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50
알렉산드르 이자에비치 솔제니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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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를 읽고 나서 이어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다작가가 살아낸 시대는 정말 혹독한 시대였다형법 58조는 악명 높은 법이다 58조에 걸리면 10년 형이 기본으로 주어지고 형기가 끝나도 적절한 절차 없이 고무줄처럼 형기가 늘어난다소중한 인생이 너무나 형편 없이 시들어 버린다군인들이 전쟁 속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해 왔는데 국가는 그들을 신뢰하지 않고 간첩으로 의심하여 수용소로 보내 버린다슈호프는 그렇게 10년 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수감된 수용소의 하루는 너무나 단조롭다기상하여 아침 먹고 오전 작업하다 점심 먹고 다시 오후 작업을 하고 해가 지면 수용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취침한다사이 사이에는 간수들과 작업 감독 군인들의 엄한 통제가 있고 죄수들은 그 안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생존하려 든다수용소 밖에선 어떤 일을 했던 상관 없다수용소 안에 들어 오면 평등하다혹독한 추위와 강압적 통제와 허기와 싸워야 한다빵이 권력이고 소망이며 미래이다이것을 위해 슈호프는 약싹 빠르고 눈치껏 뛰어 다니면서 하루를 생존해 간다.

 

오늘 하루 동안은 그에게 꽤나 순조로운 날이었다재수가 썩 좋은 하루였다영창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사회주의 단지로 추방되지도 않았다점심때는 죽 그릇 수를 속여 두 그릇이나 얻어먹었다작업량 사정도 반장이 좋게 해결한 모양이다오후에는 정신없이 블록을 쌓아올렸다줄칼 토막을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차례를 기다려 주고 많은 벌이를 했다담배도 사 왔다병에 걸린 줄만 알았던 몸도 가뿐하게 풀렸다.

이렇게 하루가우울하고 불쾌한 일이라고는 한도 없는거의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가 마감되었다.

이런 날들이 그의 형기가 시작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만 10년을그러니까 3,653일이나 계속되었다.

사흘이 더 많은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끼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마지막 단락이다작가는 억압되고 바짝 긴장된 수용소의 하루를 평범하지만 잔잔한 해학을 곁들여 풀어 놓았다. ‘이렇게 하루가 …… 거의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가 마감되었다니 절대 행복하지 않을 하루일 텐데 행복한 하루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글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아니라 거의 모든 인생들의 하루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먹거리를 가지고 권력의 지배하에 살고 있는 수용소의 생활이 이 지구별 위를 살고 있는 인생들과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 ‘삶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누군가 삶이란 사는 것이라고 했다정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삶이라 하겠다수용소 라는 제한된 시공을 살면서 슈호프는 참 열심히도 산다. 10년을 매일 그렇게 하루를 열고 열심히 살고 행복하게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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