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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 매일 죽음을 꿈꾸던 소녀가 삶을 항해하기까지
사계 지음 / 사계 / 2023년 11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장례식에는 국화 대신 장미나 분홍색 꽃을,
값비싼 수의 대신 예쁜 원피스를,
제사 대신 가족끼리 맛있는 식사를 즐겨달라는
그녀의 서문은 죽음과 이후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끝없이 죽음을 갈구하던 소녀가
죽음이 아닌 삶을 원하게 되고,
그 이후 살아내는 시간들을
담담하게 담아낸
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매일 죽음을 원했지만
사실은 사랑받으며 살고 싶었고,
두려웠지만 관계 맺고 싶었으며,
죽음과 머리를 맞대면서도
삶을 사랑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1장. 죽음_열한 살 인생, 가장 가까이에서 구름을 만진 날이었다.


물감으로 칠한 들판 위에 서서,
푸른 하늘을 떠가는 하얀 구름을 향해 손을 내뻗으며.
나는 죽기로 마음먹었다.
1장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어른이 되면 더 힘들고 괴로울 것이라는 말에,
당장도 버티기 힘들었던 소녀는
차라리 죽음을 꿈꾸게 된다.
겨우 열한 살, 그 어린 소녀를
죽음과 삶의 경계로 내 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당해야 했나.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그리고 사실 죽음을 원했지만,
그 내면에는 사랑받고 싶고
살고 싶고
행복하고 싶었던 소망이 있었음에
더 마음이 아팠다.
그 누구라고 자신의 소중한 삶을 포기하고 싶겠는가.
2장. 삶_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켜낼 힘을 가진.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살면서 하루 세 번 이상 하늘을 바라볼 여유,
포근한 잠자리와 가족들과의 데이트,
자신감 있는 태도, 타인을 향한 선의,
사랑과 감사와 사과의 말을 할 수 있는 삶,
그리고 나를 지키고 사랑할 수 있는 삶.
언뜻 보면 너무나 소소하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삶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
우리 삶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며,
평상시 누리고 있는 행복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등한시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의 오늘을 되돌아본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나를 사랑하고 있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곰곰 생각해 본다.
3장. 그리고 나_모든 게 거짓일지라 해도, 그 거짓과 이 모든 고민까지 포함해서 전부 나니까.

그리고 그렇게 받아들인 나로서 살기로 했다.
삶을 받아들인 것처럼, 그렇게 삶을 딛고 선 나 또한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인정하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면, 인정하지 못한다.
내가 부끄럽게 여기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부분들까지
나의 것으로 인정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과거의 나, 지나온 모습들을 인정하지 못하면
온전히 나를 사랑하기 어려울 테지.
작가는 상처와 아픔으로 가득 찬 과거와,
그 삶을 딛고 일어선 자신을
받아들이며 사랑한다 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이라며 품는
그녀의 용기 있는 모습에
부러움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나도 그녀처럼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지.
죽음, 그것은.

학교 다닐 때 '죽고 싶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사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통스럽고 싶지 않다'였다.
빨리 그 괴로움의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
그 고통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그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죽고 싶다'를 연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렸던
한 동생이 떠오른다.
그 동생도 정말 죽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겠지.
단지 아프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겠지.
그땐 왜 그걸 몰라줬을까.

어떤 장례를 치르고 싶은가?
어떤 재질의 관 안에서 화장되고 싶은가?
마지막으로 얼마짜리 수의를 입고 싶은가?
죽고 난 후 받을 보험금이 있는가?
내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지속할까?
마지막으로, 그러므로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글은 책의 서문에 있는 글이다.
나는 책을 읽기 전 이 글에 대한 답을 해봤지만,
읽고 나서는 대답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리뷰의 마지막에 질문을 옮겨본다.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고 싶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늘 아프다.
슬프고 괴롭다.
하지만 고개를 들고 똑바로 마주하면,
생각보다 또 아프거나 괴롭진 않다.
되려 현재 나의 삶을 한층 더 단단하고
가치있게 만들어 준다.
그러니 지나간 것에 대한 괴로움과
다가올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지금을 살아가자.
작가는 말한다.
과거에 아무리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라도,
그 순간에는 최선이었음을 기억하자고.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지금 현재를 과거의 괴로움에 방치하지 말자.
우리 삶에 죽음이 어떤 모습과 형태로 다가오든,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를 잘 살아가자.
나의 삶과 당신의 삶이,
죽음 앞에 빛나도록 오늘을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