 호모 콰트로스의 등장. 하지만 이들의 절대수명은 4년.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콰트로스의 생존을 건 전쟁 끝에, 호모 콰트로스가 울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을 구축한 것도 잠시. 생존보다 번영을 택한 새로운 세력의 등장. 절대수명을 연장하는 '호모 섹스투스' 프로젝트를 발동한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사이에 둔 거대 문명의 충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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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논하는 절대 수명 4년의 신인류라니 요즘 아주 획기적인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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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100살까지 살고 싶지 않은 인간으로서 호모 콰트로스의 인생이 아주 좋아 보였는데요 🤔
방사능 때문에 다른 곳으로 여행할 수도 없는 인생인데 사랑사는 사람들과 유유자적 살다가 노화된 몸으로 오래 살지 않아도 된다니 저에겐 너무 매력적이고 달콤한 이야기였습니다. 가능하다면 제가 그렇게 살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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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인간은 역시 욕망의 동물이죠. 그 와중에 더 살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2년 정도만 하고 싶은 걸 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억울해하며 죽은 아버지의 유언으로부터 시작된 한성 유통 일가의 '호모 섹스투스' 프로젝트.
보자마자 느낀 건 '과연 2년으로 만족할 것인가'였고 아니나 다를까 책에서도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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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바라면 5년을 바라고, 5년을 바라면 10년을 바라고... 신인류라 해도 역시 사람의 욕심엔 끝이 없는 법이니까요 ☹️
그리고 그걸 위해 이소영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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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었는데 저자가 어차피 쓸 책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장면만 넣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제 집중력 문젠 줄 알았네요..
그렇다고 내용이 이해 안 될 정도는 아니니까 상관없었는데 제가 제일 어색했던 건 '천수', 다익'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부르는 거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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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다익의 일행과 2년을 더 살고 싶어 변화를 꿈꾸는 천수의 일행이 대립하는 게 참 재밌었습니다.
토론하고 싶은 책이란 것도 이해가 됐구요. 나라면 과연 어느 쪽일까 고민해 봤는데 현생을 살고 있어서인지 다익이쪽이 좋아 보였어요. 역시나 전 오래 살고 싶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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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를 좋아하던 순정남 천수의 급격한 변화가 솔직히 공감되지 않았고 이해도 안 됐습니다. 아무리 서울 놈들이랑 붙어먹고 장사쟁이가 됐어도 고향과 친구를 버릴 만큼인가 싶고, 더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기엔 그런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최전선에서 이용당한(?) 뒤 결말에서의 천수의 노년은 좀 안쓰러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는 남은 인생이 무슨 소용일까요 😟
(뭐 엄밀히 말하면 이용당한 것도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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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천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근묵자흑이죠 뭐. 수명 연장의 꿈은 가질 수 있으나 무력 제압은 안될 일이죠.
소영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더라면 천수는 울산에 있었을 테고 최고한 셋이 친구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긴 하지만 소영이가 사람 보는 눈이 좋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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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편이라고 해서 다른 시리즈가 더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혹시 나올 예정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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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에 흔치않은 구성이 재미를 더했던 것 같습니다.
이민영 분량은 좀 더 주면 안 됐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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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해방 일지 - 고통이 만연한 우리 사회,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는 법
심민영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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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우마는 일상적인 범위에서 예측할 수 없는 끔찍하고 참혹한 속성을 갖는 사건을 말한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는 생명의 위협, 심각한 위해, 성적인 폭력과 관련한 사건으로 정의한다.



우리는 흔히 "나 이거 트라우마 있잖아~", "야 진짜 PTSD 온다"라는 말을 한다. (내 주변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이 정도 관점은 흔히 이겨낸 충격에 관한 이야기로 실제는 PTSD까지 온 적 없는 일일 것이다. 트라우마가 지속되어 해소되지 않으면 PTSD가 된다는데 그런 일을 저렇게 쉽게 얘기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나는 큰 트라우마가 없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이겨낸 것뿐이었다. 트라우마란 어떻게 보면 크고 어떻게 보면 작은데 나는 작다고 생각했다. 빨리 잊고 싶었고 다행히 빨리 잊었다.

내가 겪었던 일은 크게 세가지가 생각이 나는데 하나는 말하기 그렇고 두번째는 중환자실에서 실습 중이던 20살, 어떤 할아버지가 임종 직전이었고 해당 병원에 간호사가 실습생이던 나에게 수동 산소호흡기를 계속 누르라고 시켰다. 그리고 그녀들은 피자 메뉴를 골랐고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내 앞에서 사람이 죽은 게 처음이라 너무 충격을 받았는데 내가 호흡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돌아가신 게 아닌가 죄책감 들고 피자 메뉴를 고르던 그녀들이 원망스러웠다. 영안실 직원분과 시신을 옮기는데 사람 느낌이 안 들어서 무서웠고 그 뒤로 한동안 악몽을 꿨다.

세번째는 교통사고를 목격한거였는데 옛날 집 앞에 횡단보도가 있었는데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6~7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엄마 손을 놓고 바로 뛰었다. 그때 역주행하던 레카랑 부딪혔고 아이가 내 옆에서 엄청 멀리 날아갔다. 곧 어머니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빠가 놀래서 나를 집에 보내고 신고하고 뒷수습을 했는데 그 뒤 아이가 즉사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사건 역시 꿈에 계속 나왔는데 아이가 내 팔을 잡기도 하고 내가 대신 치이기도 하고 별 상황이 다 나오더라.

다행히 세 사건 다 한동안 악몽은 꿨지만 이겨냈다. 다만 나는 중환자실 실습을 그만뒀고 사건·사고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목격한 것만으로도 이런데 실제 참사의 당사자가 되면 얼마나 심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세월호나 이태원 사건만 봐도 2차 가해가 그렇게 일어나는데 유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너질까.

저자는 말한다. 참사 생존자는 사회에서 따뜻하게 받아줘야 한다고. 참사의 충격만큼이나 사회적인 충격도 심하다고 말이다.

직업 특성상 "나는 안아플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본다. 이해가 되지않았다. 사람이 늙으면 아픈건 당연한데 어떻게 저리 자신할까. 근데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보니 알 것 같다. 갑작스러운 사고도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데 병따위는 더더욱 그렇겠지.

이 책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해주고 어떻게 마주하고 회복하는지, 회복하기 위해 사회가 어떤 역할을,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참사는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길을 가다가, 집에 있다가, 어딜 놀러 갔다가 무얼 해도 날 수 있다.

내가 안될 거란 생각으로 방어기제를 갖고 2차 가해하지 말고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항상 주의해야 한다.
공격을 한다면 그 참사가 인제일 경우 시시비비를 정확히 따질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항의를 해야 한다. 내가 당사자가 된다면 이런 사회에서 괜찮겠는가?

절대 피해자를 탓하면 안 된다. 그들은 잘못한 게 없다. 일상을 살다가 사고가 나는 게 어떻게 그들의 잘못이 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스스로도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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