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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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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는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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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정광제

 

​그 무엇인들 갈라 놓으리라

언제 누가 알았겠나

가슴에 물이 차도

갈라질 순 없는 건데

갈라진 가슴엔, 이미

곡성이 차오르고

충혈된 동공엔

짠물이 가득찬다

하루도, 밤낮도 빠짐없이

진도 바닷물에

짠 눈물 섞이고

핏빛 아우성이구나

돌아오라 어린 영혼아!

차갑고 어두운 곳에서

틈새를 비집고...

<정광제> 서강대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지구문학 신인문학상. 시집 <하다> 1집 등 4권의 시집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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