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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평점 :
쉽지 않은 책이다. 하권 전반부를 읽을 땐 손에서 놓고 싶었지만 박물학 관련 부분을 건너 뛰면서 읽었더니 읽을만 했다. 모비딕처럼 상징과 은유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모비딕을 만나기 전 '교향곡'이란 부분에서 에이해브가 인생을 돌아보며 얘기하는 장면에 나온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공감이 간다. 에이해브에게 욕망에 물들어 무모한 추구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정복할 수 없고 무모해 보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가는 모습에서는 인간의 진취적 도전정신의 전형일 것이다.
소설 마지막은 화자 이슈마엘 혼자서 생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슈마엘은 피쿼드호 구명부표를 붙잡고 있다가 레이철 호에게 구조 받았다. 구명부표는 다름 아닌 퀴퀘그의 관으로 만든 구명부표였다. 죽음을 위해 준비한 관으로 구명부로를 만들고 그것으로 주인공의 생존을 돕는 도구가 되게 하다니. 탁월한 마무리다.
그 관은 퀴퀘그가 자기에게 임박한 죽음을 감지하고서는 목수에게 요청해 만든 관이다. 퀴퀘그는 미리 그 관에 눕고나서 곧 기력을 회복하여 일어났다. 죽음을 받아들일줄 아는 자가 죽음에서 일어설 수 있다. 그 죽음이 삶을 떠받힌다. 죽음에는 삶을 띄우는 부력이 있다. 죽음을 경험하거나 받아들일 줄 아는 자에게 삶을 위한 부력이 생겨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