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박원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여기 소개된 25 가지 가치들은 흔한 단어들이다. 소중한 가치이지만 소중하게 가치 있게 다루지 않기에 이 사회에서는 묵은 먼지들이 가득해 있는 듯하다. 이 가치들은 낡은 가치들로 이미 오래 전에 포장되어 창고로 들어가 버린 듯하다. 박원순은 그 가치들을 우리들 정신의 창고 속에서 꺼내어 먼지를 털어 내어 준다.

박원순은 가치를 좇아 살아 온 사람이다. 그의 삶과 일은 야망을 위한 길이 아닌 이 가치들을 따라 온 길임을 알 수 있다.

정의로움, 소명, 가장자리, 창의 호기심, 열정, 배려, 나눔, 신뢰, 배움, 성찰, 간절함, 비움, 느긋함, 되살림, 등의 가치들이 이 책 안에서는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낸다. 그 빛깔들이 이렇게 힘차고 아름답다.

"정의로움은 문지기 개처럼 목청 높여 짖는 것이다."
"꿈은 날개다. 날개를 빼앗기면 지상으로 추락하는 일만 남는다."
"여럿이 함께 하면 껍데기 없는 민달팽이에게도 집이 생긴다."
"나눔은 바닥 긁는 소리가 날 정도로 텅 빈 쌀독을 끝까지 퍼내는 것이다."
"배움은 방화벽이다. 도둑도, 전쟁도, 이혼도 막아준다."
"간절함은 쇠죽솥 위에 아들의 신발을 얹어놓고 데워주신 부모님의 마음이다."

이 책의 단락 제목들이다. 마치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선명하다. 그러나 기교만 있지 않다. 과녁에 꽂히는 화살처럼 정확하고 폐부를 찌르는 칼처럼 예리하다. 그 이유는 저자가 직접 만들어 쏘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25가지 가치들은 다섯 모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의-희망의 시작, 상상-창조의 시작, 함께-풍요의 시작, 겸허-만족의 시작, 놓음-채움의 시작....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가치 사전'은 무미 건조한 설명만 있지 않다. 여기엔 상상력이 풍부하게 들어간(?) 직업들이 나오고 제시된 가치에 적합한 인물 예시가 나와 있다.

부끄러운 것은 내게서 이 가치에 근접했다고 할 만한 모습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을 풍성하게 드러내야 할 곳에서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부끄럽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다.' 라는 선언이 무색해져 가고 있어서 그렇다. 빛을 잃어가고 있고 맛을 잃어가고 있어서 그렇다.

박원순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에 나오는 그 사람처럼 가치들을 씨앗처럼 심는 사람이다. 가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씨앗이다. 우리 가슴과 정신에 참된 가치를 심어가야 하겠다. 모두가 이 일을 해 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롭게 바뀌어 갈까. 알곡이 익어 가는 들판을 보듯이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숲을 보듯이 가치 씨앗으로 인해 바뀔 세상을 상상해 본다.

   
  나눔과 돌봄의 가치가 사라져버린 공동체, 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된 노동, 진정한 배움을 잊은 교육, 창의성이 사라진 정치,경제,사회...... 우리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습니까? 어떤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우리 공동체가 가는 방향은 진정 옳습니까? 질문을 던져보고,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때, 지금이 그때입니다.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