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역사 청문회
이태진.김재호 외 9인 지음, 교수신문 기획.엮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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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고종 황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학계와 대중들 모두 부정적 평가 일색이었다. 

이 책은 대한제국 시대 격변의 시기를 나름의 지혜로 헤쳐나가야 했던 고종의 긍정적인 면까지 함께 종합적으로 재고찰 해보자는 시도이다. 


고종은 이 시대 정치 주역으로 상당히 고달픈 군주였다. 서구 기계문명도 받아들여야 하고 내정도 정비해야 했다. 신분제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정치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어떤 관료들을 선발해야 하는지가 큰 문제였고, 제한된 자원과 인재들로 국가의 근대화를 서둘러야만 했던 것이다. 


역사를 연구할 때 최우선적으로 피해야 할 오류가 선악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그 시대의 당사자가 처했던 상황과 개인적 판단을 후세 사람이 거울 보듯 100%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과 악이라는 잣대 또한 후세 사람들의 자의적 판단일 뿐, 절대적인 역사 평가의 도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러한 선악 이분법적 역사평가의 경향이 강한 편인데, 결코 바람직한 흐름이 아니다. 자칫 이러한 선악 판단을 프로파간다로 교묘하게 이용하는 정치적 세력들에게 너무 쉽게 휘둘리게 된다.


"그때 그러지만 않았더라면~" 같은 가정은 역사 연구에 있어서 무의미한 가정법이다.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아졌을 거라는 전제 또한 오류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건에도 음과 양의 양면적 효과가 있다.

철저한 사실(史實)에 근거하여 역사를 서술하되, 당시 상황과 국제적 환경으로 인한 역사적 불가피성이나 필연성을 밝혀내는 것이 후세 사람으로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가상의 역사청문회에서 고종 황제에 대한 평가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신이 있다면 당사자에 대하여 물을 수 있는 질문은 단 한 가지 뿐이다. 

"네가 생각하기에 너는 최선을 다하여 살았느냐?"

"너의 결정과 행동에 대하여 지금에 와서 후회나 반성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당사자도 염라대왕 앞에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3자인 우리들이 왈가왈부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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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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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과시적 소비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했지만, 학계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요 비판 대상으로 꼽는다. 


1. 시대적 한계와 지배계급의 변화

베블런은 유한계급을 '노동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계층'으로 정의했으나, 현대의 상류층은 오히려 과도한 노동을 통해 지위를 증명하는 경향이 있다.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의 저서 <야망계급론>은 현대 지배계급이 물적 과시보다는 교육, 건강 등 '보이지 않는 소비'에 집중한다는 점을 들어 베블런의 고전적 분석이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 과학적 근거 및 실증성 부족

베블런의 이론은 엄격한 통계나 수치에 기반하기보다 주관적인 관찰과 풍자적 서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소비를 지위 경쟁으로 치부하며 개인의 실용적 욕구나 다양한 문화적 취향을 간과했다는 지적으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심리적 동기를 중심으로 서술하여 경제학의 전통적인 합리적 선택 모델이나 계량화된 분석과는 거리가 먼 주먹구구식 분석으로 비판 받는다. 


3. 생산적 기여의 과소평가

베블런은 유한계급의 활동을 약탈적이거나 비생산적인 것으로 치부했으나, 이들이 자본 투자와 혁신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은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발전이나 생산성 향상과 같은 긍정적인 산업 변화를 사회적 지위 경쟁이라는 틀 안에만 가두어 좁게 해석했다는 점도 비판 받는다. 


4. 심리적 편향성과 개인적 배경 

베블런의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문체는 객관적인 학술 연구라기보다 특정 계층에 대한 조롱에 가깝다는 평이다. 이는 그가 경험한 노르웨이 이민자 공동체의 검소한 배경이 미국 자본주의 사회를 편향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결론적으로 베블런의 이론은 사회적 지위 향상과 물질주의적 소비의 병폐를 비판한 통찰력이 있지만 소비자 행동의 복잡성이나 현대 경제에서 자본의 생산적 역할을 미처 감안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한때 좌파 운동권에서는 이 책을 자본주의의 병폐를 고발하는 주옥같은 필독 도서로 강독케 하기도 했지만, 자본주의 발전 초기의 불균형적 사회 현상을 좁고 편벽된 저자 개인의 주관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어,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저지른 역사적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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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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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가 폭력에 대한 비판'을 명분으로 자신의 과거 폭력적 가해 행위를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표리부동한 도덕적 변명으로 읽힐 여지가 다분하다는 비평을 받는다.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 고문 사건'(일명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주모자 중 한 명으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던 저자의 이력을 감안하여 이 책을 비평하면 다음과 같다. 


