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
김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1월
평점 :

달천 강가에 서서 흐르는 강물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라고 속삭였다.
"네가 꽃인 줄도 모르고" 메아리가 돌아왔다.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
인간의 오래된 숙제 중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먼 시간을 거슬러올라 지금에 오기까지 인류는
이 질문에 끝없이 자문하고 고뇌를 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라 답해준다.
스스로 꽃인 줄 모르고 사는 삶,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삵 있을까.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
너무 긴 세월
꽃을 찾아 나섰습니다
세상이 온통 꽃인데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 중
내가 누군지 모르고 흘러버릴 삶이라니 조금 슬프다.
그래서 그럴까. 저자는 자신의 삶을 시에 담아 전한다.
누군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뒤늦게 슬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당신이 꽃이고, 세상이 온통 꽃이라고.
그대가 별인 줄도 모르고

그대가 별인 줄도 모르고
너무 긴 시간
별을 찾아 나섰습니다
세상이 온통 별인데
푸른 하늘만 올려다보았습니다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 중
나의 별을 곰곰 생각해 본다.
나의 별은 까마득 먼 곳에 있는 것 같은데
별인 줄 모르고 지나친 나의 '그대는' 무엇일까.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이웃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나의 별을 찾지 못했다.
하늘만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려본다.
내 곁의 별, 그 별을 찾아본다.
시루섬의 석양

그 날 물탱크 위에서
세상을 떠난 백일둥이의 이름을
오늘에서야 불러봅니다
그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_시루섬의 석양 중
시가 예사롭지 않았다.
시루섬을 검색해 보니 1972년,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일어났던
하나의 사건이 뜬다.
충북 단양 시루섬이 태풍으로 인해
강이 범람하자 잠기게 되고,
당시 섬에 거주하던 198명의 주민들이
물탱크 위로 올라가 14시간을 버틴
기적적인 사건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20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이 높이 6m, 지름 5m짜리 물탱크 위로
올라가 서로 팔짱을 낀 채 버텼지만
갓 백일이 지난 아기는
비좁은 공간에서 압사해 사망했다 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시루의 다른 이름은 희생이며 희망입니다
포기하지 마라
끝끝내 살아내야 한다는
외마디 유언입니다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_시루섬의 석양 중
아이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이 동요할까 구조 될 때까지
아이의 죽음을 숨겼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마음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리고 저자는 그때의 슬픔과 고통을
희생과 희망으로 승화시킨다.
포기하지 말라고, 끝끝내 살아내라고,
외마디 유언으로 남긴다. 그리고 위로한다.
삶과 시인

시를 읽고 있으면 시인의 삶이
어땠는지 느낄 수 있다.
고단하고 처절한 노동 현장,
부조리한 세상과 투쟁하는 이들,
부모를 향한 애절한 마음과 죄스러운 마음까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삶이 시에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위로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과 이겨냄을 보여주고 있는
언어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짙어지는 가을날.
당신의 마음에 헛헛함과 괴로움에 젖어있다면,
시집 한 권으로 너른 들판에
슬픔을 말릴 수 있길 바란다.
주요 시에는 QR 코드가 있어
낭송한 영상까지 함께 볼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