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싶다>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21세기 북스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終活일기
태어나서 살다가 살다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책.
치매에 걸려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거나, 불치병에 걸려서 모진 고통에 시달리며 주렁주렁 링거 호수를 꼽고 매달고
살고 싶지않다는 외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
하지만 그런사람은 이미 차고도 넘치는 고령화 사회, 일본도 우리나라도...
하루하루 목숨을 연장시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논의하기에 조심스러워하는 주제인 안락사
내지는 존엄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책.
일본인 저자가 쓴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만한 사례가 많다.
처음에,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을 때,
1980년대에 나의 눈물을 쏙 뺐던 <오싱>이라는 소설의 저자가 쓴 책이라는 점에 눈이 갔다.
오... 그 소설, 아직도 생각난다.
일본 패망 후의 가난 속에서, 매일을 견디며 생명을 기르고 희망을 꿈꾸던 어머니의 힘을 보여주던 소설이었는데...
저자는 <오싱>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일본이 일으켰던 전쟁에 대해서
일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위대한 나라라고 (오誤)인식했던 시절,
군국주의를 열렬히 추종한 소녀였던 저자 자신도 전쟁에 협력한 책임이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전쟁에 동참하고 전쟁을 응원 했다는 것 자체가 반성 해야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반성을 하긴 하고 있는 것인가?)
저자는 소설에서 <오싱>에서 주인공 오싱의 장남은 전쟁터에서 죽고,
남편은 만주와 몽골에서 일어난 전쟁에 협력한데 책임을 느껴야 자살한다고 전개했는데,
그것은 먹고 살기 위해 전쟁에 협력한 오싱에게 '벌'을 내리는 의미가 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일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벌써 잊어버리진 않았는가?라며 <오싱>에 이런 마음을 담았고, 지금도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얘기한다. p 53
어쨌든 이 <나답게 살다 나 답게 죽고 싶다> 라는이 책에서는
<오싱> 저자인 하시다 스가코가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본으로 돌아가서 일본 교육을 받고,
스무살,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가미가제특공대인 듯한 젊은 청년들에게 마지막 고향방문 기차표를 건네던 일도 했다는 저자.
일본 사회의 계급주의 화족, 사족, 군인의 딸 등 잘난 사람들의 계급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전쟁에서 패망함으로써 모든 계급이 스러지고,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고 인식하는 점도 보여준다.
저자는 1925년 5월 10일 생인데 2018년, 올해 나이 아흔 넷.
나는 1922년 5월 11일 생일 시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과연 나이가 든다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삶과 죽음은 무엇일까.
올해 아흔 일곱살 되신 시어머니는 아흔 여섯살 8월까지 혼자 사시고, 작년 9월에 우리집에 오셨다.
거동도 자유롭고, 특별한 병도 없이 잘 지내시는 중이셨다.
열흘 쯤 전에 안방에서 안방화장실 다녀오시다 넘어져 오른쪽팔 뼈에 금이가서 고정장치로 묶어서 지내신다.
팔을 고정했을 분인데 다리에서도 힘이 빠져 혼자 일어나실 수 없어,
화장실가시거나 식탁으로 이동하실 때 부축해드리고 있다.
며느리인 내가 부축하는 일만으로도 허리가 아프고(원래 아픈 허리...),
어제 오늘은 어깨까지 아프고 있다.
나이 들고, 죽게 될 때, 아프지 않고 스르르 죽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아파서 병원에 가면 생명을 연장시켜기 위한 주사제와 약과 산소 호흡기 등등 이런 것들을 달고 살게 될 것이 아닌가.
저자는 아흔 살 이후에 2년여에 걸쳐서 인생의 모든 것을 정리한다.
책, 원고, 잡지, 옷, 핸드백 등등 정리하며 그 많은 양에 놀라기도 하며, 독자에게 건강할 때 정리하라며 충고한다.
또한 저자는 자기가 아파서 쓰러졌을 때 구급차를 부르지 말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러니 살아있고, 건강하고, 의식이 있을 때, 연명치료따위 거절하겠다라는 의사를 문서로 남기기가 중요하다.
건강한, 인생의 꽃 피울려는 나이, 스무살 생일에 죽음을 생각하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나 또한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지 곰곰 생각해본다.
네이버 카페<북뉴스>를 통해 <21세기 북스>가 제공해 주신 책을 읽고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