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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그녕 marmmo fiction
류현재 지음 / 마름모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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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재 작가의 장편소설 “빼그녕”
화사한 배꽃이 무더기무더기 피어있는 고운 표지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책을 열었다. 토요일 오후 시간이 앉은 자리에서 “순삭”이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몰입을 경험했다. 어린이의 성장 소설인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어른들의 동화일까? 서스펜스 스릴러 로맨스 드라마일까? 뭐라고 정의 내려야 할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이 안에는 그 모든 것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강아지, 고양이가 애완동물이 아니고 반려동물로 신분이 상승되다 못해 주인을 집사로 부리는 가히 서열1위에 해당한다. 빼그녕에게는 프랑크라 이름 지어준 송아지가 있는데 요즘 말로 하면 반려우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이름을 백은영이 아닌 빼그녕으로 읽고 쓰는 은영이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물론 동물에게도 특별한 이름을 지어준다. 이름을 지어 부르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행위이다. 의미를 부여하며 관계의 시작을 알린다. 비범함과 평범함의 간극에서 우리는 누구나 특별한 존재이기를 바란다. 빼그녕을 만나면 나도 곧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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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약국
김혜선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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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계획한 대로 딱딱 들어맞는 것이 몇 개나 될까? 80세의 약사 엄마와 26년차 프리랜서 작은 딸, 엄마의 고관절 수술과 딸린 가족이 없는 미혼이라는 이유로 계획에도 없던 동거가 시작된다. 딸과 엄마의 동거는 엄마가 외할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물학적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2년11개월의 동거가 끝났지만, 알고 보면 둘의 동거는 80년이 넘는다는 사실! 아주 질긴 인연이다. 엄마와 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부모와 자식사이는 그렇다) 소설 『잔소리 약국』은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들의 이야기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이 조금씩 다를 뿐, 그 안에는 부모자식이라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라는 실이 존재한다.


엄마는 50년을 열 평 남짓의 약국에서 시간을 보낸다. 영화와 관계된 직업을 가진 딸의 무대는 프리랜서이므로 크기를 규정 지을 수 없다. 무대나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는 자신의 쓸모를 고민해야 한다. 엄마는 50년을 한결 같이 약국으로 나간다. 수술한 뒤에는 딸이 엄마를 돌보느라 이동택시를 알아보고, 나물 반찬을 해서 아침밥을 짓고 도시락을 싼다. 일요일엔 교회까지 모셔다 드리고 ‘점심은 먹지 않는다’는 말로 잠시의 자유를 얻는다. 엄마도 딸도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때는 아마 그것이 쓸모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지나고 난 뒤 돌아보니 그랬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책 뒷 표지의 작은 의자에 걸쳐진 엄마의 약사 가운이 쓸쓸해 보여서 조금 짠하기도다. 

카카오맵 평점1점짜리 약사였지만, 왜 1점인지 알면 100점을 줘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듣기 싫은 소리를 잔소리라고 알고 쓰지만 편안한 오후 나른하게 들리는 잔잔한 소리라고 생각하면 잔소리는 곧 다감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약국에 가는 이유는 어쩌면 다다감한 위로를 받고 싶어서 인지도 모른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는 길을 걷다가, 얕트막한 건물의 작은 약국을 본다면, 잔소리 약국의 엄마 약사님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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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약국
김혜선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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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애잔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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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리베카 울리스 지음, 강병철 옮김 / 서울의학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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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역자가 번역한 리베카 울리스의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를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 바로 무지!!였다. 


정신질환이라고 명명하는 수많은 증상들 중 내가 아는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제한적이었다. 이 책은 정신질환에 관한 오해를 바로 잡고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며, 무엇보다 그들과 더불어 지내기를 바라며,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정보를 쉬운 말로 기술되어 있다. 역자는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물론 그들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옮긴이의 말에 썼다.


옮긴이의 말만 읽어도 이 책의 절반을 읽은 것과 다름없다. 잘 알지 못해서 자신이 먼저 겪어본 고통을 다른 이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그저 평범한 삶을 영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아있다. 


꼬막막한 출판사를 냈다는 그의 말이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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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민정준 지음 / 꿈꿀자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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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준 저자의 직업은 의사다. 직업으로서의 의사와 음악은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전혀 상관없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사람이 있어야 의술도 있는 것이고, 사람이 있어야 음악도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켰던 그는 학령기뿐만 아니라, 대학시절에도 악단에 가입하여 연주하는 등 항상 음악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그래서 일까 자녀들도 악기를 전공한다. 그런데 그는 음악을 취미로만 즐기지 않았다. 의과대학 교수가 되어서도 관현악반 지도교수를 맡는가 하면, 문집에 음악에 관한 글을 기고한다. 이쯤되면 음악은 곧 그의 삶이다. 어떤 한 현상이 삶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수고를 바쳐야 할까? 음악에 관한 것을 삶으로 체화한 뒤, 깨달음으로 꺼내 놀은 그의 글은 쉽고 재미있다. 「말러를 생각하며」라는 챕터를 따로 둘만큼 그는 말러를 사랑했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길을 걷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말러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길고 긴 말러의 교향곡도 한 번 들어볼 엄두를 내게 한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 연주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들을 줄 안다는 뜻이다.”라는 이탈이라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말을 인용한 저자 덕분에 음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없다손 치더라도, 일단 들을 줄만 안다면, 음악 가까이 가볼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생에서도 우리는 들을 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음악이 저자에게 가르쳐 준 삶의 지혜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이 책에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이제 우리가 그에게서 음악을, 삶을 배울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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