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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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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해나 작가의 신작 『혼모노』가 출간되었다.

소설 『혼모노』의 제목 ‘혼모노’는 ‘진짜’라는 의미의 일본어이지만, 국내에서는 ‘진상’이나 ‘오타쿠’를 조롱하는 의미의 은어로 사용되곤 한다.
긍정적으로 사용되던 ‘혼모노’의 의미가 다수에 의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질되어 버린 것처럼 이 책에 수록된 일곱편의 이야기에는 진실이라고 말해지는 것에 쉽게 믿음을 갖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선 인물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갈등”을 맞닥뜨리며 마침내 진짜와 가짜를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소설 『혼모노』는 흡인력 있는 서사와 강렬한 캐릭터, 날카로운 시선으로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을 들춰낸다. 인물은 이익과 유리한 방향에 따라 자기식대로 대상을 바라보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문제를 덮어버린다. 그러다 갈등을 겪으며 말과 행동에 괴리가 생기고 서서히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과연 진실인가를 되묻게 되는데, 읽는 이 또한 길을 잃은 화자로부터 거리를 두고 선인과 악인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세대의 경계가 무너지고, 인물과 독자의 경계 또한 무너진다. 모든 선이 희미해진 배경에서 인물이 고양된 감각에 의한 쾌감과 같은 지독하고 불안한 욕망을 인정하고 민낯을 마주함에 생겨나는 허무함과 부끄러움을 독자인 나 또한 함께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혼모노』를 “이 이상한 여정에 조우한 낯선 사람”이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소설집이라고도 소개할 수 있겠다.

계층과 경계에 예속되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순간엔 「혼모노」 속 인물의 말처럼 “흉내만 내는” ‘가짜’로 존재하고 있던 것은 아닐지, 너와 나, 그리고 그 어떤 말도 의미도 뒤섞이는 결말에서는 단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을 목격하며 내게 진짜는 무엇인가 자문하게 된다.
흡인력 넘치는 서사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몰입하며 읽었기에 추천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이 글은 출반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혼모노 #성해나 #창비 #신작 #소설 #책 #서평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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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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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문장의 나열, 그리고 물에 잠긴 세계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판타지 소설 『다이브』를 순식간에 읽었다. 소설은 기계 인간이 되어버린 수호의 죽음에서 시작하지만 물속에서 올라와 지워진 기억이 현재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는 과거가 과거로 머물지 않고 그로부터 또 다른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마주하기 싫은 기억이나 감정이 거부해야 할 쓸모없는 것들에 그치지 않으며, 그것으로부터 새로 시작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수호는 자기의 기억을 들여다보기를 용기 있게 선택한다. 이에 얼마 살지 못하는 수호를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해 기계 인간으로 만들어내려는 부모를 보며 자기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던 기억, 두려움을 이겨내고 경이 삼촌과 마주하려고 하는 수호의 모습들을 보며 수호를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말을 알지 못하는 가제본이더라도 수호의 곁에는 선율이 있으니 수호가 자기 내면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 또한 함께하는 이들의 여정에 동참하고 싶었다. 소설 Y 대본집 『다이브』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이들이 찾은 과거의 기억은 어떤 기억일지, 그 기억을 어떻게 이겨낼지 읽어보고 싶고, 기대되었다.

소녀는 아직 과거에 잠들어 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과거에. 망가지지도 않은 물건들을 버려 대고 냉장고에 음식을 박아 둔 채 잊을 수 있었던 시절에. 물론 꿈이긴 했지만, 선율은 그런 꿈이라면 잠만 자다가 굶어 죽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_22P

하기야 모두를 순전한 마음으로 아끼고 용서하고 이해하기란 천사나 할 일이지 사람의 태도는 아니다. 천사처럼 군다는 것은 상대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말을 모르고 규칙을 모르는 것에 화내지 않듯이 기대가 없고 하찮은 존재에게만 한없이 너그러울 수 있다._110P


*창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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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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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창비 


기상학자인 아빠를 따라 북극권 베어 아일랜드로 오게 된 열한 살 에이프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로 아빠는 일에만 몰두하고, 에이프릴은 이곳에 와서도 자신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아빠에게 실망한다.


그러다 에이프릴은 창문 너머로 거대한 실루엣을 발견하고는 섬 곳곳을 탐험하다 커다란 앞발에 끈이 감겨 있는 거대한 곰을 마주하는데,


에이프릴은 곰과의 대화방식을 터득하며, 만년설이 녹기 시작하면서 이름과 달리 곰이 살지 않게 된 베어 아일랜드에 곰이 오게 된 연유를 읽어낸다. 그리고 원래 살던 곳인 스발바르로 곰을 데려다 줄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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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떠올렸다.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북극권, 곰이 살지 않는 베어 아일랜드.......

“내가 뭐라도 할게.” 열한 살 에이프릴은 자신의 힘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갖고 지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한다. 에이프릴의 용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 때때로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바람이 이루어진다. 에이프릴은 암호 해독자처럼 곰이 보내는 신호를 읽으며 곰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에이프릴의 진실한 마음은 곰에게 충분한 신뢰로 다가가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인간과 야생 동물의 유대 관계가 실현된다. 기존과 다른 대화 방식으로 둘이 하나가 되어 마음을 나누는 장면들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 곰에게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는 에이프릴을 보며 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다면 인간 또한 존재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 서로 사랑하고 위해야만 우리 모두에게 내일이 주어질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라스트베어 를 읽으며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했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일이 없으므로 걱정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환경에 관해서는 많은 걱정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후 위기를 알려주고, 사랑과 용기 그리고 결단력을 길러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한다.


