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해졌을 때 초라해 보이지 않고, 득세했을 때 거들먹거리지 않은 사람. 이런 사람이 가족의 정에 연연할까? 정 노부인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와 두 아들이 정원경에게 눈치 주어 쓸데없이 태자 눈 밖에 난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팠다. 이럴 줄 알았다면……. 하나, 이 세상에서 ‘이럴 줄 알았다면’은 아무 쓸모가 없다. - P76
돌을 놓은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사람은 정유근이다. 그녀가 무정하고 박정하고, 이기적이며 감정을 희생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인가. 그가 아내로 선택한 사람은 정유근이고, 정유근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처음부터 고려했어야 할 문제다. 그가 다른 사람 때문에 변하지 않듯이, 다른 사람이 그를 위해 변하길 기대한 적 없다. 누군가가 혼인했다고 사람이 변하길 기대한다는 건 너무나 순진한 자기기만이다. - P199
다들 자기 마음으로 남을 헤아려라,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라, 쉽게 말하지만, 사실 그 처지가 되지 않으면 험난함을 모른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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