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해서 많은 일을 했는데, 정원경이 정가 명의로 이득을 주길 바라지 않았다. 정원현을 발탁하든, 그녀의 미래 지아비를 발탁하든, 까놓고 말해서 그녀와 관계없다. 정원현은 자기 아들을 더 아끼고, 지아비도 양친에게 효도해야 한다. 그럼 그녀는 뭐가 되나. 그러니 그녀의 공을 남에게 바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이득이든 그녀가 바로 받아야 마땅하다. 이득을 갖고 싶으면 친정도, 시가도 그녀에게 부탁하라지. - P50
"물론 아녀자의 덕행을 거스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때는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여인의 일생 중에 그 세 사내가 겹치는 시기가 있잖아요. 게다가 부친에게 딸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아비도 아내가 하나만 있으리란 법도 없습니다. 여인이 공을 세우면 마땅히 가족의 것으로 돌려야 합니다. 하나 부친, 지아비, 아들이 다 있으면, 대체 누구의 공일까요? 사람 사이의 감정은 가장 나약한 것, 누굴 고르든 남은 사람은 서운할 거예요. 그러니 역시 본인의 공은 본인의 몫인 것이 좋습니다. 시가, 친정이 이 일로 추잡해질 일도 없고요."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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