1. 가해 행위의 은폐와 '피해자'로의 프레임 전환


• 폭력의 가해자가 논하는 정의: 1984년 사건 당시, 유시민은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회장으로서 민간인을 정보기관 프락치로 오인하여 감금, 폭행, 고문하는 사건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책 전반에서 그는 국가의 폭력을 비판하며 '바람직한 국가'를 논하는 도덕적 지식인의 위치를 취한다. 이는 자신의 과거 폭력 행위를 정의로운 투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축소하려는 심리적 피해의식의 발로로 볼 수 있다.


• '항소이유서'의 연장선: 옥중에서 쓴 항소이유서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민주화 운동의 일부로 서사화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국가의 부당성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가해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2. 가해자 중심적 역사 인식 (프락치 프레임) 


• 사건의 왜곡: 피해자들은 평생의 아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피해자 중 한 명은 유시민이 사건을 왜곡 표현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폭력 가해 사실은 가리거나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국가 권력만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저지른 실제적인 물리적 폭력을 가상의 '더 큰 폭력' 뒤에 숨기는 위선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 


3. '목적론적 국가론'의 위험한 자기합리화


• 선의를 가장한 폭력: 유시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국가론을 인용하며 '선(善)을 실현하는 국가'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가해자가 '더 높은 목적'을 위해 타인의 인권을 짓밟아도 된다는 식의 논리, 즉 자신의 폭력 행위를 '민주화라는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저지른 행동이었다고 합리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1984년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잔인하게 구타당했으나, 가해자는 그것이 '학생운동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논리로 은연중 합리화 해왔다. 


4. 도덕적 고지(Moral High Ground)를 향한 피해의식


• 위선적 글쟁이 변신 비판: 일부 비평에서는 당시 폭행 후유증으로 인생이 불구가 된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유시민이 화려한 언변으로 표리부동한 인생을 숨긴 채 도덕적 지식인 행세를 한다고 비판한다. 이는 가해자가 스스로를 정의로운 피해자로 규정하고, 자신이 가한 피해를 망각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가해자의 (뻔뻔한) 피해의식'으로 해석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국가의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외연을 가지고 있으나, 1984년 민간인 고문 사건의 주도자라는 배경에서 보면 자신의 과거 폭력적 행동에 대한 진정한 성찰보다는, 국가를 악(惡)으로 규정하여 가해자인 자신을 상대적인 정의의 편으로 위치시키려는 변명이라는 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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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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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현대 사회의 가짜와 진짜 사이의 경계를 파고드는 작품이지만 문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비판적 요소가 있다할 것이다.


1. ‘진짜’와 ‘가짜’ 이분법의 피로감 

소설은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가 신기를 잃고 ‘가짜’로 전락하는 과정이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감독의 팬덤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다룬다. 그러나 ‘진짜(혼모노)’라는 키워드를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투사하다 보니, 독자가 스스로 발견해야 할 함축적 의미를 작가가 미리 규정해 버린 듯한 설명적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2. 장르적 흡인력과 문학적 깊이 사이의 불균형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왜 보냐"고 평했을 만큼 서사가 매우 드라마틱하고 속도감이 넘친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물스러운 고자극 설정은 자칫 인물의 내면적 성찰보다 외부적 사건의 자극성에 매몰되게 만들 수 있다. 일부 평론에서는 결말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갑작스럽게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흘러가, 인물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 세태 풍자의 평면성

지역, 세대, 팬덤 등 한국 사회의 갈등을 선명하게 묘사하지만, 이는 때로 전형적인 세태 소설의 범주에 머물기도 한다. 특정 집단(예: 무속인, 극성팬)을 다루는 방식이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전복하기보다는 이를 그대로 활용해 갈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문학적 새로움보다는 대중적 익숙함에 더 기댄 인상을 준다. 


요약하자면, 『혼모노』는 동시대의 갈등을 흡인력 있게 담아낸 작품임은 분명하나, 극적인 재미를 위해 인물의 정밀한 심리 묘사나 서사의 여백을 희생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세태 풍자를 빙자한 또하나의 통속 문학의 범주라고나 할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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