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꽃
로카고엔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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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꽃을 선물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차 없이 내다 버리겠다 말하겠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면.

버리기는커녕 소중하게 품을 수밖에 없다면.

시험인 줄 알면서도 눈 감을 수밖에 없다면.

당신 앞에 여기, 그 꽃이 있다.




7가지 이야


꽃을 좋아하나 물어보자.

혹시 밝히는 여자라면 또 망가뜨려야 한다.

그, 아름답고, 커다란 돌로.

죽음에 이르는 꽃



죽음에 이르는 꽃은

기묘하고 서늘한 7가지 이야기로 엮어 있다.

시어머니를 증오하는 며느리,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남자,

아이를 잃은 여자,

여동생을 없애버리고 싶은 언니,

레즈비언 여자와 계약 결혼을 한 남자 등.


이들은 서로서로 얽혀있고 묶여 있다.

단 한 사람, 구네 니코라이로부터.





구네 니코라이


니코는 삶이 밑바닥까지 내려앉은 이들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진다.


그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조건 없이 내어주는데,

그에게서 풍기는 위압감과 눈부심 앞에

거절은 가당치도 않다.


그 선물이 파국에 이르게 됨을 짐작하면서도

홀린 듯이 받아들고 만다.




이야기의 발아


그렇게 아끼지 말고 소금이든 설탕이든 더 써라. 어머님이 절약을 많이 하셨나?

죽음에 이르는 꽃


첫 이야기는 시어머니를 증오하는

며느리로부터 시작한다.


시아버지의 죽음과 가정문제로

시어머니를 모시게 되는 미사키.

시어머니인 기미코

미사키를 사사건건 간섭하고 무시하며

폭언으로 괴롭힌다.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는 남편은

완벽한 타인과 같다.


미사키는 하루하루를 가족에 얽힌

비밀과 고통 속에 살게 되는데,

우연히 니코를 만나 '결산의 관'이라는

트렁크를 선물받는다.



네. 이건 결산의 관입니다. 이걸 하룻밤, 놔두세요. 어디든 상관없어요. 그냥 집 안 아무 데나 놔두세요.

죽음에 이르는 꽃


그저 어디든 하룻밤 놔두라는 니코의 다정한 말.

미사키는 받으면 안 되는 물건임을 예감하면서도

트렁크를 끌고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다음날 트렁크 안에 들어가

죽어있는 기미코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후 미사키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이

하나씩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과연 그들은 니코에게서 어떤 선물을 받게 될까.


인간의 추악함


아주 작은 호의로 교제를 시작해 이 년이나 사귀었으니 책임지라고 해서 결혼한 결과, 곰팡내나 풍기는 볼품없는 여자와 그 여자가 낳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꽃


책을 읽고 있으면 인간이 이렇게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몸서리쳐진다.

죄와 악, 증오와 미움,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치는 화자들이 기괴할 정도다.


더불어 그런 화자들에게

다정한 손을 내미는 니코는

천사 같기도, 악마 같기도 하다.


본질과 사실을 꿰뚫는

기묘한 힘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죄는 당신들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늘 당신들을 유혹하죠. 하지만 거절해야만 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꽃


인간의 추함에는 죄가 따라붙는다.

그 죄와 함께하는 니코의 선물은

죄의 근원인 것 같기도 하고,

죄를 사하여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죄를 일으키는 도구인지,

죄를 심판하는 도구인지 헷갈리는데

결국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만약 그 선물을 받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처음엔 추하다 여겨졌던 그들의 모습에

나를 투영해 생각해 본다.

정답은 내 내면에 있겠지.



차세대 미쓰다 신조

일본에서 로카 고엔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이 책의 작가는

필명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그가 호러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하니,

미스터리 괴담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섬뜩하고 기묘한 이야기,

죽음에 이르는 꽃으로 즐거운 가을 독서 되시길!

잘 읽었습니다!




*본 리뷰는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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