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만 봤을때는,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제목을 보니 어림잡아 예상이 되었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바쁘다. 흔히들 '커피 한 잔의 여유' 라고 하지 않나? 커피 한 잔 마시는 거 고작 몇 분 걸린다고... 그걸 가지고 여유라니. 일생이 바쁘기 때문에, 편할 때는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다.

 

이 책은 비로소 순간적으로 라도 멈추고, 한마디로 감성적으로의 '쉬는 시간' 이다.

 

서울대 교수님의 감성 수업 이라니. 그것도 경영학의 꽃, 회계학을 본업으로 삼고 계시는 교수님의 감성 수업. 너무 어렵지 않을까? 라는 인상.

 

 

 

모두 네 가지의 PART 로 나뉜다.

 

1. 감성을 찾아 떠나는 미술 수업

2. 감성을 찾아 떠나는 음악 수업

3. 감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 수업

4.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색다른 수업

 

 

 

정말 이색적인 수업이다. 평상 시 전공 이나 교양 아닌 이상 이런 수업을 들을 일이 없는데, 책으로 나마 접해서 정말 좋다.

 

내 기준에서 가장 좋았던 수업은, 1. 감성을 찾아 떠나는 미술 수업 이다. 그동안 정말 궁금해하고, 나름 좋아했던 그림을 다룬 편이라 의의가 깊다.

 

대개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가면 그림을 '구경' 하기 마련이다. 진짜 '구경' 이라는 말이 더없이 알맞다. 혹은 '사진만 찍거나' 이다.

나도 어쩔 땐 저런 부류에 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때로는 그림에 숨겨진 '에피소드' 같은 것에도 매력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그림이 특별해진 느낌? 그 그림을 정확히 인지하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

 

 

 

 

 

 

 

이 책에서는 화가 '다 빈치' 라는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솔직히 다 빈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가 그린 작품의 일부분 뿐인데, 마치 다 빈치 일대기를 공부하는 것 마냥 아주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게다가 희대의 걸작, '최후의 만찬' 이라던가, '천지창조' 와 같은 그림, 그리고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삼종 기도' 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어 정말 기쁘다. 일단 너무 재밌어서 '미술 수업' 편만 아주 꼼꼼히, 몇시간 내내 읽었다. 이런 건 어디서 들어도 흘려 듣길 마련인데, 이 책은 세심하면서, 어렵지 않게 미술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 매혹되는 어떠한 마력(?) 이 있듯이 깊게 빠져들 수 있겠다.

 

 

 

 

 

2. 감성을 찾아 떠나는 음악 수업 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라 브라이트만과 <오페라의 유령>을 말하다' 이다.

 

 

 

난 솔직히 <오페라의 유령>만 알 뿐이지, <오페라의 유령>을 노래한 가수는 몰랐었다. 사라 브라이트만이라. 작가님이 너무나 극찬을 하셨기 때문에, 작가의 음원을 듣고 싶어졌다. 너무나 열광하고, 사라 브라이트만에 대해 책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가수 겠구나 라고 생각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너무나 어렸을 때 봤던 나머지, 솔직히 무슨 내용이었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팬텀의 비극으로 결말이었던 것은 기억난다. 어쨌거나 해피엔딩은 아니었던 것이다. 영화도 있고, 말 그대로 오페라인데다가 뮤지컬까지 있다. 당연히 세계적이다.

나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감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 수업 에서는, '월출산의 아름다움과 다산의 숨결을 느끼면서전라도 영암과 강진' 편이다.

 

 

 

난 종교는 없지만, 여유로울 때 한적한 사찰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월출산 도갑사에는, 국보 제 50호로 지정된 해탈문이 있고, 해탈문을 받치고 있는 기단과 계단은 통일 신라 시대의 것이며, 그 위에 지어진 목조 건물은 1473년 조선 성종 때에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겨우 이 두 줄 뿐인데도 무조건 가야 될 사찰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존귀한 곳이다. 우리의 역사가 이어져 내려 우리의 건축양식과 문화적인 요소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작가님은 대학원생 제자들과 갔다 오셨다고 하던데, 왠지 모를 부러움이 우러났다. 스승과 제자들의 MT , 답사 겸, 친목도모 겸 인 여행인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즐거울 듯하다. 통일 신라 시대 인물인 도선국사는 풍수지리설의 대가로 유명하다. 도갑사를 세운 비상한 인물. 이렇게 지식도 얻는다.

