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라이프 -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삶
쓰지 신이치 지음, 김향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슬로 라이프>를 읽으면서 드는 마음은 이중적이었다. 아주 낯설다는 것과 친밀하다는 느낌이다. 수천 년 전 고대 사회 이야기를 듣는 듯했고 어느 때는 외계 다른 행성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가 그려내고 회복하려는 곳이 언젠가 내가 갖고자 했던 곳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  

쓰지 신이치는 이 세상이 지나치게 과속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지금의 이야기다.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며 오늘 지구촌 생활이 얼마나 시간을 허비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사람에게 어울리는 속도는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기차, 비행기의 속도가 아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는 사람의 마음과 영혼이 적응해 낼 수 없다. 사람을 위한 속도는 걷는 속도이고 기껏해야 달리는 속도이다. 사람은 자신을 위한 속도가 무엇인지 망각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아프리카에 초기 선교사들이 들어갈 때 그들의 짐꾼이 되어 주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있다. 따라오지 못하는 원주민들을 선교사들이 다그쳤을 때 원주민들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우리는 며칠 동안 너무 빨리 지나왔다. 우리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좀 쉬어야겠다."

그래, 이것이다. 인간의 영혼은 지금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속도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언젠가는 빛의 속도를 따라잡을 것이다. 영원의 시간이 그렇게 쫓아갈 수는  없으리라. 저자도 인용했던 아브라함 죠슈아 헤셀은 <안식>에서 '시간의 궁전'이란 말을 했다. 이 말은 유대인들의 안식일을 두고 한 말이다. 영원히 머물지 못할 공간에 궁전을 지어보겠다고 그렇게 속도를 내어 사는게 우리 시대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의미없는지는 당연히 아는 바다. 시간속의 궁전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쓰지 신이치가 내는 소리는 느리지만 정말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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