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바람개비
황연주 지음 / 좋은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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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딸이 푹 빠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동시다.

딸은 동시를 읽으며 웃었다가,

갸우뚱했다가, 혼자 곰곰 생각에 빠지며

자기만의 세상에서 논다.

그런 모습을 보며 길지 않은 문장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는 것

오직 동시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번에 춤추는 바람개비를 만난 딸은

또 한 번 신이 나 깔깔거린다.

오늘은 그 신나고 재미있는 세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하려고 한다.


1부. 내 그럴 줄 알았다

2부. 날아라, 개구리

3부. 춤추는 바람개비

4부. 꽃들에게 물을 주세요!

5부. 모두 모두 좋겠다!

춤추는 바람개비


총 5부로 구성된 춤추는 바람개비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쏙쏙 고개를 내민다.

가족과 형제의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상상력이 팡팡 터지는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이야기와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까지

결이 다른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화장지

매번

깔끔하게

신경 써서

돌-

돌-

돌-

자알 풀고도

결국은

쓰레기통 신세

어째 좀 속상하겠다.

춤추는 바람개비



한 번도 휴지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거참. 동시를 읽고 나니

내 손에 들린 휴지에게 새삼 미안해진다.

나의 필요에 따라 돌돌돌 말아

쓱쓱쓱 잘 쓰고도 결국은 쓰레기통 신세라니.

앞으로 휴지를 쓸 때마다,

더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담아 써야겠다.


꼼짝 마!

인심 좋게

단물나는 음식

군말 없이

내어 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감쪽같이

이를 홀라당

갉아먹을 줄은

정말로 몰랐다

지금 난

치과 가는 중이다.

춤추는 바람개비



딸은 동시를 읽고 그림으로 그리거나

옮겨 적는 것을 좋아한다.

(딱히 시킨 적은 없지만,

하고 있으면 괜히 뿌듯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해도 되냐고 묻길래

새삼스럽게 왜 물어보느냐고 했더니,

새 책 뒷면에다가 그리고 싶단다.

원래 (남의 책을 제외하고) 본인 책에

그림을 그리는 걸 딱히 말리지는 않는데,

그래도 이건 새 책이라 순간 마음이 멈칫 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 책도 헌 책이 될 테고,

보다 보면 닳아 없어질 텐데

순간 왜 그렇게 연연했는지.

쿨하게 "마음대로 해~"했더니,

썩은 치아를 마구 그린다.

자기는 충치가 없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제가 어른이 되고 40이란 나이를 넘어서서 동시의 재미를 알았으니 여러분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일이지요.

그래서 많은 동시 선생님의 동시를 읽고 맛볼 수 있는 여러분이 진심으로 무지 부러운 것이지요.

춤추는 바람개비


아이가 책을 읽고 놔둔 그 자리에 앉아,

한편씩 읽다 보니 어린 날의 감성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를 정도로 뭔가 아련해졌다.

사실 나도 어릴 땐 동시든 시든 싫어했다.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읽고 외워야 했던 기억 탓일까,

(음, 이것도 핑계라면 핑계겠다. 그냥 독서가 싫었던 걸로)

재미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딸을 통해 동시의 재미를 이제야 맛보고 있는 중이다.

나와는 달리 딸은

앞으로도 동시로 더 행복해질 수 있길,

재미있길 바라본다.


동시가 주는 매력이 참 크다.

순수하고 부드럽지만, 묵혀있던 감성을

'톡'하고 건드리는 마법이 있다.

아이와 공감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동시만 한 게 없다고 생각을 한다.

동화책과 달리 짧은 시간에 금방 읽을 수 있으면서

한눈에 들어오는 구성도 매력 있다.

동화책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이 왜 그랬을까?

주인공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라는

질문을 쏟아내는 것과 다르게,

동시는 아이가 먼저 질문을 한다.

'왜 이렇게 말했어? 이거는 무슨 뜻이야?

여기는 왜 이렇게 표현이 됐어?'.

그렇게 하나하나 답해주다 보면

둘 다 얼굴 보고 웃고 있는 것은 안 비밀이다.

그래서 딸이 동시를 좋아하나 보다.

춤추는 바람개비 덕분에 내가 춤을 춘다.

아, 딸도 춤을 춘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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