 

월출산 구름다리를 보니 정말 다리가 후들 거릴 듯 하다. 어떻게 저 길을 건너지? 배짱 두둑한 사람만이 가능한 곳이겠다.

 

 

 

 

 

4.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색다른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이판에서 슬픈 역사를 생각하다' 이다.

 

 

 

가신님을 그리워

 

막막한 태평양의 외딴섬에서

머나먼 고향 하늘 바라보면서

망향의 슬픈 가슴 어루만지다

처량하게 가신 님들 기억하는가

 

몹쓸 전쟁 고된 삶에 시달리다가

여기서 숨 거두신 우리 님들의

피맺힌 원한을 헤아리면서

 

우리 정성 모두어 이 섬 기슭에

위령의 돌 하나 다시 세우니

님이여 이 자락에 늘 계시면서

우리들의 사랑을 되새기소서

 

 

 

태평양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조그마한 섬 사이판, 섬의 북쪽 끝 한 모퉁이 산비탈에는 하얀색 비석이 하나 서 있다. '태평양 한국인 추념 평화탑' 이다. 이 시는 그 탑 앞에 있는 추모비에 새겨져 있다.

 

 

. 사이판? 보통 여행하러 가지 않나. 사이판에 대해 잘 알진 않지만, 예전에 얼핏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잊고 지냈는데, 다시 일깨워주니 뭔가 고맙고 애틋한 감정.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라면,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은 1941년부터 한국인 남성들을 강제징집해서 일본인들과 똑같이 훈련시켜 군인으로 양성한다. 현재 일부 사람들은 당시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본군으로 복무한 사람들을 무조건 '친일파'라고 비난한다.

이들도 시대 상황의 희생자였을뿐이다. 당시는 우리 모두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일본 국민이 되고, 창씨개명을 해서 일본 이름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말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저 이렇게 살아온 것이다. 어차피 힘이 없는 자신이고, 나라 마저 힘이 없는데. 어떻게 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때의 상황이랑 지금은 현저히 차이가 난다. 그때 당시 살아 본적도 없는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흑백논리,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비판한다.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냥 내 생각대로라면 그들이 그저 편안히 잠들기 만을 바랄 뿐이다. 왈가왈부할 것 없이.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 생활에서 그저 '쉼표' 하나를 찍는 것이다. 마음은 항상 시렵고 춥다. 그저 하루하루 잘 버티며 살아야지. 내 마음 들키지 말아야지. 약점 잡히지 말아야지. 너무 바빠서 엄두가 안 나며, 숨이 턱 막힌다. 시간이 부족하여 수면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쇼핑할 시간도 없다. 하물며 문화생활은...? 그러면 가장 살 찌는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살찌면 병이 된다. 그럼 당연히 아프겠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나는 내가 아닌게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겐 쉼표가 필요하다. 쉬어가는 것. 좀 느리면 어떠하랴.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모든 것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좋은 책이다. 오만 잡생각을 떨쳐내고 그저 명상의 시간을 갖듯이, 정말 편안하게 읽어진다. 모르는 지식까지 채워주니. 이 얼마나 금상첨화인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공부하면, 알게 된다면, 예전에도 똑같은 것을 봤을지라도 더 친근감 있게,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 치이고 일상에 지쳤을 때 당신의 마음속 여유를 찾아줄 23편의 이야기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반드시 추천하는, 추천해야 할 책.

 

 

 

 

 

 

이 도서는 원앤원북스출판사에서 선물해주신 책으로서, 솔직히...진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한편의 다큐멘터리 및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공부도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친근감 있는 필력이 독자들을 매료시킬 것입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