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 하나. 비유를 통해 딱딱한 경제 원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사다리를 차 버렸다’, ‘치수가 하나 뿐인 황금 구속복’ 등 매우 적절한 비유를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중요한 개념들과 오류들을 알기 쉽게 지적해 준다.

특징 둘. 방대한 역사 자료와 개인의 체험, 각국의 경제 지표와 현황에 대한 풍부한 근거들이 커다란 설득력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지금의 사마리아인들이 왜 ‘선한’이 아닌 ‘나쁜’에 해당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정당하고 올바른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경제 원리는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규제 철폐와 민영화, 그리고 국제 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으로 1980년대 이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대중은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이 마냥 최선인 줄 알고 있다. 그냥 흘러 가는대로 흐름을 따를 뿐이다. 저자 장하준은 그 흐름에 과감히 역류를 일으키고 있다.



1.   세계화의 진실 : 보호무역은 과소평가되고 있고, 제국주의적 요소는 축소되면서 개발도상국들은 잘못된 경제 이론을 받아들이도록 강요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모두에게 치수가 하나 뿐인 황금 구속복을 입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이 황금 구속복을 입은 나라들은 국영 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 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와, 등의 치수에 맞춰 체형을 조절해야 한다. 체형에 맞게 옷을 입혀야 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그 반대로 옷에 맞게 체형을 바꾸라는 세계화 주장은 정말 억지다.

2.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이력 들추기 : 대표적 나라로 영국과 미국이 도마에 올랐다. 선진국들은 지금까지의 경제 수준이 되기 전에는 자유무역을 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그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을 상대로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정책을 강요해 왔다. 그런 모습이 바로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뒤에 올라오려는 이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들은 당연 경쟁국들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계속 비판 일색으로 가지는 않는다. 저자는 긍정적 정책으로 미국의 마셜 플랜을 아주 좋게 평가한다. 마셜 플랜은 이웃을 끌어 주고 함께 가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이력을 들추는 작업에서는 역사적 경제적으로 정확한 자료들을 다룬다. 키케로의 말을 인용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3. 자유무역은 정답이 아니다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이 말은 개도국들이 가능한 빨리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비꼰 말이다. 개발도상국의 산업이 너무 일찍부터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것을 지적해 주었다.

‘자유 무역주의는 단기간을 위한 이론이지 장기적인 것과 관련된 이론이 아니다. … 부자 나라들은 자국의 생산자들이 준비를 갖추었을 때에만, 그것도 대개는 점진적으로 무역을 자유화했다. 무역 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이다.’(p118~11)9이 부분은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저자는 속도를 늦추자고 한다. 개도국들은 나름의 격리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 조급한 정책은 개도국들의 자유를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나쁜 사마리안인들은 관세를 평등하게 제시하자고 한다. 그것은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얼핏 보면 아주 공정한 것 같다. 하지만, 경기장이 평평한 것이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4. 외국 자본 : 원조, 부채, 투자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외국 자본에 대해 저자는 외국 자본이 결코 테레사 수녀님이 아니라고, 군사력보다 더 위험하다는 표현을 한다. 더 나아가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악마와의 거래’ 일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왜 그렇게 보는 것일까? 드넓은 바다와 같은 부자 나라의 자산은 단 한 방울만 잘못 움직여도 개발도상국의 금융 시장을 휩쓸어 버리는 홍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p139). 외국인 투자는 경제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결과로 따라 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5. 민간기업과 공기업 : 민영화의 함정을 봐야 하고 공기업의 단점만이 아닌 성공 사례도 봐야 한다. 단기간에 집중하지 말고 길게 보면서 실용적인 태도를 잃어서는 안 된다.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을 수만 있다면 상관이 없다는 것.

6. 지적 소유권 : 지적 소유권 철폐가 아니라 지나친 보호로 인해 생기는 악영향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지적소유권 보호 기간을 단축하고, 독창성 기준을 높이며, 강제 인가와 병행 수입의 조건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바둑에서는 상대의 실력이 낮으면 고수가 4집, 6집, 혹은 9집, 이렇게 몇 집을 잡혀주고 시작한다. 장기를 둘 때에도 고수는 중요한 말을 적당하게 떼어 놓고 경기한다. 볼링 경기에서도 사전에 초보자의 핸디캡을 잡아주고 경기에 임한다.

저마다 고지를 선점하여 어떻게든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수고를 보상 받으려면 당연 선점한 지위를 계속 누려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공정함이 필요하다. 자선 사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함께 살고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 장하준은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1> 생산 능력의 향상에 투자하지 않으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 개방적 외국인 투자 정책, 자본 시장 개방은 장기적 프로젝트를 흔들어 놓고 해당 국가들의 능력의 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려워도 생산 능력을 위한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간단하면서 강력한 원칙이 있다.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개선하라”

2> 제조업을 잃지 않는다. 천연자원에만 의존하면 위험한다.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업의 주요 원천은 제조업이다.

3>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뛰자. 평평한 경기장, 언뜻 보면 정당한 듯 하지만 체급과 실력이 다른 선수들은 같은 조건에서 뛰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 편파적인 심판들이 문제다.  IMF, 세계은행, 그리고 WTO와 같은…, 그리고 FTA와 같은 불공정한 리그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수준이 다른 선수들의 경기는 결국 불공정한 것이 된다고 한다.

 

☆ 생산 능력의 향상 – 개인의 생산 능력, 공동체의 생산 능력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시장에 대항하라’는 말이 내게는 ‘세상에 대항하라’는 말로 들렸다. 무엇으로 세상을 상대해야 할까? 개인과 공동체의 영적 생산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조업이다! 그 생산 능력은 제조업에서 나온다. 공동체에서 이 제조업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일까?

갈수록 경기장이 기울어져 간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아래쪽으로 몰리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아래쪽에 치우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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