*창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북극곰은 해양 동물이라서 만년설을 물범 사냥터로 이용하거든. 하지만 만년설이 녹아 사라지면서 예전처럼 멀리 이동할 수 없게 되었어. 그래서 북극곰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거란다. - P44

딱딱한 동상이 아니라 부드럽게 흐르는 물처럼 몸에 힘을 뺐다.(...) 에이프릴은 고무장화 밑창에서 뿌리가 자라나 섬에 얽혀든다고 상상했다. 섬이 손을 뻗어 자신과 연결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에이프릴은 인간에서 멀어져 곰에 좀 더 가까워졌다. - P76

곰은 듣는 법을 알려 주었다. 평소에 인간이 듣는 방식이 아니라 진짜로 듣는 법이었다. - P145

둘이 하나가 되어 하늘을 나는 순간. 세상이 침묵에 빠졌다. 일생일대의 순간이 주는 그런 침묵이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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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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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채은하, 창비 

오랜 옛날 금강산에는 호랑이들이 드넓은 땅을 누비며 살았다. 그러나 인간의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호랑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하던 사냥꾼에 의해 호랑이 수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결국 호랑이들은 생존을 위해 인간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터득하여 인간들 속에 섞여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호랑이 루호, 토끼 달수, 까치 희설은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인간으로 변신하여 호랑이 구봉 삼촌 네 집에서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에서 호랑이 흔적이 발견되고 동네에서 호랑이를 잡는 데 혈안이 된 강태 아저씨가 루호네를 의심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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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를 읽으면서 인간의 욕심에 관해 생각했다. 산을 밀어 버려 더 이상 호랑이들이 숨을 곳이 사라졌다는 문장이나, 오래전 자신의 안위를 위해 호랑이를 사냥했다는 인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나아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루호》는 특별한 능력은 아들만 물려 받을 수 있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호랑이라는 인물이 인간으로 변신했을 때 남자일 것이라는 편견과 그동안 무서운 야수나 미련하게 그려지는 호랑이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한다. 그러면서 주인공 루호에 이입을 통해 호랑이 또한 인간과 같은 생명이 있는 존재이며 우리에게는 그들을 해칠 권리가 없음을 드러낸다.

🔖"숨은 호랑이들이 더 이상 쫓기지 않길, 우리가 모두가 어떤 모습으로도 안녕할 수 있길 바라면서."_작가의 말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의미가 확장된다. 겉모습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해서는 안 되며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주제 의식은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의 안부를 묻도록 한다.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도, 호랑이이자 사람인 너도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 마._P. 60

🐯구전 설화를 듣듯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가독성 있는 문장은 몰입하여 책장을 술술 넘기게 했다. 

🐯《루호》는 선택으로 상황을 바꾸고 운명을 개척해 가는 인물들로 작게만 느껴지는 나의 선택에는 실은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그러니 나도 어떤 존재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해 준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작은 선택이 모여 일어날 거대한 변화를 상상해 본다.

*창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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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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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상처받은 유년시절의 기억을 덮어두고 살아가던 호정의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상황을 견디며 성장하던 호정. 어른들이 일부러 호정에게 상처를 주려 했던 것이 아니었더라도 숨겨진 의도를 눈치채는 호정에게는 어른들의 작은 행동, 말 하나하나가 큰 의미로 다가온다. 호정은 어떤 것도 문제가 없다는 듯이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무난하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억압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문득문득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런 호정의 앞에 나타난 전학생 은기. 호정은 왠지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은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은기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열일곱 살 호정에 의해 나의 청소년 시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호정이 겪은 상황과 같지는 않지만, 호정의 변화하는 감정에 몰입하며 그 당시 청소년기의 내가 느꼈던 상처라는 한 감정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호정이 은기를 만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은기와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그들은 힘겨운 일을 마주하게 되고 호정은 외부, 그리고 자신과 싸우게 된다.
은기를 만나고 난 이후의 호정의 삶은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호정은 은기를 통해 온기를 느꼈고, 은기가 주었던 따스함은 호정의 얼어붙은 호수를 녹였을 것이다. 호정에게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얼어붙은 호수에서 벗어나는 일이 슬프고, 힘겨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이 녹은 이후가 어떻든 그 공간에 생겨 난 은기와의 따뜻했던 기억은 호정에게는 한걸음 나아갈 힘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호수의 일』을 읽는 동안 호정을 응원했다. 그리고 호정과 그 주변 인물의 상황, 말과 행동으로 유년의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외에도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담아내면서 현재까지도 거론되는 사회 문제에 관해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블라인드로 진행되었던 『호수의 일』의 작가는 『푸른 사자 와니니』, 『두 번째 엔딩』 등을 집필한 이현 작가였다. 인물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담아내었기에 현재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 청소년기를 지내 온 이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호수의일 #창비 #블라인드가제본 #청춘소설 #책리뷰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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