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1주
방자전 (2010)
김대우 감독 / 김주혁. 조여정, 류승범 주연
<스캔들>, <음란서생>에 이어 김대우 감독은 참으로 일관적인 취향과 주제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스캔들>에서는 18세기 프랑스의 치정극을 조선시대로 절묘하게 가져오는 파격을 시도했던 그가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너무나 유명한 고전 <춘향전>으로 파격을 시도했다. 춘향이도 아니고 이도령도 아닌 방자의 시점을 다룬 데다, 심지어 그 방자가 사랑하는 것은 도련님의 연인 춘향이다. 이 무슨 방자한 행태인가!...하고 혀를 차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몽룡이 춘향을 첫눈에 보고 반했을 때 옆에서 같이 춘향을 본 방자도 그 미모에 홀딱 반한다는 건 참 말이 되는 상황 아닌가. 그리고 춘향이도 반가집 규수가 아닌데, 방자가 굳이 언감생심 춘향이는 쳐다볼 엄두도 못내고 향단이만 짝꿍이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 도련님이 체면 차릴 때 둘 사이의 메신저로 춘향이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것도 방자이니, 이 방자한 방자의 사랑은 사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똑같이 처음 보고 첫눈에 반한 것이지, 몽룡이와 춘향이가 백년가약 맺은 상태에서 방자가 새삼 금단의 사랑을 시작한 것도 아니니 발칙할 것도 없다. 이 영화에서 진정 방자하고 발칙한 것은 바로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노리며 줄타기를 했던 춘향이다. 단지 방자의 사랑만으로는 이 영화는 주인님의 여자를 사랑한 하인의 신파 멜로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카멜롯의 전설 (1995)
제리 주커 감독 / 숀 코너리, 리처드 기어 주연
주군의 여자를 사랑한 불륜남,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남자. 아더왕 전설의 란슬롯! 영화며 드라마며 소설이며 온갖 버전의 아더왕 전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 유명한 불륜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그 사랑에 대한 해석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어떤 버전이든 충실한 제1의 기사 란슬롯과 아름다운 왕비 기네비어의 은밀한 사랑과 아더왕이 이루는 삼각관계는 이 전설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소재이다.
생각해보면, 이 위대한 왕은 삼각관계 말고는 변변찮은 러브스토리 하나 없고, 하나뿐인 아내로부터는 왕으로서의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받지 못한 외로운 영웅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삼각관계를 전면에 부각시키며 영웅 아더왕이 아닌 외로운 남자 아더를 실컷 보여준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95년작 <카멜롯의 전설>이다. 리처드 기어가 강하지만 부드럽고 이성적이어야 하지만 감성적으로 휩쓸리고 만 로맨티스트 기사 란슬롯을 연기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이런 란슬롯은 성격만 더 흐릿해져서 안그래도 답답한 삼각관계를 더욱 지루하게만 만들어버렸다. 서로 끌려서는 안될 상대임을 알면서도 점점 마음의 발전을 막지 못하고 불륜 커플이 되고 마는데, 그 과정이 식상하다. 나름 음모와 스케일감 있는 전투도 넣어 장대한 전설의 맛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긴 했지만, 카멜롯의 진정 전설이랄만한 스토리는 이미 소실된 채 영화는 지루한 신파를 주조로 느릿하게 흘러갈 뿐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2006)
케빈 레이놀즈 감독 / 제임스 프랑코, 소피아 마일스 주연
역시 초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고전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켈트족의 전설이자 중세 유럽 연애문학의 하나로, 주인공 트리스탄과 그의 주군인 마크왕의 아내이자 왕비인 이졸데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이다. 주인공 트리스탄이 금단의 사랑을 하게 된 데에는 팔자 기구한 사정이 있다. 마크왕보다 트리스탄이 먼저 이졸데를 만났고, 그녀의 정체를 모른채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주군이 적국 아일랜드의 공주를 아내로 맞을 수 있게 뼈 빠지게 싸우고 났더니, 바로 사랑하는 그녀가 공주였다. 졸지에 그는 자기 손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주군에게 보내야하는 운명의 희생양이 되었다.
불륜의 삼각관계가 된다는 결과만 보면 란슬롯과 비슷한 것 같지만, 두 영화가 재미없는 포인트는 조금 다르다. <카멜롯~>은 흥미진진한 격동의 전설기는 다 지나고 이제 후반의 집안싸움 시기라는 배경에 삼각관계를 전면적으로 질질 끌면서 지루해졌었다. <트리스탄~>은 위태로운 사랑과 동시에 불안정한 국가의 위기가 동반된다. 그들의 사랑은 그냥 불륜이 아니라 '국가를 파멸시키는 사랑'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트리스탄은 자기 힘들다는 어필만 하며 갈수록 방자하게 군다. 거창하게 이야기판을 벌려놓고 주인공은 찔찔거리기만 하다가 끝에 가서 어거지로 비장미 넘치는 사랑으로 포장하려고 하니... 그나마 초반에 쌓은 비극적 운명의 사랑까지도 퇴색해버렸다.
+ 덤 >>
무극 (2005)
첸 카이거 감독 / 장동건, 장백지 주연
한국인에게는 장동건이 갑옷 입고 뜀박질 하던 영화로 기억되는 <무극>. 노예의 신분인 장동건은 왕비 장백지를 사랑한다. 그러나 마치 인어공주 이야기처럼 왕비는 자신을 구해준 이를 착각하고 장군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장동건님은 자신의 은인이기도 한 장군에 대한 충심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미이라 (1999)
스티븐 소머즈 감독 / 브랜든 프레이저, 레이첼 와이즈 주연
주인공들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강렬한 조연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 시리즈 최고의 카리스마 악역인 신관 이모텝은 파라오의 정부 아낙수나문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그 둘의 입장에서는 나름 애절한 러브스토리인데, 되살아난 현대에서도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용인되지 않는 저주받은 사랑... 기구한 이모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