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최신영화부터.
뱀파이어 고유의 특징은 희석되고 '이종족'의 매력과 꽃미남만 강조된 21세기 유행형 뱀파이어 창작물 중 요즘 제일 성공작인 <트와일라잇>시리즈이다.
그리고 뱀파이어 하면 빠지지 않는 단짝 늑대인간도 2편인 <뉴문>부터 본격 등장하시 시작했다. 보통 같은 괴물 종족끼리 묶을 때 늑대인간은 웬지 뱀파이어의 하수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뱀파이어들을 견제하는 라이벌이다.
또한 이 영화속 늑대인간의 재미있는 점은, 보통 '늑대'에 가까이 보고 괴물로 그려지던 것과 달리 '인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얘들은 늑대로 변신하는 특이한 '인간'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뱀파이어에 맞서는 것은 곧 인간을 지키고자 함이다.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종족 대결이 메인인 영화.
현대식으로 검은 가죽옷 검은 바바리를 입지만 여전히 뱀파이어는 드라큐라 '백작' 등에서 이어지는 귀족적 이미지를 고수, 지배자다운 포스로 그려지며 라이칸들은 그들의 노예로 부려지던 종족으로 나온다. 이 라이칸 종족은 <트와일라잇>시리즈처럼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얘들이 뱀파이어에 저항하는 건 인간하고는 상관이 없다. 이 영화에선 인간은 그냥 꼽사리로 존재하는 종족일 뿐~
하지만 뱀파이어들이 인간의 피를 빨지도 않고
(먹긴 하는데 혈액은행에서 만들어 마시니까 인간에겐 해가 없다)
두 종족이 싸운다고 해봤자 액션도 인간처럼 총질을 벌이기 때문에
이종족간 대결의 개성은 살지 않는 영화.
원래 반 헬싱은 소설 <드라큐라>에서 뱀파이어 잡고 다니던 박사님이다. 그 반 헬싱을 서양판 블록버스터 퇴마사로 바꿔놓은 영화. 그러므로 이 영화의 메인 악마는 뱀파이어이고 늑대인간 포함 나머지 괴수들은 그 부하 수준이랄까... 늑대인간은 뱀파이어에 대적할만한 힘은 지니고 있으나... 영화속에서 그다지 존재감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에 (스포일러 주의) 반 헬싱이 늑대에 물려 늑대인간화 되는 장면이 있어 그나마 늑대인간의 비중이 살았다.
덤으로, 이 영화는 <드라큐라>에서 모티브를 따 온 작품이니만큼 함께 19세기 고딕소설의 대표자들도 슬쩍 슬쩍 등장하는데, 초반에는 반 헬싱이 하이드를 때려잡고 후반부에는 프랑켄슈타인도 살짝 등장한다...
19세기 고딕소설 하니까 그 대표자들 다 모아놓은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늑대인간은 누가 소설로 멋지게 완성시켜준 게 없어서 멤버에서 빠져버렸지만 ㅠㅠ 뱀파이어는 브람 스토커가 <드라큐라>를 써 준 덕에 당당히 멤버로 참가. 온통 남정네 멤버 속에 여자가 필요했는지, 소설에선 희생자였고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에선 드라큐라의 절절한 사랑의 대상이었던 가녀린 여주인공 미나 하커가 팜므파탈적인 뱀파이어 여전사로 등장한다.
그 외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도리안, <지킬과 하이드>의 지킬(하이드로 변신), <해저2만리>의 네모선장, 투명인간(이것도 H.G웰스의 소설로 나왔었음)이 멤버로 등장한다.... 미국 비밀요원 톰 소여는 깼지만...-_-;
개인적인 불만이라면, <반 헬싱>이나 이 영화나 다 오락용 블록버스터라서인지 하이드를 헐크같은 단순한 괴물로만 묘사하고 말았다는 점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