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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수레바퀴 아래서 초판본 리커버 디자인 고급 벨벳 양장본 세트 - 전2권 ㅣ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헤르만 헤세 지음, 이미영 외 옮김, 김선형 해설 / 코너스톤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미영 옮김.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박지희 옮김.
김선형 해설
코너스톤
헤르만 헤세 작품 세트
이 책은 두 권 세트로 묶어서 판매가 된다. 왜 이 두 권을 묶었을까. 읽어보면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아동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수많은 구덩이와 벼랑과 절벽이 있어서 자칫하면 빠지도 구르게 된다. 하늘을 나는 것같지만 절벽에 떨어지기도 하고, 꽃길을 걷는 것 같지만 벼랑 끝에 서있기도 한다. 헤세가 살던 시대나 지금도 청소년시기는 건너기 어려워보인다. <데미안>에서는 어린시절에 다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기엔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는지, 마음을 특히 <수레바퀴 아래서>는 당시 독일의 교육제도 아래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억압되고 통제되는지를 보여준다. 헤르만 헤세 자신도 청소년기를 거치며 수레바퀴, 톱니바퀴 아래의 고통을 견뎌냈을 걸 생각해보면 그의 노년, 정원가꾸고 그림 그리는 삶의 후반부가 더 평화로와 보인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현실은 좀 나아졌는지. 그 대답을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기의 학생들도,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가야할 지 배울 수 있겠다.
데미안과 싱클레어이야기 그리고 한스 기벤라트와 하일너의 이야기이지만 세상 모든 청소년들의 이야기, 나도 거쳐왔고 그대도 거쳐온 질풍노도의 시기 이야기. 어떻게 거쳐왔는가. 헤르만 헤세가 이야기해주는 인간의 마음 탐구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이라면 언제나 자기자신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살아야 한다. 데미안은 이야기 속에서 인간 영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죄악이야. 사람들은 거북이처럼 자기 안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있어야 해.' '창백했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강한 생명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 같았다.'라고 묘사되는 데미안의 모습은 생각에 빠진, 명상 속으로 들어간 인상을 준다. 실제 데미안은 돌이나 고대의 인물, 짐승 같기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차가웠고 죽은 것 같으면서도 내면은 놀라운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이 조용한 공허, 이 높은 하늘과 우주, 외로운 죽음이 자리했다. '지금 완전히 자신 속으로 들어가 있어.'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모습을 보고 느끼며 성장한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인간의 길로 한 발짝 걷는 것이다. 외부 세계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자기 안 깊숙이 어딘가에서 휘몰아치는 어둡고 금지된 흐름에 귀 기울이며 자신에게만 집중한 채 며칠씩 보내곤 했다. 싱클레어는 속으로 강렬하게 엄습해오는 우울과 절망에 자주 시달렸다.
주인공이 새로운 사고방식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들 중 특히 중요해진 것이 하나 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름다운 종이와 물감과 붓을 방으로 가져다 놓았고, 팔레트와 유리잔, 도자기 그릇, 연필도 마련했다. 새로 산 작은 튜브에 담긴 고급 템페라 물감은 몹시 매혹적이었고, 그 물감 중에 크로뮴그린의 강렬한 초록빛이 처음으로 작고 흰 접시에서 빛나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리는 헤르만 헤세의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다. 싱클레어는 열심히 그림을 그려 한 인물을 탄생시킨다. 헤세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걸 알고 있기에 이 모든 이야기는 헤세의 이야기인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인물그림을 그리고, 새 그림을 그린 싱클레어, 그를 끌어당기는 것은 알을 깨고 날아오르는 새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신에게 날아가는 새그림을 완성한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술을 마시고 취한 싱클레어.. 기분이 좋지 않았고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 하지만 그 기분 속에는 유혹과 달콤함, 저항과 탐닉, 삶과 영혼 같은 무언가가 더 있었다. 운명론자이거나 신지학자이거나 인간의 정신과 영혼에 대해서 비밀리에 탐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살짝 비추어주는데, 운명과 기질은 같은 개념에 붙여진 다른 이름이다라고 말한다. 신비주의자가 되기 위한 최고의 준비 과정 중 하나는 마음대로 방탕(?) 하게 살아보는 것을 예로 드는데, 선지자가 된 성아우구스티누스 같은 사람도 한때는 호색가이자 한량이었다고 한다. 선지자나 그 비슷한 사람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주인공이다. "우리 안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거야!" 라며 자신의 정신세계탐험을 계속 한다. 싱글레어가 바라보는 창가의 그림, 그림 속의 두 눈이 여전히 반짝이는데 그것은 데미안의 눈빛인가 아니면 주인공 싱클레어의 안에 있는 존재의 눈빛인가.
고대 사람들이 불을 숭배했는데 불에 대한 숭배가 전혀 터무니없는 발상은 아니었다라는 싱클레어의 음악가스승의 혼잣말도 나온다. 벽난로에 불 피우자 나타나는 영상들 사라지는 노랗게 불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노란색 머리를 가진 새가 보이고, 사그라지는 장작불 속에 여러가지 형상들이 보인다. 주인공이 눈을 감았을 때 빙글빙글 돌며 나타나는 총천연색 점들이 정신세계를 느끼게 해준다. 영혼의 본질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주로 사랑하고 창조하는 힘일거라고 느낀다. 창조하는 힘을 가진 영혼.
청소년기에 맞닥뜨리는 사랑은 경건한 영적 숭배도 어둡고 짐승 같은 욕망도 아니고 사랑은 둘 다이며 동시에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천사이면서 악마, 한 몸을 지닌 남자와 여자, 인간이면서 짐승, 가장 고귀한 선이면서 가장 나쁜 악이다. 이런 사랑을 하며 살도록 정해졌고 이런 사랑을 맛보는 것이 주인공의 운명인 것 같다. 그는 운명을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했고 운명을 꿈꾸다가 그 앞에서 도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은 항상 거기에 있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간 소리를 듣는다.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바흐의 음악과 독일의 20세기 초 작곡가의 음악을 듣는다.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를 듣는다. 나도 <벅스>에서 검색해보고 그 음악을 찾아서 듣는다. 요즘엔 책을 읽다가 책에서 소개해주는 음악을 듣는 일이 잦아졌다. 싱클레어는 점점 성장하면서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자신의 어두운 영혼에 대한 열정적인 귀기울임, 헌신에서 비롯된 극도의 흥분, 경이로운 것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연주자가 표현을 한다는 것을 알아듣는다.
*** "직립보행을 하고 9개월간 아이를 잉태 한다는 이유만으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자들를 모두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 문장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약간의 의문을 품게한다.(?)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시대는 다르지만 지금 청소년기를 겪는 친구들을 생각했다. 내 친구의 자녀들과 체험학습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청소년들. 그들이 이 책을 만나 질풍노도의 수레바퀴를 굴렁쇠로 변신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수레바퀴는 인생길 전체를 짓누르기도 하는데, 어른들에게도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며,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고맙습니다.
저는 네이버카페<북뉴스>를 통해 <코너스톤>이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