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계절들
폴 투르니에 지음 / 쉼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정신 의학자들의 눈은 예리하다. 인간을 바라보고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무척이나 진지하기만 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답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물음에 진지하게 임한다. 폴 투르니에의 글이 그렇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인생의 계절은 단 한 번이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시든다. 이 사이를 채워 가는 일이 인생이다

 

봄 

은 어린이의 시기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어른에 비해 어린이는 마술적으로 사고한다. 어린이는 시적 공상의 시기를 보낸다. 시인의 언어로 대화해 주고 밑 빠진 독에 불을 붓는 것 같아도 이야기를 부어 주어야 한다. 사람이 어린이로 봄의 시기를 지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존경받음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놀이를 존중하고 놀이의 의미와 비밀과 우정과 개성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
  

성장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것은 성장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랑과 고뇌와 동화와 순응, 이 네 요소를 겪으면서 청년으로 성장해 간다. 여기서 투르니에는 종교의 도덕주의적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방해하게 된다. 그에게 도덕주의는 교회의 유치 퇴행이다. 성장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숙의 시기가 있다. 그 시기는 깊은 생각 속으로 침잠하는 시간이 되며, 마음의 어두운 골짜기를 천천히 걸어 내려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여름

여름에는 열매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갖는다. 여름에 갖는 인생 법칙은 행동이다. 조화된 성장이며 지속적 움직임이다. 그리하여 풍성한 열매를 준비해 가는 것이다. 투르니에는 가장 풍성한 결실을 위한 행동은 조용한 묵상임을 강조한다. 묵상이 절실한 이유는 결실의 원천과 동기가 하나님께 있고 열매가 익기 위해, 그리고 삶이 성숙해지기 위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묵상함으로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고 개인의 가치 기준과 결단을 모색할 수 있다.  

전환

투르니에의 말대로 가을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 든다. 그런 갑작스러움을 느낀다면 전환의 시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나이 먹음을 피부로 느낀다는 얘기다. 대부분 전환을 잘 대처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육체적 정신적 질병이라는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융이 그랬듯이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이상 노화 현상을 빠르게 가져 오는 성공의 신을 벗고 단념이란 어려운 긍정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가을

단념이란 어려운 긍정을 받아들이고 나면 가을이 깊어감을 실감한다. 여름이 행동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인생의 참 의미를 묻고 찾는 시기이다. 시간이 점점 소모되는 듯하게 보이고 일생 동안 몰두해 온 일들이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가을은 노년기이다. 가을에는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인생의 참 의미에 대한 질문을 직시하고 그것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지나온 생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반성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시기여야 한다. 그래야 겨울이 외롭지 않고 허전하지 않다

겨울

그렇다면, 인생의 참된 의미란 무엇일까? 투르니에는 인생이 사건의 무한한 누적에 있지 않고 결정적으로 결단한 방향이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p146). 가치 있는 방향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그것은 지속적인 만남 가운데 이루어진다. 사건과 사건, 사람과 사람, 그리고 하나님을 만남으로 달라진다. 인생은 순간순간의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야 하나의 의미가 생겨나고 인간은 여기서 변화를 갖고 온전한 인격체로 다듬어져 간다. 무엇보다 그 만남을 통해 하나님이 다가온다. 생명을 얻어 살다가 생명을 준 주인에게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참 의미가 아닐까. 투르니에는 그래서 하나님과 그의 은혜 그리고 구원을 아는 것, 이것이 인생의 의미입니다.” 라고 한다(p150). 

반복할 수 없고 한 번을 살아야 하기에 우리는 봄에서 시작하여 겨울까지의 시간을 밀도 있게 살아내야 한다. 관념적이지만 인간은 자연 세계와 초자연 세계를 동시에 속해 있기에 더욱 밀도 있게 임해야 한다. 자연과 초자연적인 삶은 따로 있지 않다. 사람에게는 하나의 현실이 있을 분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그랬던가. 우리는 영원한 삶과 현재를 동시에 살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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